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높은 곳이자 불·보살이 상주한다고 하는 히말라야. 그 중심에 수미산이 있고, 그 주변에 티베트인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중심도시 라싸를 중심으로 티베트불교를 숭상하며 수천 년을 살아왔다. 그들에게 불교는 생활이자 삶이다.
온몸을 던져 오체투지를 하며 히말라야를 순례하는 모습에는 종교적인 경건함이 배여 있다. 1949년 중국에 복속된 후에도 티베트는 불교를 중심으로 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영혼이 맑고 순수한 땅’ 티베트의 불교성지를 둘러본다.
# 티베트 중심도시, 라싸
중국 서남변방의 고원에 위치한 라싸는 티베트의 정치, 경제, 문화중심지이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중의 한곳이다. 티베트 불교의 체험은 ‘신의 땅’을 의미하는 라싸에 입성하면서 시작된다. 티베트 고원의 중심이자 중국의 서장자치구의 구도(區都)인 라싸는 해발 3,650m에 위치하고 있다.
라싸는 7세기 토번(吐蕃)의 왕 송첸캄포가 귀족들을 견제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수도로 정한 이후 1300여년 동안 역사를 이어왔다. 히말라야의 웅대한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해발 3700m나 되는 고도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라싸는 많은 불교유적을 가지고 있어 순례객들에게 특별함을 선사한다.
티베트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포탈라궁이다. 원래는 송첸캄포가 문성공주를 위하여 만든 궁이었으나, 최초로 종교와 세속권력을 차지한 달라이라마 5세가 1645~1693년 개축한 이후 1959년 14대 달라이라마 텐진 갸초가 인도로 망명할 때까지 티베트의 제정일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살아있는 관음보살로 숭배된 달라이라마가 사는 곳이라 하여 ‘보타락궁(普陀落宮)’을 음역하여 ‘포탈라궁’으로 불리게 되었다. 포탈라궁은 달라이라마의 거처로 정치적 공간으로 사용된 백궁(白宮)과 달라이라마의 영탑이 안치된 종교적 공간으로 사용된 홍궁(紅宮)이 있다.
# 포탈라궁과 조캉사원
살아있는 관음보살로 숭배된 달라이 라마가 사는 곳이라는 ‘포탈라궁’의 전경. 티베트 불교를 대표하는 건물이다. |
포탈라궁과 더불어 라싸 2대 사원으로 손꼽히는 조캉사원은 송첸캄포가 당에서 시집 온 문성공주가 가져온 불상을 모시기 위해 지은 라싸 최대의 불교사원이다.
내부에는 823년 토번(吐蕃)과 당이 맺은 평화조약을 기념하기 위하여 만든 당번회맹기(唐蕃會盟碑), 1794년 티베트에 천연두가 만연했을 때 세워진 비석과 당 태종이 수양딸인 문성공주를 송첸캄포에게 시집보낼 때 가져온 황금불상이 있다.
조캉사원 옥상에 오르면 티베트 사원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동물의 상과 포탈라궁을 비롯한 라싸 시내의 멋진 전경을 볼 수 있다. 사원 앞은 라싸 최대의 번화가로 각종 노점이 번화한 바코르광장(八角街)가 있다.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라싸의 포탈라궁의 역사 유적군에게 추가등록 되었다.
조캉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거리인 바코르는 여행객들의 눈에는 그저 자그마한 시장거리로 보일지 모르지만 티베트인들게는 전통적인 순례길(꼬라)로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바코르에는 티베트 민족의 수공예품과 화려한 기념품들로 가득하다.
# 별궁과 ‘하늘호수’ 암드록쵸
티베트 3대 호수중의 하나인 암드록쵸 호수. |
라싸 서쪽 교외에 위치한 아름다운 공원인 노블랑카는 달라이라마의 별궁이었다. 이곳에는 370여 개의 서로 다른 방들이 나누어져 있으며, 푸른 나무들이 그늘을 이루고, 풀과 꽃들이 그 사이를 장식하고 있다. 역대 달라이라마의 여름 별장으로 이용된 곳이다.
