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원행스님 파키스탄 국빈방문 현장(下)
조계종 대표단이 11월22일 파키스탄 ‘탁트이하비’ 사원터를 찾았다. 2000여 년전 지어진 곳임에도 공양간, 수행처, 지대방 등 곳곳에 수행의 흔적이 생생하다. 주탑 앞에서 예불을 하고 있는 대표단.
낯선 땅, 이기의 문명 속에서 사선을 넘나들었던 구법승들의 여정은 상상만으로도 경이롭다. 동서 문명의 교차로에서 마주한 수천년 전 구도의 흔적을 더듬어 가는 일은 그래서 더 경외롭다.
11월19일부터 24일까지 파키스탄을 국빈 방문한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조계종 대표단은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 임란 칸 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10여 차례 초청에 일일이 응하면서도 불교가 번창했던 지역을 쉼 없이 찾았다. 지금은 사그라진, 기원전 4세기 파키스탄에 흥기했던 대승불교가 다시 꽃 피우길 발원하는 마음이었다.
‘부처님 고행상’이 있는 라호르 박물관을 비롯해 이슬라마바드에서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수차례 이어진 면담 후 대표단은 쿠샨 왕조 중심지였던 간다라 지역으로 향했다. 그리스 문화와 대승불교가 번창했던, 실크로드 세계 무역로의 삼각 지역으로 동서를 연결하는 파키스탄 북부의 폐샤와르, 탁실라로 이어진 순례길을 찾아 내리 달렸다.
마라난타스님 고향 초타라호르에 도착했을 때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불교문화 유적의 발굴과 보존이 더 잘 이뤄져 더 많은 세계인들이 파키스탄을 방문하길 바란다”며 “자비와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들로 이 순례가 끊이지 않길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간다라 유적의 보고 탁실라
11월21일 조계종 대표단이 찾은 고대 도시 탁실라는 파키스탄에서도 대규모의 간다라 유적지가 가장 많이 소재한 곳이다. ‘잘린 돌’ 혹은 ‘잘린 머리’라는 뜻의 탁실라는 간다라 지역에서 폐샤와르와 더불어 대승불교와 불교예술이 가장 크게 꽃 피웠던 곳이기도 하다.
구법승들 자취를 기억해내듯 다르마라지카, 줄리안, 바말라 등 대표단이 머무는 곳곳마다 쿠샨 왕조 등이 일군 불상과 사원, 불탑이 도처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서쪽으로 30여km 떨어진 탁실라는 페르시아에 속해있다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전 때 점령지로 역사에 등장했는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보존이 뛰어나고 희소 가치가 있는 유적지와 유물이 가득하다.
대표단이 탁실라에서 가장 먼저 발길을 한 곳은 탁실라 박물관. 1918년 영국학자 존 마샬이 지은 곳으로 모란모라두, 다르마라지카 사원터 등 고대 도시 유적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스 전통 옷차림을 한 불보상 조각들 모두 얼굴 표정부터 주변 배경까지 세심하게 묘사돼 있어 수천년 전 흔적이 생생하다. 마야부인이 부처님을 잉태한 모습부터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가 설법을 하는 초전법륜, 열반에 든 부처님의 모습 부처님 일대기의 처음과 끝이 진흙 조각마다 새겨져 있었다.
조계종 대표단이 탁실라 박물관에서 예불을 하고 있다. 박물관은 이날 대표단을 위해 치아사리를 공개했다.
탁실라 박물관에서 대표단을 위해 공개한 치아 사리.
간다라 유물의 보고 탁실라 박물관을 둘러보는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대표단.
학예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탁실라 박물관 유물. 나발 모양과 얼굴 생김 등 서양 문명을 대변한다.
탁실라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들.
한국불교 대표단 방문 소식을 듣고 박물관은 그간 외부에 공개하지 않던 부처님 치아사리를 공개했다. 기원전 3세기 인도 미우리아 왕조의 제3대 아소카왕이 다르마라지카에 모셨다 영국인들에 의해 발견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치아 사리 앞에서 예불을 올리고 축원을 한 조계종 대표단은 그리스 전통 옷차림과 머리 모양, 동서양이 조화를 이룬 불보상 조각들을 꼼꼼히 둘러봤다. 대승불교의 발원지였음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수천년을 거슬러 올랐다.
수행에 그치지 않고 중생을 구제하고자 했던 대승불교 정신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후세들은 부처님 자취를 따라 곳곳에 거대 불탑과 승원을 짓고 불상을 조성했다. 조계종 대표단이 탁실라 박물관을 나와 향한 다르마라지카, 줄리안 유적지 모두 이런 정신이 발현된 터전이었다.
