부처님 향해 한걸음 걸으며 ‘지친마음’ 치유 | ||
오헨로 순례길 가운데 75번째 사찰인 젠츠지에서 기도를 하고 걸어 나오는 순례자의 모습. 젠츠지는 일본 3대 사찰 중 한곳이다. |
일본열도는 혼슈(本州), 규슈(九州), 홋카이도(北海道), 시코쿠(四國)의 4개의 섬으로 형성돼 있다. 이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에는 1400km의 ‘오헨로(お遍路)’라는 ‘순례길’이 만들어져 있는데 올해로 개창 1200년을 맞았다.
이 순례길은 일본 진언종의 창시자인 코우보우타이시(弘法大師)가 개척한 88개 사찰 탐방길이다. ‘일본의 산티아고 길’로 불리는 이 길은 일본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매년 15만명 이상이 순례한다.
이중 5000여명은 직접 도보로 순례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수행의 방편으로 삼기도 한다. 일본인들은 ‘살아 생전 한번은 꼭 순례하고 싶은 곳’으로 손꼽기도 한다. 오헨로 순례길을 지난 6월 돌아보았다.
열도 중 제일 작은 섬 시코쿠에
1200여년 전 弘法大師 길 개창
매년 15만명 88사찰 순례하며
신심 닦으며 ‘자아찾기’에 몰두
# 첫번째 순례 - 운펜지와 간온지
간온지에서 만난 순례단이 기도하고 있다. |
일본 열도 가운데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는 아주 조용했다.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 한적한 섬인 시코쿠로 들어가는 길은 비행기 편은 일주일에 두 번 카가와현의 다카마츠(高松)시로 열려 있다. 섬 전체가 오헨로 성지순례길로 엮어 있는 듯 가는 곳마다 순례길 안내 표지가 설치돼 있다.
첫 번째 순례길은 88개 사찰 가운데 66번째 순례지로 오헨로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운펜지(雲邊寺). 도쿠시마현에 속해 있지만 카가와현에서 오르는 길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었다. 사찰 이름이 말해 주듯이 구름이 주변을 감싸 안은 이 사찰은 807년 일왕(日王)의 지시에 의해 코우보우타이시(弘法大師)가 창건한 사찰이다.
일본 가마쿠라 시대(1192∼1333)에는 학인들이 모여 수행하는 대가람이었다고 전한다. 이러한 역사를 말해 주듯 사찰의 중심 건물인 본당에는 코우보우타이시(弘法大師)를 모시고 있었다. 해발 916m에 위치해 산 아래는 찌는 듯한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운펜지는 섭씨 18도의 선선한 바람이 경내에 불어왔다. 사찰의 오랜 역사를 말해 주는 거대한 삼나무와 사찰 전각이 어우러져 천년고찰의 위용을 자랑한다.
이어 도착한 간온지(觀音寺)에서는 순례단을 만났다. 69번째 순례사찰인 간온지 역시 코우보우타이시(弘法大師)가 816년에 머물면서 천수관음보살을 모신 사찰로 유명하다. 오헨로 길을 다녀갔다고 인증받기 위해 납경소(納經所)에 가서 도장을 받는다.
살아 생전 이 길을 꼭 한번 순례하며 이 생에서 지은 업장을 소멸하고 내생의 평안을 기원하기도 하는 일본인들의 소박한 신심이 느껴진다. 순례길에서 40대의 젊은 여인도 만났다. 그녀는 시어머니가 순례길을 다녔는데 병이 깊어 다니지 못하게 되어 자신이 시어머니를 대신해 순례하고 있다고 했다. 이 모습 또한 아름다워 보였다.
# 두번째 순례 - 젠츠지와 시도지
시도지에서 수행하고 있는 일본 스님. |
오헨로 순례길이 눈에 서서히 들어오면서 두 번째 순례지인 젠츠지(善通寺)로 향했다. 이 사찰은 일본 3대 사찰 중의 한곳으로 사찰 경내지만 10만m²(3만여평)에 달할 정도다. 높이 45m의 목탑이 사찰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코우보우타이시(弘法大師)가 태어난 곳이기도 한 이 사찰에는 일본 국보가 봉안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본당에는 거대한 약사여래부처님이 중생들의 병고를 치유해 주는 듯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다.
사찰을 둘러보는데만도 1시간이 족히 걸리는 젠츠지에는 사찰호텔이 지어져 있어 순례객들이 머물기도 한다. 호텔에는 숙박은 물론 온천까지 있어 휴식을 겸한 수행을 체험할 수 있다.
다카마츠 시내 인근에 위치한 시도지(志度寺)는 정토종 계통의 사찰이다. 중생들의 지옥행을 면하게 해주는 대일여래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사찰에는 염라대왕을 따로 모셔 현생에서 많은 악업을 지은 중생들이 진심으로 부처님께 참회하면 그 죄를 면하게 해 주고 있다.
염라대왕은 머리에 부처님의 형상을 한 보관을 쓰고 있어 지옥과 극락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시도지에서는 일본식 정원의 원형을 볼 수 있다. 또한 대규모의 강당 역할을 하는 대중방도 갖추고 있고, 그 대중방 앞에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일본식 정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 세번째 순례 - 리츠린공원과 우동시식
카가와현의 다카마츠시 중심에 위치한 리츠린공원. |
카가와현 중심부에 위치한 리츠린(栗林)공원은 일본이 자랑하는 전통 정원이다. 특별명승 정원으로 지정돼 있는 이곳에는 아주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배로 정원을 돌며 정교하게 가꾼 수 많은 소나무 분재를 비롯한 다양한 나무를 볼 수 있으며 석탑을 비롯한 문화재도 감상할 수 있다.
1600년대 초에 사누키 영주인 이코마 타카토시가 정원을 만들기 시작해 100여년이 지난 1745년에 완성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1000여그루 이상의 소나무가 가꾸어져 있는데 병풍모양, 박스모양 등의 형태를 한 소나무 군락도 있다.
리츠린공원은 자운산을 배경으로 하고 6개의 연못과 13개의 구릉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산 모형의 지형도 있고, 벚꽃, 창포, 매화, 연꽃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식물도 자생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신라에서 가져왔다는 계림석(鷄林石)도 눈에 띈다.
카가와현은 우동의 고장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조그마한 시에 해당하는 이곳에는 자그마치 900개가 넘는 우동가게가 있을 정도다. 원래 이 지역 우동은 밀의 주산지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우동의 이름은 ‘사누키’다. 사누키는 과거 카가와현의 과거 지명이다.
이 지역 출신인 코우보우타이시(弘法大師)가 불교를 배우러 중국에 갔다가 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 고향에 돌아와서 널리 전한 게 사누키우동의 시작이라고 한다.
카가와현 관광교류국 국제관광추진실 다니구치 에이지씨 실장은 “일본과 한국의 불교는 같은 뿌리라고 볼 수 있다”며 “일본 오헨로 길 성지순례에 많은 한국 불자들이 체험해 부처님의 가피를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재협조=화인투어 여행사
일본 카가와현 관광교류국
[불교신문3028호/2014년7월23일자]
일본 카가와현=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승인 2014.07.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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