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기자
총무원장 원행스님 파키스탄 국빈 방문 현장(上)
오래전 혜초스님, 고선지 장군 등이 지나간 올드 실크로드. 가운데 'Z'자 모양이 고대 중국과 서역을 넘나들었던 길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국빈 자격으로 종단 주요 소임자 스님들과 11월16일부터 파키스탄을 방문 중이다. 파키스탄 정부의 적극적 초청으로 시작된 방문 일정 가운데 틈틈이 구법승들의 숭고했던 흔적을 찾아 나섰다. 라호르에서 시작한 여정은 이슬라마바드, 훈자, 길기트, 폐샤와르로 이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이동거리 500km, 하루 절반 이상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보내야 하는 고된 여정도 개의치 않는다. 목숨을 걸고 동아시아에 불교를 전하고자 했던 ‘구도의 길’, 수천, 수백년이 지나도 곳곳에 깃든 있는 ‘대승불교의 요람’을 찾아 나선 길이다.
11월18일 조계종 방문단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떠나 아시아의 오지 중 오지로 불리는 훈자 지역으로 향했다. 파키스탄 북부 캬슈미르에 속한 훈자 지역은 카라코람 산맥의 산자락, 해발 2500m 고산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중앙아시아 산맥과 티베트 고원이 한 데 모인, 평균 높이 6㎞로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파미르고원 속 이슬람 마을인 훈자에 이르기까지 자연은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총무원장 원행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 등 40명 방문단은 깎아 지르는 절벽을 따라 하루 절반 이상을 달렸다. 카라코람 하이웨이. 1978년 6월 개통된 파키스탄 ‘타고트’에서 중국 ‘카쉬가르’에 이르는 신(新) 실크로드다. 신 실크로드 좁은 골짜기를 따라 산중턱을 가로지르는 사이, 곳곳에 떨어진 낙석으로 인한 사고에도 쉼은 없었다. 아프가니스탄 방면으로 뻗는 힌두쿠시, 파키스탄 쪽으로 달리는 카라코람 , 인도와 중국 사이로 지나는 히말라야 등 3개 산맥이 만나는 지점을 지나 달렸다. 옛 구도자들이 다녔을 법한 올드 실크로드가 건너편 산맥 중턱 곳곳에 그대로 있었다.
구법승들은 3세기부터 11세기까지 여러 갈래 길을 통해 인도로 향했다. 이들은 서역을 거쳐 현재의 파키스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육로를 통해 또는 말레이반도를 지나 동인도와 남인도로 들어오는 해로로 인도에 도착했다. 신라 혜초스님도 그 중 하나였다.
스님은 4년 동안 5만리를 여행하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남겼다. ‘천축국’은 인도를 가리키고 ‘오’는 동, 서, 남, 북, 중을 뜻한다. 배를 타고 중국을 출발해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길에서 혜초스님은 훈자가 있는 파미르 고원을 넘었다.
옛 선사들 자취를 따라 조계종 방문단은 험준한 산길을 달렸다. 비포장 도로를 위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수차례 온 몸은 솟구치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황톳길 흑먼지를 뒤집어 썼다.
그럼에도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옛 구법승들이 불교를 전하며 지나왔을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여정이 뜻 깊다”며 “구도의 길을 찾아 떠났던 선사들을 기억하며 불교가 지금보다 더 융성해지고 실크로드처럼 아시아를 잇는 하나의 다리가 되길 기원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올드 실크로드 앞 조계종 방문단. 총무원장 원행스님(사진 중앙)과 전국비구니회 스님들.
11월19일 훈자 지역에 도착한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카라코람 하이웨이. 길 곳곳에 낙석이 위험하게 놓여있다.
11월20일 훈자 왕국의 성이었던 알티트 포트를 찾은 스님들. 곳곳에 '만'자 비슷한 문양이 남아있다.
불교가 뿌리내렸던 흔적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음날 방문단이 찾은 훈자 왕국의 성, ‘알티트 포트’에서는 만다라 모양과 부처님 형상을 한 듯한 문양들이 기둥 등에 새겨져 있었다. 방문단은 “고향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동시에 이슬람 문화속에서 한 때나마 융성했던 불교가 사그라져 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탄식으로 흘러나왔다.
방문단은 또 다시 1시간을 달려 길기트 지역 외진 곳으로 이동했다. ‘카르가 마애불(KarghaBuddha)’을 친견하기 위해서다. 벼랑에 새겨진 ‘카르가 마애불’은 높이 약 5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영국 정치학자가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8세기 조각된 것으로 추측된다.