그 중에서도 다르마라지카는 기원전 3세기 아쇼카왕이 부처님 사리를 모시기 위해 만든 8만4000개 탑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높이 20m, 지름 35m에 이르는 복발 모양을 띄고 있다. 탑 주변으로 수십개 기둥이 둘러싸고 있다.
기둥 사이 공간마다 스님들이 거처하고 공부하는 곳으로 쓰였다고 한다. 대표단은 스님이 거처했을 각 승방을 둘러봤다. 예불을 올리고 탑돌이를 하며 수천년이 지난 금생에도 그 법열이 이어져 한국불교에 뿌리 내리고 있음을 알렸다.
곧이어 찾은 줄리안 유적지에서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대표단에 직접 간다라 문화와 역사에 대해 직접 설명하며 화려하게 꽃 피웠던 파키스탄의 대승불교에 대해 소개했다. 40여 명 스님들과 함께 기단 주위를 돌며 대탑이 있던 곳, 지금은 유실돼 30%만 발굴 조사가 이뤄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탁실라 박물관에 이어 다르마라지카를 찾은 대표단.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직접 설명에 나섰다.
높이 20m, 지름 35m에 이르는 복발 모양의 탑 주위를 도는 대표단.
다르마라지카 사원터에서 예불을 올리고 있다.
대표단에게 직접 유적지에 대해 설명하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줄리안 유적지에서도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간다라 유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뽐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
탁실라를 뒤로 한 대표단은 22일 폐샤와르를 떠나 마르단으로 향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 험준한 산꼭대기 위에 지어진 탁트이바히가 있는 사원터를 향해 300개 계단을 올랐다.
앞으로는 아프가니스탄이, 뒤로 폐샤와르 계곡이 한 눈에 들어왔다. 좌우로는 탁실라 계속이 시원하게 뻗어나갔다. 기도하고 수행하기 위해 부러 인적이 드물고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 지었다고 한다.
2000여 년전 지어진 곳임에도 공양간, 수행처, 지대방 등 곳곳에 수행의 흔적이 생생하다. 원형이 아닌 정방형 형태를 띄고 있어 동아시아 불교 사원의 전형을 보여준다.
탑 안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 있는 곳으로 마라난타스님과 깊은 인연이 있는 영광 불갑사와도 떼레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영광 불갑사는 백제에 불교를 전하기 위해 불갑사에 첫발을 디딘 마라난타스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이 탁트이바히 사원의 주탑을 본떠 경내 탑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발굴조사가 채 되지 않아 아직은 거친 흔적이 가득한 사원터를 둘러보다 훌쩍이는 스님도 있었다. 스님은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왔을 이 길을 비행기를 타고, 차를 타고 편하게 왔다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든다”며 “그 어렵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불법을 공부하고 전하고자 했던 옛 구도승들을 생각하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곳이 두 번째 방문이라던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감개무량’이라는 말로 함축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수장이 탁트이바히를 찾았다는 소식에 현지 언론들이 몰려들자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한국 백제에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스님이 지났을 이 곳에 조계종 대표단과 함께 올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며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불갑사 주지 만당스님은 “한국불교의 시원지로도 볼 수 있다”며 “불갑사 주지로서 스님을 기리는 기념 성역을 조성하고 숭고한 정신을 잇는 일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험준한 산꼭대기 위에 지어진 탁트이바히.
탁트이바히 주탑 앞에서 예불하는 대표단.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마라난타스님 고향을 찾아 스님을 기리는 명패를 달았다. 제막식에 앞서 훈드 박물관에 방명록을 남기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탁트이바히 지하 공간에 마련된 수행처. 햇빛 하나 들어가지 않는 공간으로 적막이 가득하다.
마라난타스님 고향 초타라호르
마르단을 떠나 도착한 곳은 초타라호르가 있는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KPK). 대표단은 마라난타스님이 태어난 초타라호르가 있는 스와비 지역 훈드 박물관을 찾았다. KPK주 내 유적지 및 유물 발굴 및 복원을 담당하는 KPK주 고고학부는 환대로 대표단을 맞았다.
