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중국성지순례

해외성지순례Ⅱ ⑪ 중국 야칭스

정혜거사 2019. 2. 13. 11:31




티베트 불교는 히말라야 고산지대 은둔의 땅에서 꽃피운 불교다. 은둔의 땅에 꽃피운 티베트 불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호응을 얻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는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는 스승으로 평가받고 있다. 


춥고 척박한 땅에서도 티베트 고유의 불교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며 자본과 물질문명에 지친 서구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대승불교의 전통에 따라 밀교수행을 기반으로 하는 티베트 불교문화는 베일에 가려져 있어 신비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동티베트에 위치해 있는 야칭스(아츄가르)는 티베트 불교를 대표하는 성지이자 최대의 수행처다.


야칭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언덕에 조성된 대형 좌불상.

동티베트 지역에 위치한

티베트 불교 닝마파 성지

척박한 환경 등 아픔에도

‘티베트 정신적 지주’ 역할


야칭스는 중국 쓰촨성 3개 자치주 가운데 한 곳인 간쯔장족자치주의 바이위(白玉)현에 위치해 있다. 간쯔장족자치주는 캄(Kham)이라고 불리던 동티베트 지역으로, 1956년 중국 쓰촨성에 편입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립을 지킨 티베트는 전쟁이 끝난 이후 독립정부를 구성하고 있었으나 중국의 침공으로 자치권을 상실했다. 


중국 침공 당시 이곳의 불교 사원 대부분이 파괴됐고 30여 곳만이 남게 됐다. 이마저도 1959년 라싸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란과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티베트 불교 지도자들이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하면서 잿더미가 됐다. 


야칭스는 티베트 불교의 성지임에도 중국에 편입된 곳, 중국의 탄압 아래 티베트 불교에 허락된 수행지라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해발고도 3900m의 황량한 고산지대 구릉에 들어선 야칭스는 티베트 불교 종파 가운데 닝마파에 속하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성지다. 


닝마파는 간쯔장족자치주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갖추고 있는 종파로, 닝마파 스님들은 붉은 가사와 모자를 많이 착용해 홍모교(紅帽敎)라고도 불린다. 결혼이 허용되고 비구니 스님들의 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야칭스 전경. 야룽강의 지류로 인해 마치 섬처럼 보인다.

야칭스는 1985년 라마야추 린포체(환생한 고승)가 이곳에 사원을 세우며 티베트 불교 성지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척박한 땅에 사원에 세워지자 라마야추 린포체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스님들이 모여들었다. 


각지에서 모여든 스님들은 야칭스에 집과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세웠고, 이 때부터 집단 수행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됐다. 야칭스에는 비구니 스님 7000여 명과 비구 스님 3000여 명 등 1만여 명의 스님들이 거주하며 수행하고 있다. 


특히 비구니 스님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10~20대로, 이들은 대개 1~3년간 수행을 한 뒤 고향으로 돌아간다. 야칭스는 크게 비구 스님과 비구니 스님의 거주지, 사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대규모 쪽방촌 또는 난민촌을 연상하게 하는 비구니 스님 거주지에는 3~4평 크기의 수많은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거주지 주변을 휘감아 흐르는 야룽강(雅江)의 지류로 인해 멀리서 보면 마치 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리를 지나 강을 건너가면 비구 스님들의 거주지가 나오는데 외벽 전체가 마니차로 되어 있는 사원과 화려한 금빛 지붕의 사원을 비롯하여 거대한 불상도 조성돼 있다.



야칭스 언덕 곳곳에는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 정도의 작은 크기로 비닐천막과 판자로 만든 허름한 창고 같은 공간이 위치해 있는데, 수많은 스님들이 이곳에서 명상과 기도를 올리며 수행 정진하고 있다.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언덕 전체가 거대한 사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매일 오전 언덕에서는 수많은 학승들이 불법을 듣고, 강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아침 수행을 하며, 넓은 들판에서는 대법회가 열리기도 한다. 강가와 언덕, 다리 등에는 오색의 타르초와 불경을 적어 놓은 깃발인 룽다가 펄럭이며 장관을 이룬다. 티베트인들은 타르초와 룽다에 적힌 불경을 바람이 읽으면 그 바람을 맞은 사람은 불경을 읽은 것과 같다고 여긴다.



티베트 스님들은 티베트인들에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야칭스에 여러 통제를 가하고 있다.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스님들이 모여드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 단 2시간만 전기를 공급한다. 척박한 땅에 집 짓는 것도 제한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화장실과 세면장 등 생활시설도 열악한 편이다. 외국인 출입을 규제하기 때문에 야칭스를 순례하기 위해서는 출입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칭스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수행 정진하는 것을 긍지로 여기며 생활하고 있다. 척박한 땅, 열악한 환경 이곳에서 티베트 스님들은 자신들만의 수행공동체를 건설하고 티베트 불교의 명맥이 끊이지 않도록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야칭스의 주요 수행법은 ‘주고받기 수련’이다. 남의 고통과 나의 행복을 맞바꾸는 호흡 명상으로 ‘통렌’이라고도 불린다. 타인의 고통을 검은 연기로 만들어 들이마시고 자신의 안락을 흰 연기로 만들어 내쉬며 보내주는 수행법이다.



세계 최대 티베트 불교학원인 오명불학원 스님들.

간쯔장족자치주 써다(色) 현에 위치한 오명불학원(라룽가르 사원)은 세계 최대 티베트 불교학원이다. 쓰촨성과 칭하이성이 접경을 이루는 써다 현의 고원산간지대 오지에 자리잡고 있다. 


1980년 티베트 고승인 직메 푼촉 린포체가 32명의 제자를 가르치면서 시작된 오명불학원은 1990년대 말 이미 1만명을 넘어섰으며, 현재는 전 세계에서 3만7000여 명의 수행자들이 몰려들어 거대한 수행공동체로 성장했다. 


2001년 중국 정부는 무장 경찰을 동원해 오명불학원 내 승방을 파괴하고 스님들을 쫓아내기도 했다. 이에 항의법회가 지속되자 중국정부는 오명불학원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한족 출신 스님들을 이끌 종교 지도자를 따로 두는 조건으로 자치를 허용했다. 


스님들이 직접 자기가 살집을 지으면서 생겨난 쪽방들도 1만여 곳에 달한다. 이곳의 교육과정은 4개월간의 참관수업을 거친 뒤 스스로 자신이 공부할 과목과 스승을 정하면서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된다. 


교육과정은 문화(文化)와 인명(因明), 계율(戒律), 구사(俱舍), 중관(中觀), 반야(般若), 전행(前行), 밀독(密讀), 구결(窺訣) 등의 9단계로 구분된다. 처음 입문하는 데 2년, 현교 수업에 4년, 밀교 수업에 3년 정도 걸리므로 보통 10년 이상이 걸린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수업과 수행자를 위한 코스도 갖춰져 있으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수행 코스도 있다.


자료협조=  대승투어 

[불교신문3261호/2016년12월28일자] 
  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승인 2016.12.23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