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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보다 위험한… 치매 일으키는 '변동성 혈압' 아세요?

정혜거사 2021. 7. 22. 13:28

건강한 성인이라도 50세 이상이라면 평소 집에서 혈압을 재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이나 저혈압이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혈압이 잴 때마다 수시로 변하는 '변동성 혈압'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변동성 혈압은 특정 질병을 일컫는 진단명은 아니지만,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상태로 일반적인 고혈압과 구분된다. 치매, 뇌졸중 등 합병증 위험도 높은 데다 치료해도 비교적 예후가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성인이라도 50세 이상이라면 정기적으로 집에서 혈압을 재어 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혈압 변동폭 60mmHg 이상이라면 '변동성 혈압'

건강한 성인일지라도 혈압은 주기적으로 변한다. 운동을 하거나, 날씨가 변했거나,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하는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혈압이 변하는 것은 정상이다.

 

그러나 아무런 요인이 없는 데도 저절로 혈압이 오르락내리락 한다면 변동성 혈압을 의심해야 한다. 변동성 혈압을 진단하는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혈압 변동성(blood pressure variability, BPV)이 다른 사람보다 높은 상태를 말한다.

 

건강한 성인은 하루 최대 50~60mmHg 정도의 혈압 변동성을 보이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이보다 높은 주기로 혈압이 변할 땐 변동성 혈압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변동성 혈압이 일반적인 고혈압이나 저혈압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신준한 교수는 "혈압의 변동폭이 크다는 것은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상태임을 의미한다"

 

"이런 환자들은 치료하더라도 예후가 나쁘고, 그만큼 동맥경화로 인한 합병증이 생길 위험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신준한 교수는 "게다가 혈압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고혈압 상태를 스스로 인지하기도 어렵다"며 "발견과 치료가 늦어지면 그만큼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혈압이 널뛰기하듯 큰 폭으로 변하면 혈관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더욱 큰 부담을 받는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 최근 호주 모나쉬대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혈압 변동성이 심할수록 치매 위험까지 커진다.

 

연구팀이 성인 남녀 1만67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혈압 변동성이 가장 큰 그룹은 가장 적은 그룹보다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이 현저히 높아졌다. 특히 혈압 변동성으로 인한 악영향은 남성에게서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혈압 변동성이 뇌의 퇴행성 변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밝히지 못했지만, "혈압 변동성으로 인지기능 손상 위험이 높은 사람을 가려내 치매 위험 집단으로 분류하고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양'이 원인일 수도… 건강해도 정기적으로 혈압 재봐야

애당초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증상만으로 인지하기는 어렵다.

 

고혈압으로 인한 무서운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혈압을 점검해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신준한 교수는 "고혈압은 50대의 30%, 60대가 되면 절반 이상이 앓을 정도로 나이가 들면 누구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라며 "건강에 문제가 없는 성인이라도 중장년층이라면 평소 집에서 혈압을 재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변동성 혈압은 흔한 '본태성 고혈압'이 아닌 원인 질환에 의해 발병하는 '이차성 고혈압(속발성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예컨대 교감신경을 조절하는 물질을 분비하는 부신에 종양이 생긴 질환인 '갈색세포종'이 생기면 고혈압을 유발하는데, 이 경우 변동성 혈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신준한 교수는 "혈압을 높인 것이 원인 질환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변동성 혈압까지 고칠 수 있다"

 

"다만, 수술까지 필요한 상태일 수도 있으므로 혈압 변동폭이 크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에서 가정용 혈압계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혈압을 잴 때는 올바른 방법으로 재는 게 중요하다.

 

신준한 교수는

"안정된 상태에서 혈압을 재야 하므로 우선 소변을 보고난 뒤, 10분 정도 앉아서 휴식을 취한 후에 재보라"며

"2~3번 정도 재보고, 첫 번째 측정한 혈압은 높게 나올 수 있으므로 측정값에서 제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축기 혈압 135mmHg 이상, 이완기 혈압 85mmHg 이상이 반복되거나

▲하루 간의 혈압 변동폭이 60mmHg 이상일 땐 전문가와 상의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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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2. 오전 8:11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hyeyo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