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료 /카라코람 하이웨이

[스크랩] 140614 카라코람 하이웨이 -- 길기트 떠나기

정혜거사 2017. 6. 6. 13:02

 

새벽 4시경  

높고도 낮은 듯, 노래한듯 속삭이듯 애절하게, 멀리서 그리고 바로 앞에서 

훈자강에 몸을 담근 영혼이 읊는 듯한 은은한 경전 소리가 

아직 하늘에 있는 달님과 사방을 둘러싼 산들로 공명을 이루며 끝없이 계속된다.


아! 알라여!!
부디 비행기 표를 구하게 해 주기를...

독경소리가 끝나자마자 뒤이어 암닭 찾는 숫닭의 울음과 

훈자에서의 개 권리 향상을 울부짖는 개들의 짖음이 불길하게 들렸다....



아침에 앞의 공원에 나가기로..
우리보곤 자기네 여자 찍지 말라며 다른 여자와 함께 사진 찍는 것은 그렇다치고..

저 음탕스런 영감이 사진만 찍지 남의 마누라를 껴 안으려고?



어제 저녁의 혼란은 상상이 안되게 조용한 시내로구나.





아침에도 역시 혈변이 비친다?
여행중 이런 일이 처음인데 역시 홀로 끙끙거리며 스스로 아물기만 기다리는 수 밖에
아직 갈길도 날자도 멀기만 한데 제발 비행기로 빨리 큰 도시로 나가 

의사와 통화하며 조치를 취해야겠는데....
망할 마눌님은 내 사정도 모르는체 

오히려 비행기 못타면 이곳에서 더 지내면 된다며 느긋하기만 하구나..

7시 일찍 식사하고 바로 로비에 나와 
10시 넘도록 다른 곳도 못가고 복마니의 항공권 소식 기다리며 대기하다가

드디어 1030 공항으로..

참고로 이곳의 비행운항이 매우 불규칙하다는데

어제 손님이 오늘로 밀리며 우리가 오늘 날자로 예약한 9매중 3장을 뺏긴것..

입석으로도 가겠다며 복마니가 갖은 애를 다 썼으나 도저히 3명은 탑승 불가라네..

 

마지막
 결정의 순간..

1) 오늘은 6명만 타고 내일 3명이 따로 가던지..   

2) 전체가 포기하고, 오늘 다른 곳(페어리 메도우) 다녀오고 내일 함께 항공으로 떠나자....  

....내일 비행기가 반드시 있다는 보장이 있느냐?는 일부 반대로 무산 

3) 결국 내가 상상한 중 최악의 방법이었던

....비행기표 미련으로 시간만 질질 끌다, 버스도 못타고 고물 봉고차로 늦게 떠나는 것..으로 낙찰되었다.


비행기에 이미 실었던 짐을 다시 찾아 

12시30분 드디어 에어컨도 엉성한 15인승 좁은 봉고차를 타고 568km 거리인 목적지로 출발






록스타 가수풍의 주방장..



그나마 경찰이 동승하지 않아 자유스럽다고 느꼈고
함께 왔었던 차주가 10시간 정도면 가지 않겠냐는 헛소리에 마음이 가쁜했었다

길의 포장상태도 아직 양호했고, 

나는 눈치껏 거진 안 먹었으나 야외에서 먹는 점심 식당 분위기도 밝았다.




동내 사람들의 전용 치프만 이용 가능하다는 페어리 메도우(Fairy Meadow,3350m) 가는 길인데,

보기만 하여도 위압적인 급 경사 위태한 길로 이곳에서도 악명높기로 유명하다

허나 그 곳의 아름다움은 그 모든 것을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니...

꿈속으로나 즐길수 밖에..





고 미영씨가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중 사고로 사망한 낭가파르바트(Nanga Parbat·8125m)산이 

묵묵히 우리를 배웅하고 있구나....




잦은 검문으로 짜증나기 시작하고,

뒷좌석에 앉아 입고 있는 티셔츠와 신발, 그리고 수건을 온몸에 감고 

계속 그 위로 물을 뿌리고 적시지만 참기 힘든 더위로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7시경, 아마도 주변 온도와 10도 이상 차이날 듯한 카라코람식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빙하녹아 흘러 내리는 차가운 물이 급한 경사로 쏟아지며 물방울을 날려댄다

이 더위에 이곳에서 며칠 휴양했으면...

마음은 온 몸이 물속에 담겨있는 환상만으로도 온 몸이 저릴 정도이다.


우리의 심신을 정화시키는 듯한 물가에서 저녁을 때웠는데

아직도 뱃속이 좋지 않구나..

도회지로 빨리 나가는 방법 밖에..







윗 사진처럼 어두어지는 인적없는 절벽길에서 

다시 차가 시동이 꺼져, 밀고 당기고 하며 애썼으나 결국 스톱해 모두를 긴장시켰다. 
그나마 운전기사가 후레쉬 밑에서 간신히 수리를 했으나 차에 대한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세계에서도 악명높은 이 길을 밤세워 20시간 이상 홀로 운전해야하는 기사 녀석에게

강제로라도 자주 쉬게 하라는 내 요구가,

운전사가 힘들면 알아서 쉴거라는 안이한 말을 하는 식에 망연자실해졌다

제일 뒤에 앉으니 공교롭게도 운전사의 눈이 룸미러에 정확히 비치는데

녀석의 자주 내리까는 눈꺼풀을 본 마누라가 졸음 운전한다고 비명을 지르니,

핸드폰은 차 세우고 걸게 하라며 나도 목청이 올라갔다. ....

 

12시 넘어 정신을 차려보니 모두가 잠들고 홀로 운전 중인데, 

 양 옆으론 사태 났던 지역인지 임시로 치운 돌맹이가 가득하고 

어떤때는 폭포물이 차 지붕을 때리기도 했다

나라도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된다는 사명감도 피로와 졸림에 견디지 못하고 비몽사몽. 

저 스페어 녀석에게 우리 부부의 생명을 걸고 있다는 생각에 무력감이 덥쳐왔다. 

세월호의 전 단계, 아니 사고가 발생하면 비교도 안되는 개망신 죽음아닌가?

말이 통하는 인솔자가 조수석에 앉아 운행상황을 책임지고 통제라도 했었으면..

아무리 반 배낭여행이라지만 이런 식은 혜초스님의 가르침과 훈자의 정신에 반하는 행동일듯하다


우선 비행 탑승을 확실히 밀고 나가던지.

차라리 안전성이 높을(최소한 2명이 교대로 운전하니) 제도권의 정규 버스를 이용하던지,

아니면 일찍 차를 빌려(차 상태도 보다 신형이고 널널한 것으로) 중간에 하루 자며

이틀에 걸쳐 낮에만 운행하면 카라코럼 하이웨이의 운행이 보다 즐거울텐데..

물론 내가 여행 초보자이기도 하고, 나이가 있으니 체력도 고갈되었고,

더구나 심적으로 누르고 있던 설사로 인해 신경이 남보다 날카롭기도 하였지만

내 여행 역사상 다시 겪기는 커녕 상상도 하기 싫은 최악의 시간이 될 듯하다.


참고로 이번 야간 주행에 대한 소감은

내 내공이 부족하여 생긴 개인적인 공연한 마음 고생일 수도 있음을 고백한다.  



출처 : 입산회
글쓴이 : 마당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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