대표단은 마라난타스님의 공적을 기리고 파키스탄과 한국불교 간 교류를 기념하는 명패를 훈드박물관에 달았다. 명패에는 ‘초타라호르에서 태어나 384년 백제왕국에 불법을 전한 마라난타 존자를 기리며’라고 썼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보다 긴밀히 교류해나가기 위한 기념 식수도 이어졌다. ‘KPK주의 불교문화 유적 복원을 위한 후원금’ 5만 달러(약6000만원)를 전달하며 불교 유적지 복원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원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대한민국의 오랜 역사서는 마라난타스님이 서기 384년에 백제에 와서 불교를 전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며 “지금으로부터 1600년 전 머나먼 동쪽 대한민국에 불교를 전하신 마라난타스님의 고향에 발을 딛은 이 순간이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불교도들의 소중한 역사 유적을 고이 지켜준 파키스탄 국민들과 정부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방문을 계기로 불교 유적지가 앞으로 더 잘 보존되고 지난 수천년의 시간이 곧 지금의 만남으로 이어진 것처럼 지금의 만남이 또 다른 천년 후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KPK주 내 위치한 불교 유적 발굴 조사 등을 실시해온 박흐트 모하마드 부국장은 “간다라라는 이름이 ‘꽃 향기가 가득한’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이번 조계종 스님들의 방문을 계기로 이 지역에 다시금 불교 문화가 꽃 피우고 수천년 후에도 이 귀한 인연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답했다.
가는 곳곳마다 국빈 만찬과 환대로 응한 파키스탄 정부에 조계종 대표단 40명은 쉴 틈 없는 일정으로 답했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 설킨 파키스탄 곳곳에 남은 불교 유적을 찾아 수천년 전 구도승들이 지났을 길을 따라 걸었다.
뜨거운 태양과 거친 바람, 그리고 낯선 땅에서 마주한 낯선 이들을 모두 마다않았을, 불법을 찾아 먼 길을 떠났을 구도승들을 떠올리면서. 가슴에 새겼으리라. 누가 뭐래도 피땀 흘려 어렵게 일군 대승불교의 꽃임을.
탁실라 박물관을 둘러보는 대표단 스님.
다르마라지카 탑 앞에서 조계종 대표단.
파키스탄 정부는 곳곳마다 만찬과 환대로 대표단을 맞았다. 일정 마지막날 대사관을 비롯해 기업가들과 함께.
마라난타스님 고향이 있는 지역에서 조계종 대표단.
파키스탄=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조계종 대표단이 11월22일 파키스탄 ‘탁트이하비’ 사원터를 찾았다. 2000여 년전 지어진 곳임에도 공양간, 수행처, 지대방 등 곳곳에 수행의 흔적이 생생하다. 주탑 앞에서 예불을 하고 있는 대표단.
낯선 땅, 이기의 문명 속에서 사선을 넘나들었던 구법승들의 여정은 상상만으로도 경이롭다. 동서 문명의 교차로에서 마주한 수천년 전 구도의 흔적을 더듬어 가는 일은 그래서 더 경외롭다.
11월19일부터 24일까지 파키스탄을 국빈 방문한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조계종 대표단은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 임란 칸 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10여 차례 초청에 일일이 응하면서도 불교가 번창했던 지역을 쉼 없이 찾았다. 지금은 사그라진, 기원전 4세기 파키스탄에 흥기했던 대승불교가 다시 꽃 피우길 발원하는 마음이었다.
‘부처님 고행상’이 있는 라호르 박물관을 비롯해 이슬라마바드에서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수차례 이어진 면담 후 대표단은 쿠샨 왕조 중심지였던 간다라 지역으로 향했다. 그리스 문화와 대승불교가 번창했던, 실크로드 세계 무역로의 삼각 지역으로 동서를 연결하는 파키스탄 북부의 폐샤와르, 탁실라로 이어진 순례길을 찾아 내리 달렸다.
마라난타스님 고향 초타라호르에 도착했을 때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불교문화 유적의 발굴과 보존이 더 잘 이뤄져 더 많은 세계인들이 파키스탄을 방문하길 바란다”며 “자비와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들로 이 순례가 끊이지 않길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간다라 유적의 보고 탁실라
11월21일 조계종 대표단이 찾은 고대 도시 탁실라는 파키스탄에서도 대규모의 간다라 유적지가 가장 많이 소재한 곳이다. ‘잘린 돌’ 혹은 ‘잘린 머리’라는 뜻의 탁실라는 간다라 지역에서 폐샤와르와 더불어 대승불교와 불교예술이 가장 크게 꽃 피웠던 곳이기도 하다.
