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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확률 10배 ↑···췌장암의 무서운 가계도

정혜거사 2021. 10. 15. 08:58

사망률 높아 조기진단 중요
가족 중 48세 환자있다면
38세부터 검사 받아야
상복부 복통·체중 감소·황달 등
지속적 증상 나타나면 의심해봐야
갑자기 당뇨 생겼다면 검사 필요

이인석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초음파 내시경을 통해 췌장의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서울경제]

최근 64세의 한 여성 환자 A씨는 건강검진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췌장 머리 부위의 췌관이 4㎜ 정도 확장된 것이 발견돼 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이인석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권유로 추가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크기는 1㎝ 정도로 크지 않았다. 이후 복강경을 이용한 췌장두부절제술을 받고 현재 재발없이 지내고 있다.



췌장암 분야 국내 권위자 중 한 명인 이 교수는 1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췌관은 고령, 만성 췌장염, 췌장낭종성종양 및 악성종양 등 다양한 원인으로 확장하고 일부 췌장암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A씨의 경우 건강검진에서 췌관 확장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췌장암 조기진단을 하지 못해 완치의 기회도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췌장암은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흔한 암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 수는 2016년 1만6,568명, 2017년 1만7,702명, 2018년 1만9,971명, 2019년 2만1,219명, 2020년 2만1,947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 교수는 “영상 진단 기술의 발달과 종합 건강 검진 대중화로 췌장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화 하면서 식이습관 변화, 흡연·당뇨·만성 췌장염·음주·비만 등 위험 인자 보유자가 늘어나는 점도 췌장암 발생 빈도를 높이고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췌장암은 선진국에서 더 흔하다. 미국의 경우 췌장암이 오는 2030년 사망 원인 2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위는 폐암이다. 고령·흡연·고지방식·육류·탄산음료 섭취, 만성 췌장염, 운동 부족 등도 췌장암 발병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 돌연 변이도 췌장암 발생의 중요 원인이다. 특히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10배 이상 발병 위험이 높다. 직계 가족 중에 환자가 1명 있으면 4.6배, 2명이면 6.4배, 3명 이상은 32배로 췌장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이 교수는 “췌장 검사는 50세 이전이나 췌장암에 걸린 친인척의 나이보다 10년 일찍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예를 들어 48세에 췌장암이 걸린 환자가 직계 가족 내에 있다면 38세부터 췌장에 대한 선별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증상은 상복부 복통이나 체중 감소, 황달 등이다. 그는 “췌장암 발병을 시사하는 특징적인 증상은 없다”며 “일반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 소화 불량증 등의 증상이 지속되거나 이유 없이 체중 감소가 계속될 경우,

 

최근 당뇨가 발생했거나 당 조절이 갑자기 되지 않는 경우에는 췌장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종종 등이나 허리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는 췌장암이 진행된 것을 의미한다”며 “일반적으로 조기 췌장암은 췌관 확장이나 췌장 종괴 발견 등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국내 건강 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는 췌장암 검사는 주로 혈액 검사인 종양 표지자 CA19-9 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다. 하지만 CA19-9는 췌장암 양성 예측률이 1% 이내로 낮다는 점이 한계다.

 

수치가 상승한 사람 중 실제 췌장암 환자는 1명 이내라는 의미다. 복부 초음파 검사는 췌장의 해부학적 위치로 인해 췌장 전체 검사가 어렵고 췌장의 일부만 관찰하는 경우가 흔하다.

낮은 진단율은 췌장암의 낮은 생존율과 직결된다. 이 교수는 “췌장암 발견 당시 10명 중 2명 정도 가량만 수술이 가능하고 나머지 8명은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단이 늦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췌장이 복강 내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암이 발생해도 특이 증상이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달이나 복통, 소화 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3기 이상 진행된 경우이며 췌장 주위에 있는 거미줄 같은 혈관으로 침범이 일어나 전신으로 전이되면 치료가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췌장암 진단은 조영증강 복부 CT 검사, MRI 검사, 초음파 내시경 검사를 통해 가능하다. 췌장암이 의심되는 경우 실시되는 MRI 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특히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시행하는 초음파 내시경 검사는 1㎝ 이내의 췌장 종괴를 발견할 수 있고, 조직 검사를 통해 확진도 가능해 췌장암의 확진과 조기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초음파 내시경은 고주파 초음파 장치가 장착된 특수 내시경을 환자의 입을 통해 삽입한 다음 위와 십이지장 벽에 밀착시켜 췌장·담낭 및 담관을 고해상도의 초음파 영상으로 관찰하는 검사다. 초음파 내시경을 이용하면 시야를 제한 받지 않고 췌장·담낭·담관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치료는 수술적 절제 만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완치는 크기 2㎝ 이내의 조기 암을 찾아 치료한 뒤 전이가 없는 상태를 뜻한다. 통상 1·2기 암에 해당되는 경우 수술이 가능하지만 3·4기 암도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통해 암의 크기를 줄이면 수술이 가능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조기 췌장암 치료 시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로 미세침습수술을 진행한다. 이 경우 수술 상처가 작고 회복이 빠르며 수술 후유증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서울성모병원의 췌장암 1기 수술 2년 생존율은 67%에 달할 정도로 우수하다.

췌장암 발생을 예방하려면 금연·금주, 고지방식이나 육식 피하기, 채식이나 항산화 성분이 함유된 음식 먹기, 비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기, 췌장암을 포함한 암에 대한 정기적 검진 받기 등을 실천해야 한다.

 

특히 췌장암 위험 인자 보유, 종양 표지자 상승, 췌관 확장, 지속되는 복통이나 불편감 체중 감소, 갑작스런 당뇨 발생, 원인 불명 간 수치 상승 등의 소견이 있으면 췌장암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초음파 검사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췌장에 이상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체중 감소, 갑작스런 당뇨 발생 등은 췌장암 위험 소견이므로 췌장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자신의 췌장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지훈 기자(jhlim@sedaily.com)

 기사입력 2021.10.15. 오전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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