넓적한 얼굴에 납작한 콧등을 가진 상호를 가진 부처님은 한 손은 위로 하고 나머지 한 손은 아래로 내린 수인을 취하고 있다. 불상 주위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둘러쌌던 것으로 예상되는 지붕 조각이 짐작됐는데 안타깝게도 지붕이 있던 자리 외에는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길기트 지역 벼랑에 새겨진 ‘카르가 마애불(KarghaBuddha)’.
스님들이 마애불을 향해 예불을 하고 있다.
카르가 마애불을 향해 반야심경을 외우는 스님들.
파키스탄 정부 초청으로 국빈 방문중인 조계종 방문단.
카르가 마애불을 찾는 순례객들 발길이 늘면서 파키스탄 정부는 이곳에 표지판을 새로 세우고 작은 공원을 조성했다. 그럼에도 불상의 정확한 조사와 보존 처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사 장삼을 수한 스님들은 좁은 공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카르가 부처님께 예를 갖췄다. 현지 지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야심경 소리가 바위마다 울렸다.
불상의 모습으로 보아 미루어 짐작컨대 백제에 불교가 전래되던 시기, 대승불교 미륵부처님을 지역민들이 모셨던 것 같다는 스님들 말에 지역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스먼 아흐마드 길기트 주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우리 종교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다른 소수 종교, 즉 불교 또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스님들이 일부러 이곳을 찾아온 것을 보니 보다 더 잘 보호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독을 풀 새도 없이 스님들은 길기트에서 다시 이슬라마바드로 약 600km를 이동했다.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 임란 칸 총리 등과 만나기 위해서다. 20일인 방문단은 외교부 장관, 종교부 장관 등 이날만 4차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파키스탄에 남아있는 불교 유적지와 유물을 보호하기 위한 협력 및 문화적 교류를 위한 긴밀한 연대를 이야기 했다.
조계종 방문단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간다라 중심 지역으로 이동해 대승불교 원류를 찾아 나섰다. 대승불교가 흥기한 간다라는 불교사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목숨을 거는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구도의 길을 떠났던 수행자들의 숭고함을 되새기는 여정, 구법승들이 있었기에 부처님 법이 동아시아에 깊게 뿌리내릴 수 있었음을 기억하기 위한 또 다른 구도의 길이다.
훈자 마을을 찾은 조계종 방문단. 카람코람 산맥의 비경을 지켜보는 스님.
훈자 '레이디스 핑거' 앞 조계종 방문단.
파키스탄=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오래전 혜초스님, 고선지 장군 등이 지나간 올드 실크로드. 가운데 'Z'자 모양이 고대 중국과 서역을 넘나들었던 길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국빈 자격으로 종단 주요 소임자 스님들과 11월16일부터 파키스탄을 방문 중이다. 파키스탄 정부의 적극적 초청으로 시작된 방문 일정 가운데 틈틈이 구법승들의 숭고했던 흔적을 찾아 나섰다. 라호르에서 시작한 여정은 이슬라마바드, 훈자, 길기트, 폐샤와르로 이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이동거리 500km, 하루 절반 이상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보내야 하는 고된 여정도 개의치 않는다. 목숨을 걸고 동아시아에 불교를 전하고자 했던 ‘구도의 길’, 수천, 수백년이 지나도 곳곳에 깃든 있는 ‘대승불교의 요람’을 찾아 나선 길이다.
11월18일 조계종 방문단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떠나 아시아의 오지 중 오지로 불리는 훈자 지역으로 향했다. 파키스탄 북부 캬슈미르에 속한 훈자 지역은 카라코람 산맥의 산자락, 해발 2500m 고산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중앙아시아 산맥과 티베트 고원이 한 데 모인, 평균 높이 6㎞로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파미르고원 속 이슬람 마을인 훈자에 이르기까지 자연은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총무원장 원행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 등 40명 방문단은 깎아 지르는 절벽을 따라 하루 절반 이상을 달렸다. 카라코람 하이웨이. 1978년 6월 개통된 파키스탄 ‘타고트’에서 중국 ‘카쉬가르’에 이르는 신(新) 실크로드다. 신 실크로드 좁은 골짜기를 따라 산중턱을 가로지르는 사이, 곳곳에 떨어진 낙석으로 인한 사고에도 쉼은 없었다. 아프가니스탄 방면으로 뻗는 힌두쿠시, 파키스탄 쪽으로 달리는 카라코람 , 인도와 중국 사이로 지나는 히말라야 등 3개 산맥이 만나는 지점을 지나 달렸다. 옛 구도자들이 다녔을 법한 올드 실크로드가 건너편 산맥 중턱 곳곳에 그대로 있었다.
