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욱신욱신 정맥 혈관질환으로 인해 고민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발병 부위에 따라 명칭이 다르지만 모두 한 방향으로 흘러야 할 혈액 흐름에 역류가 발생해 혈액이 한 곳에 고이면서 악화되는 질환들이다.
남성 난임 원인 1순위인 ‘정계정맥류’뿐 아니라 욱신거리는 골반통으로 여성을 괴롭히는 ‘골반울혈증후군’(난소정맥류), 울퉁불퉁 다리 피로의 주범인 ‘하지정맥류’ 등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다양한 혈관질환은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다.
◆욱신욱신 골반통 일으키는 ‘골반울혈증후군’
골반울혈증후군은 만성골반통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국내 만성골반통증 환자 10명 중 3~4명이 골반울혈증후군에 해당할 정도다.
골반울혈증후군은 난소정맥 속 판막이 고장 나 혈액이 역류하며 골반 내 정맥총(혈관덩어리)에 울혈이 생긴다. 생리 직전 느껴지는 복부 불쾌감, 허리·엉덩이 통증, 성교통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힌다.
김건우 민트병원 정맥류센터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은 “지속적으로 복부·허리·회음부 등에 묵직한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골반울혈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며 “하지정맥류처럼 피부 바깥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진단이 어려운 편이라 여러 병원을 찾아 헤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통계상으로는 2자녀 이상 출산한 여성에게서 주로 발병하지만 미혼여성에게서도 나타나기도 한다. 골반통의 원인이 골반울혈증후군으로 명확하다면 난소정맥 색전술 등의 치료를 통해 교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골반통의 원인은 복합적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과 이에 따른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울퉁불퉁 다리 피로 주범 ‘하지정맥류’
하지정맥류는 판막(Valve)의 고장으로 심장으로 흘러야 할 혈액이 역류해 발생하는 혈관질환이다. 비만과 임신, 노화, 가족력 등이 원인이며 서서 일하거나 장시간 앉아있는 생활‧업무 습관으로 악화된다. 부종, 통증, 멍, 열감, 구불구불 튀어나온 혈관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하지정맥류를 종아리나 허벅지에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것만 생각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이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혈액들이 엉켜 혈전을 형성하기도 하고 모세혈관 밖으로 빠져나온 혈액성분과 대사산물로 피부가 검게 변하며 피부염이나 피부궤양으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정맥류는 피부 근처 혈관이기 때문에 도플러 초음파검사를 통해 혈액 흐름, 역류 상태, 혈류 속도 등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초기에는 압박스타킹, 정맥순환 개선제 복용을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으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단계라면 고주파열 폐쇄술(RFA), 베나실(생체접착 폐쇄술), 클라리베인(기계화학 폐쇄술) 등 최소침습 치료로 수술 만큼의 효과를 얻으면서도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정계정맥류, 남성 난임 원인 1순위
정계정맥류는 고환 상단의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며 생기는 질환이다. 정맥이 크게 확장되면 음낭의 피부 아래로 구불구불 얽힌 혈관들이 보이게 되며, 말랑말랑한 ‘종물’이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약 90% 이상이 왼쪽에 생기는데, 이는 왼쪽에 위치한 정맥이 신체 구조상 고환보다 위에 있는 신장에 연결돼 중력을 거슬러 피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정계정맥류는 평소 큰 증상이 없다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은 난임 진단을 통해, 청소년‧군인은 신체검사 중 우연히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남성난임 환자의 21~41%에서 정계정맥류가 진단되기도 한다.
진단은 도플러 초음파검사로 혈액 역류 상태를 확인하고 이어 체온열검사, 정액검사 등을 추가로 실시할 수 있다. 초기에는 치료 없이 지켜볼 수 있으나 3기 진단을 받으면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복부 절개수술이 아닌 팔 쪽에 바늘구멍으로 접근해 문제 혈관을 막아 증상을 없애는 인터벤션 색전술이 권장된다.
이처럼 다양한 정맥류는 초기에 발견하면 생활습관 교정, 약물치료 등으로 지켜보며 관리할 수 있다. 다만 진행성 질환이므로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치료가 필요하다.
김건우 원장은 “한 환자에서 두 종류 이상의 정맥류가 함께 발병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병력이나 증상이 있다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포츠월드>
입력 : 2022-02-03 01:00:00 수정 : 2022-02-03 0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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