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가장 낮은 `최악의 암`
조기 발견 어렵고 전이는 빨라
진단 환자 중 20%만 수술 가능
진단·항암·수술 기술의 발달로
생존기간·생존율 모두 증가세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발생률이 낮지만 사망률이 높아 가장 악명 높은 암이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7년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7032명(남자 3733명, 여자 3299명)으로 전년보다 310명이 증가했다.
췌장암 발생 환자 수는 위·대장암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5년 상대생존율은 12.2%로, 담낭 및 기타담도암(28.9%)과 함께 가장 낮다. 이 때문에 췌장암은 '절망의 암'이라고 불린다.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발견해도 전이가 빨라 전체 환자의 80%는 수술치료가 어렵다. 췌장암 수술이 가능한 1~2기 환자는 약 30%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암을 발견해도 늦었다는 생각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지만 췌장암도 정기 검진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췌장(이자)은 위장 뒤쪽인 등에 가까이 위치해 있는 장기로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화효소는 음식물을 십이지장으로 내보낼 때 원활한 음식물 분해를 돕고,
인슐린 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췌장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 몸은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췌장암 90% 이상은 췌관세포에 암이 생긴 췌관선암이다.
췌장암은 복통과 황달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또한 갑자기 생긴 당뇨병이나 당뇨병 환자에게서 특별한 이유 없이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도 췌장암을 의심해야 한다.
전이가 되면 복강신경총을 침범하는 경우 배와 등이 동시에 아플 수 있고, 간에 전이되어 담도를 막을 경우 황달 및 염증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다.
건강검진을 위해 시행한 복부 초음파 혹은 복부 컴퓨터 단층 촬영(CT)에서 발견되는 무증상의 췌장암도 있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췌장암을 진단하기는 어렵다.
췌장암의 위험인자는 아직 정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지만 흡연, 당뇨병, 만성췌장염, 60세 이상, 남성, 비만, 과도한 음주 등이 췌장암의 발생과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흡연은 현재까지 알려진 췌장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며 당뇨병도 췌장암의 원인이자 결과일 수 있어 연관성이 있다. 만성췌장염도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어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췌장암은 현재까지 선별검사로 확립된 검사가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암이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선택적으로 종양표지자, 복부 초음파, 복부 CT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명확한 지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진단 방법에는
△혈액검사
△복부 초음파
△CT
△MRI
△내시경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내시경 초음파
△PET 등이 사용된다.
췌장암이 있으면 혈액검사에서 빌리루빈,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달효소(AST), 알라닌 아미노전달효소(ALT), 알칼린 포스파타제(ALP), 감마 글루타밀전달효소(r-GT) 수치가 증가할 수 있다.
췌장암의 종양표지자로 알려진 혈청 탄수화물항원은 단독으로 췌장암 진단에는 제한적이고 영상검사에서 췌장암을 의심할 만한 췌장 종괴가 발견된 경우 감별진단에 중요한 정보로 사용된다.
CT는 췌장암 진단과 병기 평가에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췌장암의 원발 병변 크기와 주위 침윤 정도를 파악할 수 있고 복강 내 림프절 전이, 간 전이, 복막 전이 등 췌장암의 초기 확산 평가에 유용하다.
또한 주간문맥, 총간동맥, 상장간막혈관, 복강동맥 등 주요 혈관 침윤을 파악할 수 있어 췌장암의 수술적 절제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박태영 인제대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어려워 완전한 치료가 어려운 암이지만 항암제와 수술 방법의 발달, 그리고 통증 조절을 위한 다양한 완화요법이 개발되고 있어 치료 효과가 점점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췌장암은 완치를 위해서 근치적 수술 절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수술적 절제가 가능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먼저
△췌장 외 전이가 없으며
△상장간막정맥과 간문맥 연결 부위의 침윤이 없고
△복강동맥이나 상장간막동맥으로의 침범이 없으며
△췌장암 주변부 절제가 가능해야 한다.
이렇게 췌장암의 근치적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췌장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2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수술 방법은 췌장의 머리 부분에 암이 있는 경우 '췌두부 십이지장 절제술'이나 '유문 보존 췌두부 십이지장 절제술'을 시행한다.
췌장 몸통이나 꼬리에 암이 있는 경우 '췌미부 절제술'을 시행하게 되며, 췌장 전반에 암이 있으면, 때에 따라 췌장 전체를 절제하는 '췌전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 후 합병증은 단기적으로 소화장애, 수술 부위 문합부 누출, 출혈, 감염, 염증 및 설사 등이다. 장기적으론 당뇨 등의 내분비 기능 장애, 가스가 자주 차고 방귀가 자주 나오며 속이 부글거리는 등의 외분비 기능 장애, 체중 감소 및 문합부 합병증으로 생기는 위궤양, 췌장관 및 담도관 협착 등이 있다.
췌장암 수술 후 사망률은 1~3%,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은 10~20%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수술 후에는 대개 보조항암요법을 시행해 췌장암의 미세 전이를 최대한 억제하게 된다.
췌장암은 다른 암과 달리 1기라도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또한 3기는 수술이 가능한 경우와 수술이 처음부터 어려운 경우로 구분되고 치료가 다르다.
4기(전이성 췌장암)는 췌장을 벗어난 장기에 침범하는 경우로 암의 전이로 인한 기능 저하 혹은 상실을 최소화하고, 여명(餘命)을 늘리기 위해서 항암치료만 하게 된다.
제일 처음 하는 항암을 '1차 항암요법', 이후 항암제가 바뀌는 경우 '2차 항암요법', 또 바뀌면 '이후 항암요법'이라 한다. 4기인 경우 항암치료를 바로 시작한다.
췌장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증세가 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려워 더욱 치명적이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항암제 개발 및 통증 관리 방법 등 암의 전이로 인한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시술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항암치료는 1년 이상 재발하지 않고 암의 합병증을 최대한 막아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게 목표이다. 투여되는 항암제는 항상 가장 좋은 항암제를 가장 처음에, 그리고 가장 안전한 항암제를 쓴다. 후속 항암제들이 효과가 입증되면 1차 항암제로 자리 잡게 된다.
윤병우 서울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다른 암보다 치료가 힘든 췌장암이지만 효과적인 항암제가 계속 개발되어 치료 효과도 좋아지고 무병생존기간, 평균생존율 모두 증가하고 있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움말=박태영 인제대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윤병우 혈액종양내과 교수, 최혜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기사입력 2020.12.02. 오전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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