18세기 중엽 몸이 허약했던 7대 달라이라마가 목욕치료를 하기 위해 천막을 친 것이 시초이며 나중에 별궁이라 불렸다. 라싸에는 간덴사원, 데풍사원, 세라사원 등 3대 사원이 유명하다.
라싸 서쪽 120㎞ 지점에는 암드록쵸 호수가 있다. 모양이 전갈 같다고 해서 티베트 말로 ‘전갈’을 의미하는 ‘암드록’이고, ‘쵸‘는 티베트어로 ‘호수’를 의미한다. 둘레만도 250Km에 달한다. 티베트 사람들은 이 호수를 ‘푸른 보석’이라고 부른다.
‘분노한 신들이 사는 호수’로 물이 마르면 티베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또 이 호수의 여신이 티베트 최초의 왕비가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맑은 날에는 지금도 여신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영롱한 빛으로 빛난다고 한다. 해발 4482m에 있는 호수로 남쵸, 마나사로바, 라모라쵸 등의 호수와 함께 티베트 4대 성호(聖湖) 중 하나다.
# 간체 만불탑과 시가체 판첸라마 영탑
간체 백거사에 위치한 만불탑. 이 안에는 10만 부처님이 봉안돼 있다. |
암드록쵸를 지나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면 간체라는 도시가 나온다. 예전에는 티베트 3대 도시에 속했다고 하지만 요즘은 6대도시 쯤 된다.
간체의 순례 필수 코스는 백거사의 만불탑이다. 그곳에는 티베트 지역에서 제일 큰 미륵부처님이 모셔져 있으며 10만 부처님이 조성돼 있다. 어두침침한 벽에 걸린 탕카(티베트 탱화)도 경건한 분위기를 더해 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배했는지 티베트인들이 밝히는 버터등불에서 나온 끈적끈적한 그을음이 벽 곳곳에 앉아 있다. 어두움을 벗 삼은 부처님들의 옅은 미소가 순례객의 마음에 들어온다.
티베트 제2의 도시로 불리는 시가체에도 도시의 웅장함을 장식하는 건축물은 역시 사원이다. 산 중턱에 거대한 규모로 서 있는 타시룽포사원. 이 사원은 라싸의 포탈라궁에 비견될 만큼 명성이 높다.
포탈라궁이 관세음보살님의 화신인 달라이라마의 등신불을 모신 곳이라면 이곳 타시룽포사원은 아미타부처님의 화신인 판첸라마의 등신불을 모신 사원이다. 한때 500여명이 기거했다고 한다.
내부에는 26m의 세계 최대의 금동미륵불과 판첸라마 1~10세의 영탑이 있다. 지금도 이곳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숫자는 3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 문명의 이기로 세운 ‘하늘열차’
‘하늘열차’로 불리는 칭짱열차에서 본 풍경. |
해발 4000m 이상 고지 위를 달리는 하늘열차라고 불리는 청장열차, 청해성과 서장을 있는 열차라는 의미에서 청장이라고 하며 중국어 발음으로는 ‘칭짱열차’이다. 라싸와 서안간은 총 37시간이 걸리고 북경까지 가는데는 48시간이 걸린다. 티베트 불교를 탄압하는 중국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칭짱열차에 의해 많은 순례객들이 티베트 불교를 접하게 되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기차는 4인실 침대칸, 6인실 침대칸, 그리고 앉아서 가는 좌석, 식당 칸으로 이루어져 있는 최첨단 열차이다. 4000∼5000m의 고원 위를 달리는 기차이기 때문에 특수 재질로 만들어졌고 비행기처럼 어느 정도 기압을 조절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순례객들에게는 고산증이 찾아온다. 하지만 칭짱열차의 바깥 경치는 마치 천상에라도 온 양 아름답기 그지없어서 37시간의 여정 동안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티베트 산들과 평원, 윈도우 바탕화면 같은 풍경, 설산, 호수, 야크떼, 양떼 들 구경하는 것도 최고의 풍경이다.
자료협조= 대승항공여행사
[불교신문3018호/2014년6월18일자]
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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