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기획 / 해외성지순례 모래언덕에 꽃 피워낸 찬란한 불교문화

중국 실크로드/ 우루무치에서 서안까지

‘비단길(Silk Road)’이라고 일컫는 실크로드는 고대 중국과 서역 각국 간에 비단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무역을 하면서 정치ㆍ경제ㆍ문화를 이어 준 교통로의 총칭이다. 총길이 6400㎞에 달하는 실크로드라는 이름은 독일인 지리학자 리히트호펜(Richthofen, 1833∼1905)이 처음 사용했다.

중국 중원(中原) 지방에서 시작하여 하서회랑(河西回廊-황하 서쪽의 긴 복도 모양으로 난주 둔황 등 실크로드의 핵심지역을 말한다)을 가로질러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북 가장자리를 따라 파미르 고원, 중앙아시아 초원, 이란 고원을 지나 지중해 동안과 북안에 이르는 길이다. 이번호에는 중국의 서북단 끝인 우루무치에서 하서회랑을 거쳐 서안에 이르는 순례코스를 소개한다.

# 중국 서북단 끝 우루무치

천산산맥의 천지 연못.

신강 위구르자치구의 구도(區都)인 우루무치는 천산산맥의 북쪽 기슭, 해발 915m의 고지에 있다. 우루무치는 중국내 자치구 중 최대의 면적과 인구를 가진 신강 위구르자치구의 수도로서 남쪽으로는 타클라마칸 사막과 곤륜산맥(昆崙山脈)과 닿아 있고, 서쪽은 실크로드 오아시스의 요지인 이령(伊寧)을 지나 파키스탄으로 이어진다. 이곳 우루무치는 자치구의 수도이지만, 주민의 대부분은 한족이다.

예전부터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도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이주 정책의 영향이 크다. 인구는 약 80만을 헤아리며, 서역 최대의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우루무치란 위구르어로 ‘이름다운 목장’이란 뜻이다. 그러나 지금은 초원은 사라지고 현대화·개방화의 물결에 의해 고층빌딩이 들어서면서 중국의 여타 개방 도시처럼 도시화되고 있다.

우루무치 남쪽에서 75km 떨어진 천산산맥에 위치하는 남산목장은 유목 민족인 카자흐족이 대대로 방목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목장이다. 푸른 산과, 드넓은 초원, 그리고 카자흐족의 전통 숙소인 게르(파오)에서 유목민들의 삶과 풍습을 볼 수 있다. 남산목장 안쪽에는 높이 40m의 아름다운 폭포가 있다.

우루무치 시내에서 동쪽으로 100km 떨어진 천산(天山)의 천지(天池)는 해발 5445m의 뻐거다봉(博格達峰) 중턱 1980m 지점에 있는 호수다. 유람선을 타고 천지를 유람하면서 푸르른 호수에 비치는 그 주변의 울창한 침엽수림과 설산이 멋진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볼 수 있다.

 

# ‘서유기’ 고향 토번왕국 투루판

투루판의 천불동 외부모습.

위구르어로 ‘파인땅(분지)’을 의미하는 투루판은 우리에게 ‘토번(吐蕃)’으로 알려진 곳이다. 해수면 보다 낮은 해저 154m의 저지대에 위치한다. 사막 한 가운데 푹 꺼진 분지에 위치하는 투루판은 <서유기>에서 삼장법사가 천축(오늘날 인도)에 불교경전을 구하러 가는 길을 방해했다고 묘사될 정도로 무더운 날씨를 보인다. 여름철 최고 기온이 50℃에 육박한다.

투루판 서북쪽으로 약 10㎞지점에 위치한 교하고성은 고대 서역의 36국가 중 차사전국(車師前國)의 도읍지다. 6세기 초 이 지역에 성을 짓기 시작했고, 파손된 불상과 법당터 등과 남아 있는 성의 흔적은 당나라 때의 건축물이라고 한다. 교하고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 지역에 즐비한 까레즈는 설산 빙하에서 끌어 오는 수로시설로 농사와 식수원으로 활용된다. 기원전부터 존재하기는 했으나 본격적으로 개발되어 거미줄처럼 지하수로 완성된 것은 청나라 때이며 중국에서는 까레즈를 만리장성, 남북대운하와 함께 3대 불가사의라고 불린다.