구법승들 자취를 기억해내듯 다르마라지카, 줄리안, 바말라 등 대표단이 머무는 곳곳마다 쿠샨 왕조 등이 일군 불상과 사원, 불탑이 도처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서쪽으로 30여km 떨어진 탁실라는 페르시아에 속해있다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전 때 점령지로 역사에 등장했는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보존이 뛰어나고 희소 가치가 있는 유적지와 유물이 가득하다.
대표단이 탁실라에서 가장 먼저 발길을 한 곳은 탁실라 박물관. 1918년 영국학자 존 마샬이 지은 곳으로 모란모라두, 다르마라지카 사원터 등 고대 도시 유적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스 전통 옷차림을 한 불보상 조각들 모두 얼굴 표정부터 주변 배경까지 세심하게 묘사돼 있어 수천년 전 흔적이 생생하다. 마야부인이 부처님을 잉태한 모습부터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가 설법을 하는 초전법륜, 열반에 든 부처님의 모습 부처님 일대기의 처음과 끝이 진흙 조각마다 새겨져 있었다.
조계종 대표단이 탁실라 박물관에서 예불을 하고 있다. 박물관은 이날 대표단을 위해 치아사리를 공개했다.
탁실라 박물관에서 대표단을 위해 공개한 치아 사리.
간다라 유물의 보고 탁실라 박물관을 둘러보는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대표단.
학예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탁실라 박물관 유물. 나발 모양과 얼굴 생김 등 서양 문명을 대변한다.
탁실라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들.
한국불교 대표단 방문 소식을 듣고 박물관은 그간 외부에 공개하지 않던 부처님 치아사리를 공개했다. 기원전 3세기 인도 미우리아 왕조의 제3대 아소카왕이 다르마라지카에 모셨다 영국인들에 의해 발견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치아 사리 앞에서 예불을 올리고 축원을 한 조계종 대표단은 그리스 전통 옷차림과 머리 모양, 동서양이 조화를 이룬 불보상 조각들을 꼼꼼히 둘러봤다. 대승불교의 발원지였음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수천년을 거슬러 올랐다.
수행에 그치지 않고 중생을 구제하고자 했던 대승불교 정신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후세들은 부처님 자취를 따라 곳곳에 거대 불탑과 승원을 짓고 불상을 조성했다. 조계종 대표단이 탁실라 박물관을 나와 향한 다르마라지카, 줄리안 유적지 모두 이런 정신이 발현된 터전이었다.
그 중에서도 다르마라지카는 기원전 3세기 아쇼카왕이 부처님 사리를 모시기 위해 만든 8만4000개 탑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높이 20m, 지름 35m에 이르는 복발 모양을 띄고 있다. 탑 주변으로 수십개 기둥이 둘러싸고 있다.
기둥 사이 공간마다 스님들이 거처하고 공부하는 곳으로 쓰였다고 한다. 대표단은 스님이 거처했을 각 승방을 둘러봤다. 예불을 올리고 탑돌이를 하며 수천년이 지난 금생에도 그 법열이 이어져 한국불교에 뿌리 내리고 있음을 알렸다.
곧이어 찾은 줄리안 유적지에서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대표단에 직접 간다라 문화와 역사에 대해 직접 설명하며 화려하게 꽃 피웠던 파키스탄의 대승불교에 대해 소개했다. 40여 명 스님들과 함께 기단 주위를 돌며 대탑이 있던 곳, 지금은 유실돼 30%만 발굴 조사가 이뤄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탁실라 박물관에 이어 다르마라지카를 찾은 대표단.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직접 설명에 나섰다.
높이 20m, 지름 35m에 이르는 복발 모양의 탑 주위를 도는 대표단.
다르마라지카 사원터에서 예불을 올리고 있다.
대표단에게 직접 유적지에 대해 설명하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줄리안 유적지에서도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간다라 유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뽐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
탁실라를 뒤로 한 대표단은 22일 폐샤와르를 떠나 마르단으로 향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 험준한 산꼭대기 위에 지어진 탁트이바히가 있는 사원터를 향해 300개 계단을 올랐다.
앞으로는 아프가니스탄이, 뒤로 폐샤와르 계곡이 한 눈에 들어왔다. 좌우로는 탁실라 계속이 시원하게 뻗어나갔다. 기도하고 수행하기 위해 부러 인적이 드물고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 지었다고 한다.
2000여 년전 지어진 곳임에도 공양간, 수행처, 지대방 등 곳곳에 수행의 흔적이 생생하다. 원형이 아닌 정방형 형태를 띄고 있어 동아시아 불교 사원의 전형을 보여준다.
