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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흡연자 위협하는 '배 속 시한폭탄', 복부 대동맥류 아세요?

정혜거사 2021. 6. 2. 08:44

대동맥 혈관 늘어나고 확장되는 질환
별다른 증상 없어… 파열 땐 급사 위험
최소 침습 스텐트 그라프트 넣어 치료

유지훈 중앙보훈병원 흉부외과 교수

"조기발견 중요, 고위험군 정기 검사를"

 

중앙보훈병원 흉부외과 유지훈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고령 남성 흡연자, 또는 복부 대동맥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 검진을 통해 병을 조기 발견·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복부 대동맥 혈관이 풍선처럼 부푸는 '복부 대동맥류'는 혈관이 파열될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문제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자각이 어렵다보니, 병을 발견할 때면 이미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중앙보훈병원 흉부외과 유지훈 교수는 "복부 대동맥류로 인해 혈관이 파열되면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 사망하기도 한다"며 "과거보다 치료법이 발전해 최소 침습적 시술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해진 만큼,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73%가 65세 이상… 소리 없이 찾아와 사망까지

 

복부 대동맥류는 복부 대동맥 혈관이 확장되는 질환으로, 노화와 흡연, 이로 인한 동맥경화, 대동맥 박리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고령자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혈관 벽이 약화·변성되면서 발병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

문제는 질환 특성상 별다른 증상이 없는 데다, 발견이 늦어 혈관이 파열되면 병원 도착 전, 또는 치료 중 사망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복통·구역질·복부 팽만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대부분 정기 검진이나 다른 질환의 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유 교수는 "부푼 혈관이 주변 장기를 누르거나 막으면서 증상이 생길 수 있지만, 움직임이 많은 복부 장기들은 혈관 변화의 영향을 쉽게 받지 않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초음파·CT 통해 직경·모양 등 확인 후 치료 결정

 

대동맥류 진단을 위한 복부 초음파검사에서는 전반적인 혈관 상태를 확인하고, 추가로 CT 촬영을 통해 직경과 모양, 통증·궤양 여부 등을 파악한다.

 

정상 혈관 직경인 2㎝를 기준으로 1.5배 이상 커졌을 때, 즉 3㎝ 이상일 때부터 복부 대동맥류로 진단하며, 5㎝ 이상일 경우엔 연령에 상관없이 치료한다.

 

직경이 5㎝ 미만이지만 ▲1년 사이 5㎜ 이상 늘어난 경우 ▲복부 통증이 있는 경우 ▲동맥류 모양이 좋지 않은 경우 ▲궤양으로 인해 혈관에 구멍이 생겨 튀어나온 경우에도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고령 환자들 선호하는 최소 침습적 스텐트 시술

 

복부 대동맥류의 주요 치료 옵션은 '인조혈관 치환술'과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두 가지다. 인조혈관 치환술은 개복 후 늘어난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바꿔주는 치료법이다.

 

근본적인 치료는 가능하지만, 절개 부위가 크고 상대적으로 출혈·조직 손상 위험이 높은 점, 긴 수술 시간, 수술 전·후 입원·금식 기간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근 많은 환자들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선호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금속 그물망인 '스텐트 그라프트'를 대동맥에 삽입하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혈액이 스텐트 그라프트 안으로만 흐르도록 하고 대동맥 벽에 혈압이 전달되는 것을 차단한다.

 

최소 침습적으로 진행됨에도 수술과 동등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입원·회복 기간이 짧다.

 

유 교수는 "수술이 혈관을 제거하고 인조혈관과 기존 혈관을 연결한다면, 삽입술은 혈관을 제거하지 않고 기존 혈관 모양에 맞춰 스텐트 그라프트를 펼쳐 넣는다"며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환자에게는 수술과 스텐트 삽입술의 치료 효과가 동등하고, 특히 고령·고위험 환자에게 보다 합당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전하는 삽입술, 하복부도 치료 가능

 

최근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과거보다 혈관 삽입 도관의 직경을 줄였으며, 시술 기구도 복부 대동맥 구조·위치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다.

 

또 내구성이 좋은 복합 폴리에스테르 소재를 적용하는 동시에, 복잡한 혈관에서도 스텐트 그라프트를 안정적으로 위치시켜 혈류 누출 부작용과 사망 위험을 낮췄다.

 

유지훈 교수는 "과거 스텐트 그라프트가 혈관에 삽입하기 쉽게 일자 모양으로 만들어졌다면, 최근에는 혈관 모양에 맞춘 다양한 모양의 스텐트 그라프트가 사용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분지(대동맥에서 뻗어 나온 작은 줄기)에 침범한 대동맥류까지 치료 가능한 차세대 스텐트 그라프트가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험군이라면 연 1회 검사 필수

 

복부 대동맥류는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발생 위험이 4~5배가량 높아진다. 따라서 65세 이상 고령자, 특히 흡연, 가족력 등 위험 인자를 가진 경우, 연 1회 흉부 CT 또는 MRI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유지훈 교수는 "복부 대동맥류는 정기적인 검사만이 병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검사와 함께 고지혈증·고혈압 등 기저질환 관리, 금연 등의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jjb@chosun.com
기사입력 2021.06.02. 오전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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