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혈액은 적당한 점성을 띤 채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혈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만들어져도, 저절로 풀어져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혈전은 왜 생기는 것일까?
혈전은 정확히 어떤 질환을 유발할까?
혈전의 원인, 합병증, 증상·진단법에 대해 알아본다.
◇혈류 느려지면 혈액 고이며 혈전 생성
혈전은 생긴 부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온몸 장기·미세혈관으로 보내는 동맥에 혈전이 생기면 동맥혈전증, 온몸을 돌고 난 피를 폐를 통해 심장으로 보내는 정맥에 생기면 정맥혈전증이다.
계명대동산의료원 영상의학과 김영환 교수는 "동맥 혈류는 정맥보다 훨씬 빨라서 잘 정체되지 않으므로, 동맥혈전증보다는 정맥혈전증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혈전의 원인은 종류별로 다르다. 동맥혈전증은 대부분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 탓이다.
동맥경화가 있으면 혈관내피세포가 손상되면서 혈액 속 혈소판·대식세포·과립구·섬유세포 등이 달라붙어 혈전이 만들어진다. 심장·뇌 등 장기와 온몸 동맥 어디에나 생길 수 있다.
정맥혈전증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선천적으로 피가 끈끈하거나,
동맥처럼 혈관내피세포가 망가졌거나,
혈류가 느려진 탓이다.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안형준 교수는 "장기간 입원하거나 오래 앉아있는 등 움직이지 않으면 정맥을 짜서 피를 위로 올려보내는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 혈류가 느려진다"며
"혈액이 빠르게 돌지 못하고 어느 한 곳에 정체돼 혈전이 잘 생긴다"고 말했다. 정맥 혈전은 대부분 종아리·허벅지 등에 생긴다.
◇동맥혈전증은 뇌경색, 정맥혈전증은 호흡곤란 유발
동맥혈전증과 정맥혈전증은 각각 다른 문제를 유발한다. 동맥 혈전은 뇌경색·급성심근경색·급성말초동맥폐쇄증 같은 응급질환을 유발한다.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한영진 교수는 "동맥은 산소와 영양분을 온몸 장기·세포 등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며
"동맥이 막히면 해당 혈관과 연결된 장기·세포 등이 괴사하기 시작하므로 즉시 치료해야 하며 팔·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맥혈전증은 응급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불시에 급사를 유발하는 심부정맥혈전증을 야기한다.
심부정맥혈전증은 혈전이 근육에 둘러싸여 있는 심부(深部)정맥을 막아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면서 울혈이 생긴 것이다.
심부정맥혈전증이 있으면 다리가 붓고 통증이 생기며 심하면 피부 색깔이 파랗게 변한다. 심부정맥에 있던 혈전이 떨어져나와 정맥을 타고 이동하다가 폐 혈관을 막으면 폐색전증이 생긴다.
안형준 교수는 "호흡곤란·흉통 등이 나타나며, 여러 폐 혈관 중 큰 혈관이 막히면 급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부정맥혈전증을 방치하면 환자 중 30%가 폐색전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위험군, 임상예측검사 해보는 게 좋아
동맥혈전증이 뇌경색 등을 유발하면 호흡곤란, 마비, 시야장애, 의식불명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한영진 교수는 "이 탓에 환자 대부분이 응급실로 실려 온다"고 말했다.
정맥혈전증이 있으면 주로 한쪽 종아리 등에 부종, 통증, 열감 등이 느껴진다. 혈관이 튀어나와 보이고, 발을 위쪽으로 젖혔을 때 종아리 근육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 정강이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뗐을 때 피부가 돌아오지 않고 함몰된 채로 남아있기도 한다.
한영진 교수는 "오래 걷거나 선 탓에 발목·발이 붓고 아픈 것과 달리,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다리 통증·부종이 생겨서 제대로 걷기 어려울 정도라면 혈전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맥혈전증이 있는데 별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영국외과학회지 연구 등에 의하면 심부정맥혈전증 환자 중 최대 절반은 혈전이 불시에 폐색전증 등을 유발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다.
김영환 교수는 "조기 발견·치료를 위해 혈전이 잘 생길 수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심부정맥혈전증 관련 진료를 한 번쯤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은
▲혈전증 가족력이 있거나
▲60세 이상
▲암 등 수술 받은 사람
▲비만한 사람
▲장기 입원자 등이다.
◇"초음파검사보다 혈액검사 먼저 해야"
혈전증 검사는
혈관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한다.
동맥혈전증은 심장·뇌 괴사 등의 증상이 확연히 드러나므로 진단이 잘 된다.
하지만 정맥혈전증은 다르다. 김영환 교수는 "정맥혈전증은 증상이 모호하고 가벼운 경우가 많아 다른 질환과 헷갈린다"며
"이제껏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진료 지침이 없어서 병원·의사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검사한 탓에 과잉 진료가 시행되고 진단율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영상의학회가 발표한 '심부정맥혈전증의 한국형 진료지침'에 따르면, 초음파검사 전에 혈액검사 등을 먼저 권한다.
혈액검사는 혈전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작은 조각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김영환 교수는 "혈전증이 아닌 환자를 미리 가려낼 수 있어 진단 효율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18/20161018022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