탑 안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 있는 곳으로 마라난타스님과 깊은 인연이 있는 영광 불갑사와도 떼레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영광 불갑사는 백제에 불교를 전하기 위해 불갑사에 첫발을 디딘 마라난타스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이 탁트이바히 사원의 주탑을 본떠 경내 탑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발굴조사가 채 되지 않아 아직은 거친 흔적이 가득한 사원터를 둘러보다 훌쩍이는 스님도 있었다. 스님은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왔을 이 길을 비행기를 타고, 차를 타고 편하게 왔다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든다”며 “그 어렵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불법을 공부하고 전하고자 했던 옛 구도승들을 생각하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곳이 두 번째 방문이라던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감개무량’이라는 말로 함축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수장이 탁트이바히를 찾았다는 소식에 현지 언론들이 몰려들자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한국 백제에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스님이 지났을 이 곳에 조계종 대표단과 함께 올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며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불갑사 주지 만당스님은 “한국불교의 시원지로도 볼 수 있다”며 “불갑사 주지로서 스님을 기리는 기념 성역을 조성하고 숭고한 정신을 잇는 일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험준한 산꼭대기 위에 지어진 탁트이바히.
탁트이바히 주탑 앞에서 예불하는 대표단.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마라난타스님 고향을 찾아 스님을 기리는 명패를 달았다. 제막식에 앞서 훈드 박물관에 방명록을 남기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탁트이바히 지하 공간에 마련된 수행처. 햇빛 하나 들어가지 않는 공간으로 적막이 가득하다.
마라난타스님 고향 초타라호르
마르단을 떠나 도착한 곳은 초타라호르가 있는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KPK). 대표단은 마라난타스님이 태어난 초타라호르가 있는 스와비 지역 훈드 박물관을 찾았다. KPK주 내 유적지 및 유물 발굴 및 복원을 담당하는 KPK주 고고학부는 환대로 대표단을 맞았다.
대표단은 마라난타스님의 공적을 기리고 파키스탄과 한국불교 간 교류를 기념하는 명패를 훈드박물관에 달았다. 명패에는 ‘초타라호르에서 태어나 384년 백제왕국에 불법을 전한 마라난타 존자를 기리며’라고 썼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보다 긴밀히 교류해나가기 위한 기념 식수도 이어졌다. ‘KPK주의 불교문화 유적 복원을 위한 후원금’ 5만 달러(약6000만원)를 전달하며 불교 유적지 복원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원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대한민국의 오랜 역사서는 마라난타스님이 서기 384년에 백제에 와서 불교를 전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며 “지금으로부터 1600년 전 머나먼 동쪽 대한민국에 불교를 전하신 마라난타스님의 고향에 발을 딛은 이 순간이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불교도들의 소중한 역사 유적을 고이 지켜준 파키스탄 국민들과 정부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방문을 계기로 불교 유적지가 앞으로 더 잘 보존되고 지난 수천년의 시간이 곧 지금의 만남으로 이어진 것처럼 지금의 만남이 또 다른 천년 후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KPK주 내 위치한 불교 유적 발굴 조사 등을 실시해온 박흐트 모하마드 부국장은 “간다라라는 이름이 ‘꽃 향기가 가득한’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이번 조계종 스님들의 방문을 계기로 이 지역에 다시금 불교 문화가 꽃 피우고 수천년 후에도 이 귀한 인연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답했다.
가는 곳곳마다 국빈 만찬과 환대로 응한 파키스탄 정부에 조계종 대표단 40명은 쉴 틈 없는 일정으로 답했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 설킨 파키스탄 곳곳에 남은 불교 유적을 찾아 수천년 전 구도승들이 지났을 길을 따라 걸었다.
뜨거운 태양과 거친 바람, 그리고 낯선 땅에서 마주한 낯선 이들을 모두 마다않았을, 불법을 찾아 먼 길을 떠났을 구도승들을 떠올리면서. 가슴에 새겼으리라. 누가 뭐래도 피땀 흘려 어렵게 일군 대승불교의 꽃임을.
탁실라 박물관을 둘러보는 대표단 스님.
다르마라지카 탑 앞에서 조계종 대표단.
파키스탄 정부는 곳곳마다 만찬과 환대로 대표단을 맞았다. 일정 마지막날 대사관을 비롯해 기업가들과 함께.
마라난타스님 고향이 있는 지역에서 조계종 대표단.
파키스탄=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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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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