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정보/부정맥

"심장이 날뛰는 '부정맥'… 돌연사·뇌졸중의 주범입니다"

정혜거사 2020. 11. 30. 10:49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부정맥 명의' 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황교승 교수

 

부정맥은 심장이 정상적으로 박동하지 않는 질환이다. 심장은 1분당 60~100회 뛰어야 하는데,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거나(빈맥· 頻脈), 늦어지거나(서맥· 徐脈), 불규칙해지는 것(심방세동)이 부정맥의 대표 증상이다.

 

부정맥은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다. 부정맥으로 발생한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일으키기도 한다. 부정맥은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키지만, 일반인에게 인지도가 떨어져 있다.

 

대한부정맥학회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92.8%가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부정맥 분야의 명의 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부정맥의 모든 것에 대해 들었다.

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황교승 교수/아주대병원 제공


-부정맥은 어떤 병인가
부정맥은 한 가지 질환이 아니라 심장의 정상적인 리듬이 깨지는 다양한 유형을 통칭한 병명이다. 심장은 정상적으로 1분에 60~100회 정도 규칙적으로 박동한다.

 

맥박이 1분에 100회 이상이면 빈맥, 60회 미만이면 서맥을 의심해야 한다. 맥박이 불규칙한 것도 문제다. 심방세동을 의심해야 한다.

-부정맥의 종류는
부정맥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조기 심장 박동’이다. 성인의 80~90%가 한번쯤은 경험한다. 가슴이 ‘쿵’하거나 심장이 건너뛰는 느낌을 준다.

 

조기 심장 박동은 일상생활에 별 지장을 주지 않지만 증상이 생기면 심장이 멎을 것 같다는 불안감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발작성 빈맥의 경우는 심장이 ‘쿵’하면서 갑자기 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는 증상이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지속된다. 증상이 심하면 어지러움이나 흉통,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갑자기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에 빈맥 중에서 ‘심실성 빈맥’은 부정맥 가운데 가장 위험해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이다. 5분 이내 즉각적인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하다.

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은 어지럼증이나 피곤함, 실신 등을 일으킨다. 서맥도 증상이 심각해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심장이 갑자기 불규칙하게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은 뇌졸중이나 심부전 등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부정맥이다. 심방세동은 노화가 주요 원인인데 실제로 80대 이상 5명 중 1명이 심방세동을 앓고 있다. 그렇지만 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치료율은 매우 낮다.

-부정맥은 왜 생기나
부정맥이 단독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심근경색 같은 심장병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에게서 부정맥이 잘 생긴다. 심장병을 앓은 뒤 심장기능이 저하돼 생기는 경우가 있다.

 

태아기에 심장이 정상적인 발달을 하지 않아서 심장박동을 유도하는 전기 신호 경로에 오류가 생겨 부정맥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꼭 어릴 때부터 부정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70세가 넘어서 처음 나타나기도 하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나이가 들어 심장 근육에 섬유화가 일어나고 전기 신호에 오류가 생기면서 발생할 수 있다. 심장에는 '동결절'이라는 부위가 있다.

 

이곳에서 전기 자극이 발생, 심장이 수축하게 되며 심장박동의 리듬을 결정된다. 그런데 동결절이 있는 부위가 병적인 상태가 되면 엉뚱한 위치에서 전기 자극이 발생해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부정맥 증상은
심장이 내려앉는다거나 건너뛴다는 느낌이 들면 '조기 심장 박동'을 의심해야 하고 느닷없이 ‘뚜뚜뚜뚜’ 뛰다가 어느 순간 없어지면 '빈맥'을 의심해야 한다.

 

맥박이 '뚜-뚜뚜-뚜뚜뚜뚜-뚜뚜'처럼 불규칙하게 뛴다면 심장이 파르르 떨리는 심방세동 상태다. 서맥은 어지럽거나 힘이 없거나 실신하는 특징이 있다.

 

의사한테 증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하면 80~90%는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을 못 느끼는 부정맥도 있어 검사는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부정맥 검사는
부정맥은 기본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통해 알아내지만, 부정맥 증상은 예고 없이 갑자기 생기고 사라질 때가 많아 심전도 검사로는 진단에 한계가 있다.

