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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 혈액순환이 잘 안 돼요. 이것도 병일까요? [의사에게 듣는 '질환' 이야기]

정혜거사 2021. 11. 5. 22:50

순환기계통 질환

“어디가 불편하신가요?”라는 질문에 자신의 다리를 만지면서 “선생님! 요즘 혈액순환이 안되는 것 같아요”라고 하는 환자분들이 간혹 있다. 물론 다리가 저리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신 것이다.

 

이럴 때면 환자분이 민망하지 않게 마치 농담하듯이 “환자분~ 혈액순환이 안되면 큰일 날 수도 있어요~~”라고 답한다. ‘혈액순환’이 무엇인지, ‘혈관질환의 종류와 차이점’을 알고 있으면, 놀란 표정도 잠시일 뿐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혈액순환
생명체의 장기-조직-세포는 ‘항상성 유지’를 위해 혈액을 통해 영양과 산소를 받아 에너지를 만들고, 이때 발생하는 노폐물은 몸 밖으로 내보낸다.

 

심장, 혈관을 통한 일련의 혈액 이동과정을 ‘혈액순환(blood circulation)’이라 한다. 혈관은 심장에서 나오는 동맥(artery)과 조직의 섬세한 모세혈관(capillary), 그리고 다시 심장으로 혈액이 돌아오는 정맥(vein)으로 구분된다.

‘혈관과 혈액’은 일상생활에서 보는 ‘도로망과 자동차’를 생각하면 쉽다. 혈관은 도로로 동맥은 고속도로, 정맥은 지방도로 정도이다. 혈액의 적혈구는 산소를 나르는 트럭, 백혈구는 군용차량, 혈소판은 도로 보수 차량이다.

 

‘고속도로(동맥)’가 폐쇄되면 어떻게 될까? 영양소와 산소이동이 멈추는 것과 같다. 막힌 이후의 인체 조직은 괴사하고 결국, 장기는 그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도로(정맥)’가 막히면 조금 불편한 정도로 다행히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가끔 붓거나 저리다고 표현하고, 어떤 경우 다리에 울퉁불퉁 혈관이 튀어나와 보일 수도 있다. 물론, 다리가 저리다는 증상의 원인이 신경계에 있을 수도 있다.

동맥질환
‘고속도로(동맥) 질환’들은 보통 동맥경화증(arteriosclerosis)과 죽상경화증(atherosclerosis)으로 시작한다. 이 둘은 말 그대로 동맥의 벽이 두꺼워지고 탄성이 없어져 ‘동맥이 딱딱해지고 좁아진다.’라는 의미이다.

 

일반적인 원인은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과 당뇨이다. 그 외 염증, 대사증후군, 지혈과 관련된 요소 그리고 운동 부족, 스트레스, 비만 등도 관련 있다.

 

치료 없이 방치, 진행된다면 결국, 심장 동맥을 막는 심근경색, 뇌동맥을 막는 뇌경색, 혈관 벽이 얇아져서 늘어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동맥류 그리고 손끝, 발끝이 괴사하는 말초혈관질환(Buerger’s disease) 등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고속도로(동맥) 질환은 경과와 예후가 좋지 않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맥질환
대표적인 ‘지방도로(정맥) 질환’에는 하지정맥류(varicose vein)가 있다. 다리의 얕은 정맥이 확장되어 구불구불하게 보이고, 오래 서 있으면 불편함과 통증이 생긴다.

 

원인은 정맥에만 있는 판막(valve) 손상으로 역류를 막아주지 못해 생기는 정맥혈관의 ‘혈액 정체’ 때문이다. 또 다른 정맥질환으로 혈전정맥염/정맥혈전증 등 혈전(핏덩이)과 관련된 질환도 있다.

 

다리가 붓거나 정맥 확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정도에 따라 저린 느낌, 통증, 열감, 발적 등 다양한 증상을 볼 수 있다.

 

작은 정맥에 생기는 혈전은 큰 문제가 없지만, 굵은 정맥에 생기는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DVT)은 위험할 수 있다.

혈액순환에서 동맥, 정맥이라는 혈관은 마치 하나인 것처럼 보이지만, 확실한 구분이 가능하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는 ‘혈관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이렇게 증상과 결과가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 칼럼은 해운대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센터장의 기고입니다.)

해운대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센터장

기사입력 2021.11.05. 오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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