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발원한 불교가 세계적인 종교로 발돋움한데는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과 한국 일본으로 전해진 루트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달마대사가 소림사에서 9년간 면벽수행을 통해 전한 선종(禪宗)의 법맥이 없었다면 찬란한 대승불교의 꽃은 피지도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 소림사에서 초조 달마스님이 탄생시킨 중국 선종의 맥을 두 차례에 걸쳐 만나본다.
# 초조 달마스님과 선종 발상지 소림사
선종의 창시자인 초조 달마스님과 더불어 2조 혜가스님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소림사 일주문. |
허난(河南)성 덩펑(登封)시에 위치한 숭산 소림사(少林寺)는 중국 선종의 발상지다. 인도에서 온 달마스님은 이곳에서 면벽수행을 통해 선종의 씨앗을 틔웠다. 소림사에는 달마스님의 유적이 산재해 있다. 특히 문수전에는 스님이 9년간 면벽수행한 달마동(達磨洞)의 바위벽을 떼어 보관하고 있다. 가만히 지켜보면 스님의 모습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소림사는 중국의 오악(五岳) 중 하나인 숭산에 자리하고 있는데 숭산은 태실봉과 소실봉으로 되어 있어서 소실봉에서 이름을 빌려 소림사라고 지었다고 한다. 201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림사는 북위 효문제 태화 19년(서기 495년)에 창건됐다. 효문제는 인도에서 온 발타스님을 위해 창건했다고 전한다.
북위 효창3년(서기 525년)에는 인도 스님이었던 보리 달마스님이 소림사에서 9년 면벽해서 중국 선종의 문을 열었다. 달마스님은 인도의 왕자 신분을 버리고 중국 광동성으로 들어와서 중국의 양무제와 대화를 나눈 뒤에 소림사로 들어와 수행했다.
오늘날 선종은 동북아 불교의 가장 큰 종파로 성장하였다. 이 인연으로 소림사는 세계 불교계에 ‘선종 발상지’로 불렸고 달마스님은 ‘동방의 선종 창시자’로 존경을 받고 있다.
수나라 말기에는 당 태종 이세민의 천하통일을 도운 소림권으로 유명해졌는데 오늘날에도 무술연마에 여념이 없는 스님들을 볼 수 있다. 소림사 내부에는 소림무술의 무공비법 책자를 보관했던 장경각(藏經閣), 대웅보전(大雄寶殿), 소림 무술의 고수들이 수련한 돌바닥이 있는 천불전(千佛殿), 달마대사의 면벽영석(面壁影石)이 있는 문수각(文殊閣) 등이 있다.
중국 선종의 발상지인 소림사 내에 고승들의 사리탑이 모여 있는 탑림 |
소림사에는 탑림이라는 곳이 있는데 소림사에서 주석했던 여러 고승들의 사리탑이 있는 곳이다. 수 많은 사리탑이 수풀처럼 우거져 있다고 해서 탑림이라고 불린다. 탑림은 약 1만4000여m²(4200여평)에 약 248개의 불탑이 모셔져 있다. 탑림 내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만 볼 수 있다.
오늘날 소림사는 수 많은 송, 명, 청 건축을 보존하고 있으며, 선(禪)과 무(武)가 결합된 중국의 중요한 문화성지 중의 하나가 됐다. 소림사 입구에는 거대한 화강암으로 만든 일주문이 있다. 그 앞에는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쓴 ‘소림문화 인류유산(少林文化 人類遺産)’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소림사로 들어가는 입구 곳곳에 무술학원이 즐비하다. 이처럼 소림사 주변에 늘어선 중국풍의 상가와 무술학원은 중국정부가 국가사업으로 추진해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일주문 앞에 거대하게 서 있는 무술하는 스님의 모습 역시 중국이 무술을 관광사업으로 활성화 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요즘의 중국 당국은 무술과 더불어 선(禪)을 위시한 중국불교의 활성화를 적극 도모하고 있어 사찰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중국 선불교를 적극 알리고 있다.
소림사는 선종의 교리 완성과 선종의 창시자인 초조 달마스님과 더불어 2조 혜가스님과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달마스님이 소림사에 은거하고 있을 때 신광(神光)이라는 사람이 찾아오는데 이가 중국 선종의 이조(二組)인 혜가스님이다.
혜가스님(478∼593)은 소림사가 위치한 허난(河南)성 출신으로 성은 희(嬉)씨다. 가산이 넉넉하여 학문을 숭상하는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노장은 물론 불교경전까지 공부해 널리 학문을 닦았다. 나중에 낙양 용문(龍門)의 향산에서 보정선사 문하에 출가해 공부했다.
서른 두 살이 되어 다시 향산으로 돌아와 참선만 하며 8년을 보냈다. 520년 그의 나이 마흔살 때 숭산 소림사의 달마스님을 찾아가 그의 제자가 된다.
#‘斷臂求法’ 2조 혜가스님과 이조암
2조 혜가스님이 자신의 팔을 잘라 스승에게 내보이며 법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조암 전경. |
혜가스님이 남긴 흔적은 스승인 달마스님이 머물렀던 소림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소림사 경내에는 허벅지까지 쌓이는 눈밭에서 스승에게 법을 청하던 스님을 기리는 입설정(立雪亭)이 자리하고 있다. 입설정은 선종 2조 혜가스님이 달마스님을 찾아와 제자로 받아주길 청한 자리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달마스님은 혜가스님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느 하얀 눈이 내리던 날, 혜가스님은 다시 달마대사를 찾아 청한다. 그때 달마스님이 하늘에서 붉은 눈이 내리면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혜가스님은 자신의 팔을 잘라 눈 위를 붉은색으로 변하게 한다. 이를 본 달마스님은 그 때부터 혜가스님을 제자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입설정에 가면 사찰 앞에 석비가 있다.
입설정 뒤편에는 달마스님을 기리는 또 하나의 전각이 있는데 그곳에는 면벽하는 달마스님상이 찍혀 있다. 유리판에 모셔둔 바위에는 달마스님이 앉아 있는 모습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소림사 건너편 소실산에는 팔을 끊은 2조 혜가스님이 정진했던 이조암(二祖庵)이 위치한다. 이조암에는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 등 4가지 맛이 난다는 사미정(四味井)이 있으며, 6조 혜능스님이 후대에 찾아 직접 심었다는 측백나무도 울창하다.
달마스님과 혜가스님은 중국 선종을 일군 주인공들로 이들이 나눴던 안심법문(安心法門)은 선종사에 길이 남아 있다.
혜가스님이 스승인 달마스님을 찾아가 묻는다.
“제 마음이 불안합니다. 편안하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달마스님이 답한다.
“그래? 그렇다면 불안한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내가 편안하게 해 주리라.”
혜가스님이 답한다.
“불안한 마음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달마스님이 답한다.
“그러면 너의 마음은 이미 편하게 되었다. 허허.”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연일 드나드는 소림사이지만 이러한 법거량을 기억한다면 잃어버린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승투어 최우창 차장은 “중국 선종사찰 순례는 최근 한국불교에서 관심을 일으키는 간화선 수행과 그 궤를 같이 한다”며 “선수행에 관심있는 사찰과 불자들은 꼭 한번 가 볼 만한 성지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자료협조: 대승투어, 참고자료:<그 마음을 가져오너라>(조계종출판사)
[불교신문3087호/2015년3월11일자]
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승인 2015.03.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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