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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갑자기 ‘쿵쾅쿵쾅’? 바이든도 앓고 있는 부정맥

정혜거사 2020. 12. 1. 17:57

다섯 가지 유형 부정맥, 돌연사 90% 
‘심실성 빈맥’은 돌연사 가장 큰 원인
‘조기 심장 박동’ㆍ‘발작성 빈맥’, 치명적이지 않아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리고 쿵쾅쿵쾅 뛰는 것 같은 부정맥은 자칫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쿵쾅쿵쾅’하는 것 같아요.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탕탕’ 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가슴 속에서 심장이 한 번 혹은 연달아 가볍게 덜컹대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요.”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거나(빈맥) 늦어지거나(서맥) 불규칙해지는 부정맥(不整脈·arrhythmia)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조 바이든(78)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앓고 있는 부정맥은 돌연사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인 병이다. 부정맥 때문에 발생하는 뇌졸중도 30%나 된다.

 

특히 부정맥의 흔한 유형인 심방세동(心房細動)은 뇌졸중ㆍ심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심방세동, 전 인구 2%에서 발병



정상 심장 박동은 ‘심방 수축→심실 수축’ 순서로 반복된다. 분당 60~100회 뛰는 것이 정상이다. 운동하거나 흥분할 때 심장이 더 많이 뛰고, 안정하거나 잠잘 때에는 느려진다.

그런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은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우선, ‘조기 심장 박동’은 가장 흔한 부정맥으로 가슴이 ‘쿵’하거나 심장이 건너뛰는 느낌을 준다. 성인의 80% 이상이 이를 겪는다.

 

황교승 대한부정맥학회 홍보이사(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조기 심장 박동은 일상생활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지만 증상이 생기면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겨 병원을 찾게 된다”고 했다.

둘째, 심장이 ‘쿵’하면서 갑자기 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는 ‘발작성 빈맥(頻脈)’은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지속된다. 증상이 심하면 어지러움ㆍ흉통ㆍ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목숨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다.

셋째, 심장이 갑자기 불규칙하게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뇌졸중ㆍ심부전 등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부정맥이다. 뇌졸중이나 심부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고령 인구의 증가로 급증하면서 전 인구의 2% 정도(100만명)에서 나타나지만 병을 몰라 치료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넷째, 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徐脈)’은 어지럼증ㆍ피곤함ㆍ실신 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서맥도 증상이 심각해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다섯째, ‘심실성 빈맥’부정맥 가운데 가장 위험하다.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이다. 심폐소생술(CPR)을 5분 이내에 시행해야 한다.

 

오용석 대한부정맥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부정맥은 한 가지 질환이 아니라 심장의 정상적인 리듬이 깨지는 다양한 유형을 통칭한 질환”이라고 했다.

부정맥은 기본적으로 심전도 검사로 진단한다. 하지만 부정맥은 갑자기 생기고 사라질 때가 많아 10초 정도 진행되는 심전도 검사로는 진단이 쉽지 않다. 이때 환자 몸에 심전도기를 부착해 24시간 동안 측정해 부정맥 여부를 확인하는 ‘홀터 심전도 검사’가 활용된다.

오 이사장은 하지만 “심방세동 등 부정맥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아 심장 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65세가 넘었다면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심전도 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포함하는 등 대책 마련과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정맥으로 진단되면 약물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 심방세동의 경우 심방세동을 제거하고 심장 리듬을 정상화하는 방법과 심방세동을 놔둔 채 경구용 항응고제(와파린ㆍNOAC)를 투여해 혈전을 예방하는 방법 등이 있다.

노태호 바오로내과의원 원장(전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심방세동을 포함한 빈맥과 불규칙한 부정맥 등은 약물로 우선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약물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효과가 없으면 전극도자절제술 등 중재적 시술을 시행한다”고 했다.

전극도자절제술은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위에 전극도자를 놓고 70~100도의 열을 가해 태우는 시술이다. 최근 시간과 방사선 조사량을 줄인 ‘냉동풍선절제술’이 나와 시술 성공률이 높아졌다.

 

냉동풍선절제술은 심방에 작은 풍선을 밀어 넣은 뒤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이상 부위를 찾아 영하 75도로 얼려 한 번에 없애는 시술이다.

빈맥 가운데 돌연사(심정지)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삽입형 심장충격기’를 가슴에 넣는다. 심장충격기는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악성 부정맥이 생기면 기계 스스로 부정맥을 감별해 심장에 전기 충격을 줘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맥박이 아주 느린 서맥이라면 인공적으로 심장박동을 일으키는 ‘영구 심박동기(Pacemaker)’를 가슴에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꾸준히 걷기 등 편안한 유산소 운동해야


부정맥은 65세를 넘기면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므로 고령인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심전도 검사 등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를 일찍 파악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맥이 있으면 술ㆍ담배ㆍ카페인을 끊고, 과로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심장병을 적극 치료하고, 고혈압ㆍ고혈당ㆍ이상지질혈증ㆍ동맥경화 같은 심·뇌혈관 질환 선행 증상을 잘 관리해야 한다.

심장에 부담이 적게 가는 걷기 등 편안한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과음은 돌연사를 유발하는 심방세동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부정맥 진단과 예방수칙] <대한부정맥학회 제공>



①평소와 다른 가슴 두근거림 등 증상을 느끼면 손목동맥(요골동맥)을 만져서 맥이 고르게 뛰는지 확인한다. 심장은 정상적으로 1분에 60~100회 정도 규칙적으로 박동하므로 맥이 이보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불규칙하면 부정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②중년 이상의 연령대나 고혈압 환자, 가족 가운데 돌연사한 사람이 있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심전도 검사를 시행하면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다. 심전도 검사는 돌연사를 일으키는 심근경색 같은 허혈성 심장 질환이나 유전성 부정맥도 찾아낼 수 있다.

술과 카페인 음료를 삼가고 스트레스를 피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술, 커피와 정신적 스트레스는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ㆍ비만 등 심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기저 질환을 잘 관리해야 한다. 모든 심장병은 부정맥과 관련 있을 때가 많으므로 잘 관리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심장 질환 예방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다만 과다한 운동은 오히려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건전한 성생활을 유지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 성생활에 만족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오래 산다는 것은 입증됐다. 꾸준한 운동과 함께 건전한 성생활을 유지하면 좋다.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리고 심장 멎는 듯한 느낌이 난다고 미리 두려워하지 말자.

⑦부정맥은 아이러니하게도 증상이 심할수록 위험한 경우가 적다. 치명적인 부정맥일수록 평소 증상이 없다. 부정맥 증상을 지금 느낄 수 있다면 적어도 이 순간은 당신이 살아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기사입력 2020.12.01. 오전 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