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푸에서 고대도시 왕디로 넘어가는 3200m 높이의 도출라 고개에 위치한 108탑. 4명의 왕비가 국가의 번영을 기원하며 세운 탑이다 |
오랜 역사와 자연이 함께 하는 땅
거대 성곽 중심으로 도심 발달…
대승불교 역사가 살아있는 나라
누구나 살고 싶은 ‘세계 최고 행복국가’
사찰 성지순례나 국제 NGO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불교의 해외여행의 규모도 날로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대승투어, 아제, 실크로드를 비롯해 불교성지순례 상품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만도 수십 곳. 성지순례길 도반으로서 이들이 제격, 전화 한 통이면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다.
그러면 어디로 갈 것인가. 이색적인 문화와 불교를 함께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어디가 좋을까. 이런 고민 끝에 교계 여행사 세 곳에 의견을 물은 결과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샹그릴라 부탄’을 가장 먼저 추천했다.
인도의 티베트, 그리고 히말라야의 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 부탄. 왕국을 유지하는 부탄은 ‘국민들의 만족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접근이 어려워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시기는 가을~겨울이 적기. 청량한 하늘 사이로 히말라야의 영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약간의 눈만 내릴 뿐 온화하다. 치안도 안정돼 있고, 불교를 국교로 하고 있어 불자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여행지로 꼽힌다.
# 문화 중심지 ‘파로’
부탄 북부에 위치한 파로는 넓은 평야와 파로추ㆍ도추 강이 관통하는 곳으로 호텔과 상점, 음식점이 잘 발달돼 있다. 이곳에서 찾을 관광지는 ‘파로 드종’. 부탄 전통건축양식이 가장 잘 반영된 파로 드종은 ‘린체 풍 드죵’(보석이 가득 찬 성)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을 자랑한다.
성(城)은 정치와 종교의 두 구역으로 나뉘는데, 승려를 교육하는 학교와 장엄한 불상들이 곳곳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에는 소라 모양의 국립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는 데 6층으로 된 전시실의 맨 위층에 사원이 위치하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불교국가 부탄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물관에는 티베트와의 전쟁에서 얻은 많은 전리품과 오래된 청동, 석조 불상, 조각상이 즐비하다.
다음으로 발길이 가는 곳은 키추라캉 사원. 부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티베트를 최초로 통일한 송쳄감포 왕이 659년에 건립했다고 한다. 이 사원과 관련한 전설이 전해온다. 송쳄감포 왕이 당나라 무성공주를 왕비로 맞았다. 왕비는 혼인 지참물로 작은 불상을 모셨는데, 어느 지점에 이르자 불상이 꼼짝달싹하지 않았다.
이유를 알아본 결과 거대한 도깨비가 머리는 동쪽으로, 발은 서쪽으로 향하고 기다랗게 누워 있어 그를 제압해야 불상을 옮길 수 있었다. 이에 송쳄감포 왕은 도깨비의 급소지역 108곳에 일제히 사찰을 건립해 도깨비를 제압했다고 한다. 사원의 대부분은 현재 티베트에 위치하고 있고, 일부만 부탄에 속해 있는데, 키추라캉 사원은 도깨비의 왼쪽 발 부분 급소에 위치한다고 한다. 그 동안 수많은 왕과 스님들이 불사를 통해 사원을 유지해왔다.
# 수도 팀푸
‘호랑이의 둥지’라는 의미의 탁상라칸 사원. |
부탄의 수도 팀푸는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수도로 꼽힌다. 해발 2300m 위치에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인구는 6만명 정도. 1962년 이전한 곳이지만 13세기부터 건립된 수많은 사원이 위치하고 있어 볼거리도 적지 않다.
도심에는 메모리렁 쵸르텐이라는 전통 티베트 양식의 불탑이 있는데, 탑에는 수많은 탱화와 탄트릭 신장(神將), 작은 사원도 위치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사원은 창캉카 라캉. 12세기 건립된 사찰로 800년 이상 전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11면 관음상과 방대한 불교경전은 신심을 자아내게 한다.
부탄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랜 역사를 지닌 건물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팀푸 북부지역에 위치한 타쉬쵸 우종도 그런 유적지의 하나. 1216년 갈와라낭 스님에 의해 건립된 성으로, 설립 후 400여 년간 부탄불교의 중심 사원으로 역할 했다. 이곳에서는 1년 내내 수많은 스님들이 초청돼 법석을 열었다고 한다.
# 기타 여행지
부탄 곳곳에 여행지가 많지만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왕듀에 위치한 왕듀포드랑. 왕듀는 19세기 초까지 파로 통사와 함께 부탄 내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도시다. 푸탁츄 강 언덕위에 위치하고 있는데, 깎아지른 절벽이 탄성을 자아낸다. 17세기에 건립된 라닥나탕 사원도 이곳에 있다.
푸나카도 권할 만 여행지다. 작은 시골마을인 푸나카에는 1999년 새롭게 조성된 쿠르탕이란 신시가지가 있다. 모츄강을 끼고 아름답게 조성된 구르탕은 17세기 부탄의 수도. 1637년 건립된 푸나카종은 현재 스님들의 겨울 안거지로 사용되고 있다.
부탄 곳곳에는 불탑인 초르텐이 세워져 있어 국민들의 두터운 신앙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생활과 방어 기능을 함께 갖춘 거대한 성을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색다른 문화적 풍경을 갖고 있다. 성에는 사원이 있어 주민들의 정신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곳곳에 신비한 자연경관이 함께 하고 있어 마음을 편하게 한다. 부탄성지순례 지금이 적기다.
자료협조=대승투어
[불교신문2981호/2014년1월29일자]
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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