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1.08.19. 오전 3:04
요즘 집에서 자동 혈압계로 혈압 재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공기 펌프를 손으로 눌러 재는 수은 혈압계는 수은 노출 환경 문제로 병원에서 사라졌으니 어디서나 자동 혈압계가 대세다. 그런데 집에서 잰 혈압이 괜찮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일단 ‘가정 혈압’은 ‘진료실 혈압’보다 대개 5mmHg 낮다. 집에선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고, 병원에 가면 긴장하기 마련이다. 흰 가운만 봐도 혈압이 오르는 이들도 많다. 이를 백의(白衣) 고혈압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집에서 잰 혈압이 높으면, 진성 고혈압일 가능성이 높다.
집에서 재는 혈압의 정확성도 살펴봐야 한다. 최근 대한고혈압학회가 내놓은 가정혈압 관리 지침에 따르면, 집에서 혈압을 잴 때는 손목을 감싸는 것보다 위 팔을 둘러싸는 혈압계 사용을 권고한다.
편안히 앉은 자세서 1~2분 휴식을 취한 후, 1~2분 간격으로 두 번 재서 평균 값을 취해야 한다. 양팔 혈압 차이를 확인하고, 더 높은 혈압 값을 보이는 팔의 혈압을 측정한다.
아침 고혈압, 야간 고혈압 진단 분류가 있으니,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 이내, 잠자기 전 1시간 이내, 하루 두 번 재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야간 고혈압이 심혈관 질환 발생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아침에 잴 때는 용변을 본 후, 식사나 모닝 커피 하기 전, 흡연 전, 혈압약 먹기 전에 측정해야 한다. 그렇게 잰 혈압이 고혈압 진단 기준(140/90mmHg이상)보다 5 낮은 ‘수축기 135, 이완기 85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봐야 한다.
꾸준히 측정된 가정 혈압은 진료실 혈압보다 심혈관 질환 발생이나 사망률 예측에 더 정확한 것으로 조사된다. 최근 미국서 이뤄진 대규모 혈압 연구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을 120 밑으로 확실히 떨어뜨린 사람이 140 이하로 관리된 그룹보다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약 70% 더 낮게 나타났다. 이는 집에서 자주 혈압을 재야 실천할 수 있는 목표치다.
혈압계를 구매해서 스스로 측정하는 행동 자체가 건강 수명을 늘린다. 그런 사람이 고혈압 환자더라도 혈압 약을 잘 먹어서 관리도 잘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던가. 뭐든 집에서 잘해야 한다. 집에서 안 새는 혈압, 밖에서도 안 샌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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