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정맥 혈전증
오랜 시간 고정된 자세로 앉아있으면 다리가 부어오르고 신발이 꽉 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다리가 붓는 것은 혈액순환의 문제다.
심장에서 동맥을 통해 다리로 전달된 혈액은 다시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우리 몸은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오래 서 있으면 다리 쪽으로 혈액이 모이고 수분이 쌓이게 된다.
부은 다리는 대개 자고 일어나면 이전으로 돌아온다. 누운 자세에서는 다리에서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중력의 영향을 적게 받아 흐름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계속 다리가 부어있거나 통증까지 동반된다면 정맥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정맥질환으로는 하지정맥류가 있는데 비슷한 증상을 갖고 있지만 원인과 치료법이 완전히 다른 심부정맥 혈전증도 있다.
두 질환 모두 다리가 붓고 통증이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증상의 원인은 물론이고 치료법이 전혀 달라 주의가 필요하다.
심부정맥 혈전증은 혈관이 막혀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다리 깊숙한 곳에 있는 정맥인 ‘심부(深部)정맥’에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히면 혈액이 다리에서 심장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증상을 유발한다.
혈전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거나 외상이나 수술로 혈관이 손상을 입었을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움직이지 않으면 심부정맥 혈전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장시간 비행기의 좁은 좌석에 앉아 있어야 하는 장거리 비행 승객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라 해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한다.
심부정맥 혈전증이 생기면 갑자기 다리가 심하게 붓고 탱탱해지거나 걸을 때 통증을 느낀다. 심한 경우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발생한다. 다리의 피부가 붉은색이나 파란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피부에 열감이 느껴지거나 발을 위쪽으로 젖혔을 때 장딴지 근육에 통증이 느껴진다. 이런 증상들은 대개 한쪽 부위에만 발생한다. 주로 종아리와 허벅지에 발생하지만 골반이나 팔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심부정맥 혈전증은 일반인에서 1000명 중 1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화, 식습관의 변화, 수술이나 암 환자의 증가로 환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심부정맥에 혈전이 생기면 즉시 치료를 해야 한다. 특히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이 나타나면 생명을 위협하는 폐색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부정맥 혈관벽에 붙어있던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 혈관을 타고 흘러 심장과 폐동맥을 지나게 되는데 폐동맥을 지나던 혈전이 순식간에 폐동맥을 막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혈전을 제거하고 다시 혈전이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모든 혈전의 크기와 위치에 상관없이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가능한 경우 더 이상 혈액이 굳지 않도록 와파린이나 헤파린과 같은 항응고제를 사용한다.
시술법으로는 혈관으로 혈전 용해제를 넣어 서서히 혈전을 녹이거나 혈관을 따라 카테터라는 가느다란 관을 삽입해 혈전을 직접 빨아들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국내에서 심부정맥 혈전증 치료용으로 허가돼 사용되는 카테터는 혈관 안에서 생리식염수를 고속으로 분사하면서 생기는 압력 차이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혈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판막 손상이 적고 혈전 용해제 사용량과 투여 시간을 줄여 빠른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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