구법승들은 3세기부터 11세기까지 여러 갈래 길을 통해 인도로 향했다. 이들은 서역을 거쳐 현재의 파키스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육로를 통해 또는 말레이반도를 지나 동인도와 남인도로 들어오는 해로로 인도에 도착했다. 신라 혜초스님도 그 중 하나였다.
스님은 4년 동안 5만리를 여행하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남겼다. ‘천축국’은 인도를 가리키고 ‘오’는 동, 서, 남, 북, 중을 뜻한다. 배를 타고 중국을 출발해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길에서 혜초스님은 훈자가 있는 파미르 고원을 넘었다.
옛 선사들 자취를 따라 조계종 방문단은 험준한 산길을 달렸다. 비포장 도로를 위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수차례 온 몸은 솟구치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황톳길 흑먼지를 뒤집어 썼다.
그럼에도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옛 구법승들이 불교를 전하며 지나왔을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여정이 뜻 깊다”며 “구도의 길을 찾아 떠났던 선사들을 기억하며 불교가 지금보다 더 융성해지고 실크로드처럼 아시아를 잇는 하나의 다리가 되길 기원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올드 실크로드 앞 조계종 방문단. 총무원장 원행스님(사진 중앙)과 전국비구니회 스님들.
11월19일 훈자 지역에 도착한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카라코람 하이웨이. 길 곳곳에 낙석이 위험하게 놓여있다.
11월20일 훈자 왕국의 성이었던 알티트 포트를 찾은 스님들. 곳곳에 '만'자 비슷한 문양이 남아있다.
불교가 뿌리내렸던 흔적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음날 방문단이 찾은 훈자 왕국의 성, ‘알티트 포트’에서는 만다라 모양과 부처님 형상을 한 듯한 문양들이 기둥 등에 새겨져 있었다. 방문단은 “고향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동시에 이슬람 문화속에서 한 때나마 융성했던 불교가 사그라져 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탄식으로 흘러나왔다.
방문단은 또 다시 1시간을 달려 길기트 지역 외진 곳으로 이동했다. ‘카르가 마애불(KarghaBuddha)’을 친견하기 위해서다. 벼랑에 새겨진 ‘카르가 마애불’은 높이 약 5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영국 정치학자가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8세기 조각된 것으로 추측된다.
넓적한 얼굴에 납작한 콧등을 가진 상호를 가진 부처님은 한 손은 위로 하고 나머지 한 손은 아래로 내린 수인을 취하고 있다. 불상 주위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둘러쌌던 것으로 예상되는 지붕 조각이 짐작됐는데 안타깝게도 지붕이 있던 자리 외에는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길기트 지역 벼랑에 새겨진 ‘카르가 마애불(KarghaBuddha)’.
스님들이 마애불을 향해 예불을 하고 있다.
카르가 마애불을 향해 반야심경을 외우는 스님들.
파키스탄 정부 초청으로 국빈 방문중인 조계종 방문단.
카르가 마애불을 찾는 순례객들 발길이 늘면서 파키스탄 정부는 이곳에 표지판을 새로 세우고 작은 공원을 조성했다. 그럼에도 불상의 정확한 조사와 보존 처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사 장삼을 수한 스님들은 좁은 공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카르가 부처님께 예를 갖췄다. 현지 지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야심경 소리가 바위마다 울렸다.
불상의 모습으로 보아 미루어 짐작컨대 백제에 불교가 전래되던 시기, 대승불교 미륵부처님을 지역민들이 모셨던 것 같다는 스님들 말에 지역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스먼 아흐마드 길기트 주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우리 종교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다른 소수 종교, 즉 불교 또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스님들이 일부러 이곳을 찾아온 것을 보니 보다 더 잘 보호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독을 풀 새도 없이 스님들은 길기트에서 다시 이슬라마바드로 약 600km를 이동했다.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 임란 칸 총리 등과 만나기 위해서다. 20일인 방문단은 외교부 장관, 종교부 장관 등 이날만 4차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파키스탄에 남아있는 불교 유적지와 유물을 보호하기 위한 협력 및 문화적 교류를 위한 긴밀한 연대를 이야기 했다.
조계종 방문단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간다라 중심 지역으로 이동해 대승불교 원류를 찾아 나섰다. 대승불교가 흥기한 간다라는 불교사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목숨을 거는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구도의 길을 떠났던 수행자들의 숭고함을 되새기는 여정, 구법승들이 있었기에 부처님 법이 동아시아에 깊게 뿌리내릴 수 있었음을 기억하기 위한 또 다른 구도의 길이다.
훈자 마을을 찾은 조계종 방문단. 카람코람 산맥의 비경을 지켜보는 스님.
훈자 '레이디스 핑거' 앞 조계종 방문단.
파키스탄=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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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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