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 혈관 튀어나오지 않았어도
다리 피로감 지속땐 의심해봐야
김정환 세브란스병원 교수
[서울경제] 미용실 원장 A씨(43세)는 언젠가부터 다리가 무겁고 피로하며 붓는 느낌을 받았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양말을 벗을 때면 양말 자국이 깊게 생기기도 했다. 처음에는 ‘하루종일 서서 일하다 보니 발이 부었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리에 실핏줄이 보이고 지렁이 모양의 혈관이 튀어나온 것을 발견해 대학병원을 찾았다. 혈관 초음파·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후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고 주사요법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서 심장으로 향하는 정맥 속 판막에 이상이 생겨 정맥혈이 역류하는 만성 정맥부전에 속하는 질환이다. 다만 만성 정맥부전과 동의어로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정맥 속 판막은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혈액이 다시 내려가지 못하게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망가지면 혈액이 역류하게 된다. 역류하는 혈액은 아래에서 올라오는 혈액과 부딪혀 충돌하고 그 압력으로 정맥이 부풀어 오른다.
압력이 심해지면 정맥 혈관이 늘어지고 꽈리 모양으로 피부 위로 툭 튀어나온다. 이렇게 혈관이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면 하지정맥류일 수 있다.
만성 정맥부전은 피부 밑의 모세혈관이 도드라져 보이는 말초혈관 확장(1단계), 하지정맥류(2단계), 다리 부종(3단계), 종아리 피부가 거뭇거뭇하게 변하는 과색소침착(4단계), 궤양 발생(5~6단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맥 혈관이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어도 정맥혈이 역류해 위 증상이 생기거나 만성적으로 다리 피로감, 부종, 경련 등이 있으면 만성 정맥부전을 의심해봐야 한다. 하지정맥류는 심한 경우 혈액 순환장애까지 초래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하지정맥류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5년 15만1,239명에서 지난해 21만6,127명으로 43%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환자의 68%(14만7,546명)가 여성으로 남성(6만8,581명)의 2.15배에 이른다.
남성에 비해 근육의 힘이 약한데다 월경·임신·출산 등 호르몬 변화로 인해 정맥이 팽창하거나 판막 기능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임신한 경우 태아의 성장과 함께 자궁이 커지면서 정맥을 눌러 하지정맥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정맥류의 대표적 증상은 다리에 혈관이 튀어나와 보이는 것이다. 이때는 하지정맥류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다. 혈관 돌출 이전에는 다리에 피로감과 무거운 느낌이 자주 느껴지거나 쥐가 많이 날 경우 하지정맥류를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저녁이나 밤에 다리가 심하게 붓고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임산부,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하지정맥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정맥류 치료의 관건은 원인 부위를 찾는 것이다. 혈관초음파나 혈관CT를 시행한다. 비교적 초기 단계의 하지정맥류는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활용하거나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보존적 치료, 약물치료, 주사요법 등으로 쉽게 해결되는 편이다.
하지만 꽤 진행된 하지정맥류는 문제를 일으킨 혈관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정맥류는 질병 형태에 따라 치료방법이 매우 다양하므로 의료진과 적절한 치료법을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는 게 좋다.
오랜 시간 자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채 서 있거나 앉아 있고 특히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이 있다면 하지정맥류 발생 위험이 높다. 잘못된 습관들은 다리 정맥과 근육에 직접 영향을 줘 원활한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유독 다리가 무겁다는 느낌이 들면 심장보다 다리를 높은 위치에 두는 자세를 취해 다리 정맥의 혈액순환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교사, 택시기사, 승무원이나 임산부는 적어도 1시간에 두 번 이상 몸 전체를 크게 움직여 다리에 가해지는 압박과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효과적인 하지정맥류 예방법이다.
/김정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기사입력 2020.06.11. 오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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