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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암병원이 공개하는 유방암의 모든 것-①

정혜거사 2021. 7. 16. 08:08

여성암 증가율·발생률 1위지만 치료 후 생존율 90% 이상…"절망 안돼"
1개월에 한 번씩 자가검진으로 '멍울·분비물' 등 유방 변화 살펴야
유방암 진단 후엔 '2차의견' 받는 게 도움…"암이라면 맘모톰 시술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유방암은 전세계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암이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펴낸 세계 암 보고서 '글로보칸(Globocan) 2020'을 보면, 1년간 새로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만 226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매년 신규 환자 수가 2만명 이상 발생해 여성암 중 발생률과 증가율 1위를 각각 기록 중이다. 특히 2011년 이후 전체적인 암 발생률이 조금씩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지난 10년간 유방암 환자 수는 2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지금 같은 증가 추세라면 현재 20대인 여성 13명 중 1명은 살아가면서 유방암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고 유방암이 절망해야 할 질환은 아니다. 주 치료법인 수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약품이 지속해서 개발되면서 치료 성적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온몸에 전이가 진행되는 4기 환자를 포함하더라도 전체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0%를 넘어선 상황이다.

연합뉴스와 서울대암병원 유방센터가 공동으로 이런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 예방법을 집중 조명해봤다.

유방센터 소속 의료진들은 한결같이 "유방암에 걸렸다고 해서 절대 절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절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암을 극복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담에는 서울대암병원 소속 한원식 유방내분비외과 교수(유방센터장), 진웅식 성형외과 교수, 장정민 영상의학과 교수, 이경훈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대표로 참여했다.

관련 내용은 연합뉴스 유튜브(통통TV) '김길원의 헬스노트'를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길원의 헬스노트]

-- 유방암을 의심해볼 수 있는 유방의 변화가 있나.

▲ (한원식) 유방은 밖으로 드러나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가장 흔한 증상은 멍울이다. 암이 생기면 정상적인 조직보다 단단해지고, 어느 정도 크기 이상이 되기 때문에 이런 멍울이 만져질 수 있다.

 

멍울은 크기가 작은데도 잘 만져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멍울은 크기가 큰데도 잘 만져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음으로는 유두를 통해 분비물이 나오는 수가 있다. 모유 색깔이나 맑은 건 문제가 없지만, 검은색으로 죽은 피처럼 나온다면 유방암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유두에서 피가 나오는 경우에도 암이 아닌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만약에라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김길원의 헬스노트]

흔하지는 않지만, 겨드랑이에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왜냐면 유방암이 가장 먼저 전이되는 데가 겨드랑이 림프절인데, 유방에서 만져지지 않던 멍울이 림프절로 전이돼 만져지면서 발견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는 유두 밑에 있던 암이 유두를 끌어당겨서 유두가 갑자기 함몰되거나, 피부의 특정 부위가 돌연 푹 꺼질 수도 있다. 이 밖에 유두와 유륜 부분이 습진처럼 변하는 것도 유방암의 증상 중 하나다.

-- 이런 증상들은 자가검진으로 충분히 체크가 가능한가.

▲ (한원식) 자가검진으로 모든 걸 다 발견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자주 살펴볼수록 암을 빨리 찾아낼 가능성은 커진다. 그래서 항상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고, 정기적으로 한 달에 1번 정도는 손으로 만져보기를 권한다.

 

폐경 전이라면 생리 끝나고 4∼5일 이상 지난 다음에, 폐경 후에는 아무 때나 날짜를 정해서 하면 된다. 자가검진을 할 때는 손가락으로 가슴을 쥐지 말고, 손가락 3개로 가슴 전체를 골고루 지그시 눌러서 만져보는 게 가장 좋다.

[김길원의 헬스노트]

-- 이상 증상이 생겼을 때 대처법은.

▲ (한원식) 만져지는 게 있다면 굉장히 주의해야 할 증상인 만큼 빨리 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 다만, 유방이 치밀하거나 젊은 여성인 경우에는 생리 주기에 따라 가슴이 뭉쳤다, 풀어졌다 할 수 있다.

 

따라서 멍울 등의 증상이 정상적인 뭉침인지, 종괴인지 구별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생리가 끝난 다음에 다시 만져보거나, 반대쪽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그랬는데도 뭔가 확실히 만져진다면 꼭 병원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김길원의 헬스노트]

-- 병원을 찾았을 때 진단검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 (장정민) 유방센터에 내원하는 환자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아무 증상이 없는데 검진을 위해 오시는 분들과 멍울이나 유즙 등의 증상이 있어서 오시는 분으로 나뉜다.

