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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고질병’ 목·허리디스크, 수술만이 해답 아냐

정혜거사 2021. 10. 21. 08:37


[서울경제]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이나 고개를 숙인 채 학업에 몰두하는 학생들이 피해갈 수 없는 질병이 있다. 목·허리디스크(경추·요추 추간판 탈출증)다.

 

과거에는 노인들에게 자주 발병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좌식 생활을 하는 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현대인의 고질병’이 됐다.

사람의 목과 등은 수십 여 개의 뼈로 연결돼 있다. 뼈와 뼈 사이에서 몸의 충격을 흡수시켜 주고 완충역할을 하는 것이 추간판, 즉 디스크다. 디스크는 스프링처럼 충격을 완화하고 척추 뼈들이 부딪치지 않도록 보호한다.

 

내부는 젤리처럼 생긴 수핵과 이 수핵을 감싸는 섬유륜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수핵은 나이가 들수록 수분이 감소해 굳어지고, 섬유륜은 갈라지면서 약해진다.

 

이 상태에서 하중이 가해지면 수핵이 섬유륜을 뚫고 밖으로 나와 신경근 또는 척수를 누르고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데, 이를 디스크라고 한다.

최근에는 잘못된 생활습관이 디스크의 발병 연령을 낮추고 있다.

 

오랫동안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보거나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일하는 경우, 비스듬히 기대 앉고 다리를 꼬는 경우, 구부정한 자세로 장시간 있는 경우 모두 목·허리디스크 위험성을 높인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목과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20~30대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고 있다.

 

목이 거북이처럼 앞으로 나와 있는 거북목 증후군은 디스크의 위험 신호다.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의 외부 충격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병원에서 목디스크 진단을 받은 환자는 2020 97만 명으로 10년 전인 2010년(69만 명)보다 약 40% 늘었다.

 

허리디스크 환자도 2011 172만 명에서 2019 200만 명을 돌파했다가 코로나19로 내원 환자 수가 적어진 지난해는 195만 명을 기록했다.

디스크는 목이나 어깨, 허리 부위에서 약한 통증으로 시작한다.

 

만약 수일 간 파스나 찜질과 같은 방법으로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고 팔 저림이나 다리 저림 증상까지 나타난다면 목·허리디스크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목디스크가 심한 경우에는 두통과 어지럼증, 허리디스크가 심해지면 대소변 장애나 하지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디스크는 초기에 약물요법이나 물리요법으로 치료한다.

약물은 통증소염제, 근육이완제 등이 사용된다. 

 

온열치료, 초음파요법, 전기자극치료 등 물리요법으로 통증과 경직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문제가 있는 신경근 부위에 긴 주삿바늘로 특수 약물을 주입해 만성적인 통증을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약물·물리치료를 해도 견딜 수 없는 통증으로 생활이 되지 않는 경우, 팔이나 하지 근육의 마비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요법이 사용된다. 수술은 내시경이나 현미경을 이용한 요추후궁절제술 및 디스크제거술이 보편적이다.

 

최근에는 고주파나 레이저를 이용한 디스크제거술 및 신경성형술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진동규 강남세브란스 신경외과 교수는 “처음부터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 보존적 치료를 통해 진통제와 주사부터 사용한다”며 “그럼에도 심한 통증이 지속되거나 신경을 압박하는 협착증이 있을 때는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만 해도 70대 이상은 디스크 수술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노인 환자들에 대한 수술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호전될 가능성이 큰 경우다.

 

진 교수는 “노인들은 협착증이 중추신경이 망가지는 척수증으로 발전해 팔·다리 마비가 오는 심한 상태로 빠질 수 있다”면서 “전문가 의견을 받아보고 상태를 점검해 수술적 치료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스크는 기본적으로 노화와 관련된 질병이어서 질병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호전시킬 수는 있다.

 

디스크 예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와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의자에 앉을 때는 비스듬히 기대 앉지 말고 엉덩이를 등받이까지 붙여 허리를 반듯하게 펴야 한다.

 

오랜 시간 앉아 있을 때는 중간 중간 일어서서 걷거나 스트레칭을 한다. 컴퓨터 모니터는 조금 아래로, 스마트폰의 화면은 들어 올려 최대한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좋다.

 

무거운 물건은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몸 전체를 이용해 들어 올려야 한다.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운동해 목이나 허리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면 디스크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진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디스크를 친구처럼 몸에 가지고 살면서 증상을 다스리고 있다”면서 “올바른 생활 습관과 적당한 운동, 체중 관리 등의 방법은 일정 부분 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왕해나 기자(haena07@sedaily.com)

기사입력 2021.10.21. 오전 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