 

환자 몸에 심전도기를 부착해 24시간 내내 측정해 부정맥 여부를 확인하는 ‘홀터 심전도 검사’가 활용된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나 맥박 측정기가 많이 나와 있어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꼭 웨어러블 측정기가 없어도 평소와 다른 가슴 두근거림 등 증상을 느끼면 자신의 손목동맥(요골동맥)을 만져서 맥이 고르게 뛰는지 확인한다.

 

심장은 정상적으로 1분에 60~100회 규칙적으로 박동하므로 맥이 이보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불규칙하면 부정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대한부정맥학회에서는 부정맥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아 특히 심장병 가족력이 있거나, 65세가 넘으면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중년 이상의 연령대나 고혈압 환자, 가족 가운데 돌연사한 사람이 있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심전도 검사를 시행하면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다.

 

심전도 검사는 돌연사를 일으키는 심근경색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유전성 부정맥도 찾아낼 수 있다. 심전도 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은데, 여러 질병을 찾아내면서도 간단하고 저렴한 검사이므로 국가 검진에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황교승 교수/아주대병원 제공


-병이 아닌 부정맥도 있다.
건강한 사람에서 과도한 육체적인 활동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경우에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생리적인 현상이다.

 

부정맥은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정신적 긴장이나 흥분, 커피, 흡연, 과음, 운동, 약물 등으로도 쉽게 유발되고, 심장질환, 폐질환, 갑상선질환, 빈혈 등으로도 발생된다.

-심방세동은 뇌경색의 가장 큰 원인이다.
심방세동이 있으면 혈액이 심장에 고이고 혈전(피떡)을 만들어 낸다. 심방세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혈전은 심장혈관, 뇌혈관을 막을 위험이 크다.

 

실제로 심방세동은 뇌경색 원인의 30%를 차지한다. 심방세동 환자가 피를 묽게 만드는 항응고 치료를 꼭 받아야 한다.

-부정맥 치료는
부정맥으로 진단되면 먼저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심장리듬을 정상화하는 약물을 쓰는 것이다. 심방세동의 경우 항응고제(와파린, NOAC)를 투여해 혈전을 예방하는 약물을 쓰기도 한다.

 

약물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효과가 없으면 전극도자절제술 등 중재적 시술을 시행한다. 전극도자절제술은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위에 전극 도자를 놓고 70~100도의 열을 가해 태우는 시술이다.

 

빈맥 가운데 돌연사(심정지)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삽입형 심장충격기’를 가슴에 넣는다. 심장충격기는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악성 부정맥이 생기면 기계 스스로 부정맥을 감별해 심장에 전기 충격을 줘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맥박이 아주 느린 서맥이라면 인공적으로 심장박동을 일으키는 ‘영구 심박동기(Pacemaker)’를 가슴에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부정맥 예방하는 방법은
부정맥은 65세를 넘기면 위험이 높아지므로 노인이라면 평소 증상이 없더라도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일찍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부정맥이 있으면 술·담배·카페인을 끊고, 과로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심장병을 적극 치료하고,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동맥경화 같은 심뇌혈관질환 선행 증상을 잘 관리해야 한다.

대한부정맥학회가 내세운 부정맥 예방수칙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심장질환 예방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다만 과다한 운동은 오히려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건전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황교승 교수/아주대병원 제공


황교승 교수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2008년부터 12년 간 대한부정맥학회 홍보이사를 역임하며 부정맥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노력을 했다. 부정맥 시술인 전극도자절제술의 권위자이다.

 

전극도자결제술이 처음 도입된 1997년부터 고대안암병원에서 시작해 2000년부터는 아주대병원에서 독립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전극도자절제술 같은 부정맥 시술은 시술 의사별로 '전력 차'가 큰데, 황 교수는 심장에 발생하는 전기 이상 신호를 빨리 찾고 시술을 정확하게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례로 발작성 빈맥의 경우 시술 시간이 10~20분으로 짧다. 심실세동 기전 연구, 전기 충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으며 미국심장학회에서 주는 젊은 연구자상을 받은 적이 있다.

 

부정맥을 이해하려면 전기생리학, 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해서 고민하고 분석해야 한다. 황 교수는 이 점에 매력을 느껴 부정맥을 전공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기사입력 2020.11.30. 오전 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