투루판에는 동서 길이 100km, 남북 길이 10km의 화염산(火焰山)이 있다. 여름철이면 지표면의 온도가 70℃에 달해 산이 불에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투루판 남동쪽 40km에 위치하는 고창고성(高昌古城)은 한나라가 멸망한 후 투루판 일대를 1000여 년간 지배한 고창국(高昌國)의 도읍에 만들어진 성터다. 6km에 달하는 성벽과 내부의 모든 건축물은 짚과 흙을 버무려 만든 벽돌로 지어졌다. 고창고성 내에는 당나라의 고승 현장스님이 인도에 불경을 구하러 갈 때 이곳 고창국에 들러 설법을 했다는 광장이 있다.

화염산 중간의 강가 옆 계곡에 조성된 베제클리크 천불동은 석굴사원으로 총 83개의 석굴이 있었는데 현재는 57개가 남아 있다. 석굴 내부에는 6세기 전후에 조성된 화려한 불상과 벽화가 있었는데, 트루판 일대에서 이슬람과 불교 두 문화의 잦은 충돌과 전쟁이 발생하면서 대부분 파손되어 일부만 남아 있다.

 

# 불교유적의 보물창고 ‘둔황’

둔황의 막고굴. 세계 최대의 석굴사원이다.

투루판을 지나 내려오면 사막 한가운데 위치하여 ‘모래 마을’이라는 의미의 사주(沙州)로 불리는 둔황(敦煌)이 있다.

이곳에는 세계가 주목하는 불교유적인 막고굴(둔황석굴)이 있다. 전진시대인 366년 낙준(樂尊)스님에 의하여 조성되기 시작한 석굴사원인 막고굴은 이후 수, 당, 5대10국, 송, 서하, 원을 거치며 1000여 년간 1618m에 735개의 동굴이 만들어졌다. 세계 최대의 불교석굴인 막고굴(莫高窟)에는 현재 492개의 석굴, 1400여 개의 불상과 4만5000㎡의 벽화가 남아있다.

16번 굴에 숨겨진 17번 굴에서 신라의 구법승이었던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을 비롯해 불교 경전, 황제의 칙령, 티베트 의약서, 위구르족의 토지매매 계약서, 고대 기독교의 네스토리우스 경전, 인도 경전, 마니교 경전 등 다량의 고문서가 발견됐다.

둔황 인근에 위치한 명사산(鳴沙山)은 높이 1650m에 800k㎡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의 모래 언덕으로 실크로드가 활황이던 시기에 다양한 물품을 낙타에 싣고 머나 먼 서역을 오가던 상인들의 모습이 떠 올려지는 곳이다. 언덕의 모래가 해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바뀐다는 명사산에는 달빛 아래 환상적인 야경과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단 한번도 마른 적이 없는 샘인 월아천이 있다.

 

# 난주 병령사석굴과 비단길 시작 서안

감숙성(甘肅省)의 수도인 난주에는 병령사 석굴(炳靈寺石窟)이 있다. 현재는 황하댐 건설로 이제는 배를 타고 들어가서 볼 수 있다. 병령사 석굴사원의 ‘병령(炳靈)’은 티베트어의 음역으로 ‘십만불(十萬佛)’이라는 뜻인데, 즉 천불동(千佛洞) 만불동(萬佛洞) 등과 같이 동굴에 부처님이 많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482년경에 저술된 <수경주(水經注)>에는 이 석굴사원이 도교계 사원이라고 기록돼 있다. 668년에 간행된 <법원주림(法苑珠林)>에는 ‘석각(石刻)이 존재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로보아 병령사 석굴은 중국의 도교와 불교가 서로 융합하면서 시대를 따라 조성된 석굴로 볼 수 있다.

비단길(Silk Road)의 출발지는 서안(西安)이다. 이곳에는 실크로드의 상징이 세워져 있는데 장건 일행이 낙타를 타고 떠나는 석상이다. 기원전 139년 한나라때 장건(張騫, ?∼기원전 114년)은 100여 명의 수행원을 데리고 장안을 떠났지만 얼마 가지 못해 흉노족에게 붙잡히고 만다. 하지만 흉노와 인근 서역에 머무는 동안 포도, 석류, 복숭아 등 물품을 본국으로 돌아와 실크로드의 길을 열었다.

자료협조= 대승항공사

[불교신문3014호/2014년6월4일자]

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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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04 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