 

검진의 경우 국가암검진이 4069세까지 2년에 한 번씩 유방촬영술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건 최소한의 검진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실제로는 이것보다 조금 더 자주 검사할 수 있고, 본인의 가족력과 유전자 변이 등으로 유방암 위험도가 높은 경우에는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이 도움 될 수 있다.

 

증상이 있는 여성의 경우 나이와 증상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질 수 있는데, 대부분은 유방촬영술(X-선)이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법이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초음파검사를 더 해서 호소하는 증상이 무엇 때문인지를 확인하고, 조직검사가 필요하면 초음파 유도하에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초음파에서는 암 조직이 보이지 않고 유방촬영술이나 MRI에서만 보이는 경우도 많다.

-- 유방암 진단에 쓰이는 '맘모톰'(진공흡인시술)으로 수술도 가능한가.

▲ (장정민) 맘모톰은 큰 바늘을 몸 안에 집어넣고 진공을 걸어서 조직을 잘게 잘라내 밖으로 뽑아내는 시술을 말한다. 이 장비는 많은 조직이 필요한 조직검사의 목적으로 시작됐고, 실제 지금도 그 목적으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다만, 이렇게 하다 보니까 조직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작은 병변이 함께 없어지는 이차적인 효과도 볼 수 있게 됐다. 이후 암이 아닌 1.5∼2㎝ 정도의 아주 작은 양성종양은 이것으로 치료까지 겸할 수 있다는 일부 결론이 나온 상황이다.

 

따라서 젊은 여성이면서 병변이 작고, 상처를 최소화하려 한다면 맘모톰 절제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양성종양 등의 적응증을 잘 선택했을 때 얘기고, 암(악성종양)의 제거를 위한 용도라면 절대 쓰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진공보조 절제장치(맘모톰)
[유방암학회 제공]


-- 양성인지, 악성인지 불분명한데 병원에서 맘모톰 수술을 권한다면.

▲ (장정민) 일단 양성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조직검사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양성으로 보인다고 해서 다 양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양성 같은 암도 있을 수 있다.

 

만약 양성이 확실한데, 크기가 작고 불안하다면 맘모톰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양성 병변이나 물혹 등을 맘모톰으로 다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은 의미가 없다.

 

치료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제거한다고 해서 암이 예방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과한 치료가 될 수도 있으니 다른 의견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

-- 유방암 진단 후 이차적인 의견이 필요하다고 보나.

▲ (한원식) 모든 암은 이차적인 의견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유방암도 이차적인 의견을 받아보고 판단하는 게 좋겠다.

암 종류별 상대 생존율 (CG)
[연합뉴스TV 제공]


-- 유방암 진단 후의 치료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 (이경훈) 가장 중요한 치료는 수술이다. 수술 외에 보조적인 치료로 약물이나 방사선이 있다. 유방암은 수술 전후의 치료가 효과를 잘 나타내는 암이다. 아직 수술을 대체하는 약물은 없다.

 

약물치료를 보자면 전체 환자 중 3분의 2 정도가 호르몬 양성이어서 호르몬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유방보존술이나 전절제를 했더라도 위험도가 큰 경우에는 방사선치료로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 수술 시 유방 재건술은 꼭 필요한가.

▲ (진웅식) 수술한 여성들이 유방이 사라짐으로써 생기는 상실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통 가슴을 완전 절제하는 환자들의 40% 정도가 유방 재건술을 한다.

 

재건술을 하지 않은 60%의 환자와 비교한 연구결과를 보면, 유방 재건을 한 사람들은 삶의 질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척추측만증 등의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했다.

 

유방 재건술은 수술과 동시에 함께 하는 게 낫다. 과거에 유방절제술을 한 사람들도 다시 재건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척추측만증의 변형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다.

'유방 보형물' 희귀암 첫 사례'(CG) [연합뉴스TV 제공]

-- 가슴 미용성형과 유방암의 연관성이 있나.

▲ (진웅식) 보형물과 관련된 림프종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표면이 거친 보형물이 림프종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이런 보형물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방 보형물이 유방암 진단을 방해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멍울 같은 게 잘 만져지고 초음파 등에서 유방의 실질을 잘 보여준다는 보고도 있다. 과거 유방에 보형물을 넣은 여성은 유방암 수술 시에도 대부분 재건하는 경향이 있다.

-- 유방암 완치는 어떻게 판정하나.

▲ (한원식) 유방암에 완치라는 개념은 없지만, 재발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진다. 보통 암 수술 후 평균 10년 지나면 병원에 오지 말라고 한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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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16. 오전 6:13 

김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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