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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속 시한폭탄' 혈전… 가족력 없어도 살찌면 '고위험군'

정혜거사 2020. 11. 12. 19:35

동맥, 정맥혈전증 증상 달라

혈전이 유발하는 질환/헬스조선 DB


혈액은 심장에서 뿜어져 나와 손·발끝까지 돌고, 다시 역류해 심장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은 20~30초 만에 이뤄진다. 그런데, 혈관이 좁아지거나 손상돼 혈류가 느려지면 혈관에서 정체된 피가 뭉쳐진다. 이를 '혈전(血栓)'이라 한다.

혈전은 불시에 생명을 앗아가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아예 혈액순환이 안 된다. 이로 인해 사망 위험이 높은 뇌경색·심근경색·폐색전증 같은 응급질환이 초래된다.

혈전, 혈류 느려지면 혈액 고이며 생성

혈전은 생긴 부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온몸 장기·미세혈관으로 보내는 동맥에 혈전이 생기면 동맥혈전증, 온몸을 돌고 난 피를 폐를 통해 심장으로 보내는 정맥에 생기면 정맥혈전증이다. 동맥 혈류는 정맥보다 훨씬 빨라서 잘 정체되지 않으므로, 동맥혈전증보다는 정맥혈전증이 훨씬 많다.

혈전의 원인은 종류별로 다르다. 동맥혈전증은 대부분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 탓이다. 동맥경화가 있으면 혈관내피세포가 손상되면서 혈액 속 혈소판·대식세포·과립구·섬유세포 등이 달라붙어 혈전이 만들어진다. 심장·뇌 등 장기와 온몸 동맥 어디에나 생길 수 있다.

정맥혈전증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선천적으로 피가 끈끈하거나,

동맥처럼 혈관내피세포가 망가졌거나,

혈류가 느려진 탓이다.

 

장기간 입원하거나 오래 앉아있는 등 움직이지 않으면 정맥을 짜서 피를 위로 올려보내는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 혈류가 느려진다. 혈액이 빠르게 돌지 못하고 어느 한 곳에 정체돼 혈전이 잘 생긴다. 정맥 혈전은 대부분 종아리·허벅지 등에 생긴다.

혈전증 가족력 있으면 고위험군

동맥혈전증이 뇌경색 등을 유발하면 호흡곤란, 마비, 시야장애, 의식불명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 탓에 환자 대부분이 응급실로 실려 온다.

정맥혈전증이 있으면 주로 한쪽 종아리 등에 부종, 통증, 열감 등이 느껴진다. 혈관이 튀어나와 보이고, 발을 위쪽으로 젖혔을 때 종아리 근육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 정강이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뗐을 때 피부가 돌아오지 않고 함몰된 채로 남아있기도 한다. 오래 걷거나 선 탓에 발목·발이 붓고 아픈 것과 달리,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다리 통증·부종이 생겨서 제대로 걷기 어려울 정도라면 혈전증을 의심해야 한다.

정맥혈전증이 있는데 별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영국외과학회지 연구 등에 의하면 심부정맥혈전증 환자 중 최대 절반은 혈전이 불시에 폐색전증 등을 유발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다.

 

조기 발견·치료를 위해 혈전이 잘 생길 수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심부정맥혈전증 관련 진료를 한 번쯤 받아보는 것이 좋다.

 

고위험군은 ▲혈전증 가족력이 있거나 ▲60세 이상 ▲암 등 수술 받은 사람 ▲비만한 사람 ▲장기 입원자 등이다.

혈액검사 먼저 해야

혈전증 검사는 혈관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한다. 동맥혈전증은 심장·뇌 괴사 등의 증상이 확연히 드러나므로 진단이 잘 된다. 하지만 정맥혈전증은 다르다.

 

대한영상의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초음파검사 전에 혈액검사 등을 먼저 권한다. 혈액검사는 혈전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작은 조각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혈전증이 아닌 환자를 미리 가려낼 수 있어 진단 효율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기사입력 2020.11.11. 오전 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