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땀으로 수분배출 활발
다른 계절보다 물 더 마셔야
식사로 보충하는 수분 감안땐
하루에 물 1.5리터는 섭취를
여러번 나눠 마시는 게 중요
노화 방지·비만 예방에 도움
콩팥 기능 약한 환자는 주의
수분 많은 과일도 조심해야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7일)가 지났지만 한낮 기온이 32~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습도까지 높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쏟아지고 갈증으로 목이 탄다.
이럴 때 마시는 물은 '생명수'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마시는 물은 몸을 구성하는 약 50조개 세포 구석구석을 돌며 영양분 흡수, 체온 조절, 소화 촉진, 혈액순환 향상, 독소와 가스 방출, 산소 운반, 체형과 신체 균형 유지, 음식물 이동과 관절의 용매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작용을 하면서 체내를 입→위→장→간장·심장→혈액→세포→혈액→신장→배설 순서로 순환한 후 소변과 땀으로 배출해낸다. 쉽게 말해 뇌에서 발끝 힘줄과 인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물이 필요하다.
여름에는 땀과 함께 평소보다 많은 소변 배출로 겨울보다 20~30% 이상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
특히 물을 충분히 마시면 여름철에 흔히 발생하는 요로결석이나 기립성 저혈압을 막아주고 열사병, 일사병, 심뇌혈관질환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은 수분이 체중의 1%만 부족해도 금방 목이 탄다. 수분 부족이 체중의 5~6%에 달하면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정신을 잃게 된다.
그렇다면 물을 얼마나 어떻게 마셔야 할까.
내 몸이 필요한 수분 양은 신체 크기, 활동량, 기온(기후), 건강 상태에 다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만성 콩팥 질환자나 몸이 붓는 부종성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하루 8잔(250㎖ 컵 기준) 정도 마시는 게 좋다.
사람의 하루 평균 수분 소모량은 소변으로 배설되는 수분이 약 1.4ℓ, 소변 이외로 배출되는 수분이 약 1ℓ로 총 2.4ℓ에 달한다.
따라서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수분도 2.4ℓ다. 사람이 하루에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분 양은 1~1.2ℓ 정도이므로 적어도 식사 외에 수분 1.5ℓ를 보충해줘야 한다.
특히 노인들은 목이 마르다는 느낌이 둔해져 있으므로 일부러라도 조금씩 자주 마시는 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은 종일 틈틈이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식후나 식사 중간보다는 식전 1~2시간 정도에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수분 섭취를 많이 하겠다고 음료수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음료수는 수분 섭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길영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커피, 녹차, 전통차, 우유, 요구르트, 탄산음료, 기능성 음료 등을 마시면서 '물'을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녹차나 커피는 이뇨작용이 강해 상당량의 수분을 배설시키므로 물을 마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을 배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음식물도 마찬가지다.
과일과 채소는 전체의 80~95%가 수분이며, 고기에도 수분이 상당량 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 식단에서 야채는 수분이 많이 함유된 자연 상태보다 데치거나 끓인 후 소금과 장류로 양념한 상태로 먹는 경우가 많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물을 마시면서 수분을 섭취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국물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 있고 아미노산 등 녹아 있는 영양 성분이 많아 이 역시 수분 섭취에는 효과가 없다.
소금 섭취는 물론이고, 이러한 영양 성분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은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기도 하지만 몸에서 그 이상의 기능과 작용을 한다.
첫째, 물은 다이어트와 비만 예방에 좋다.
일상 생활에서 물 섭취를 잘 활용하면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은 일반 음료수와 달리 칼로리가 0이어서 식사 전에 마시면 포만감을 줘 과식 및 폭식하지 않도록 해준다. 물은 아무리 마셔도 배가 부를 뿐 살이 찌지 않는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말은 거짓인 셈이다. 소식(小食)을 해도 살이 찌는 사람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물은 우리 몸에 에너지와 활력을 준다.
갈증을 느낄 때 물을 마시면 심장박동에 활력을 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또한 물은 혈액으로 하여금 산소 및 다른 영양소를 우리 몸 곳곳의 세포에 잘 전달되도록 한다.
셋째, 물은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두뇌 조직의 약 70~80%는 물이다. 탈수가 되면 몸과 마음은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갈증을 느낀다면 탈수 증상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수분을 보충해줘야 한다.
넷째, 물은 근육경련과 관절경직을 예방한다.
근육경련은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바로 운동을 시작하거나 근육이 감당할 수 있는 있는 것보다 갑자기 큰 힘을 내려고 할 때 잘 발생한다.
다섯째, 물을 마시면 피부세포가 활력을 되찾고 윤택해져 피부 노화를 막아준다.
얼굴은 탈수가 되면 잔주름과 윤곽이 더욱 선명해진다. '안티에이징'을 표방하는 화장품도 결국 얼굴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것으로, 수분 섭취가 충분히 이뤄져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여섯째, 물은 음식물 소화를 돕고 변비를 예방해준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과 물은 소화에 중요하다. 물 섭취가 부족하면 대변이 굳어져 변비의 원인이 되기 쉽다.
일곱째, 물은 요로결석 발병을 낮춘다.
요로결석은 말 그대로 소변 통로에 생긴 돌이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소변이 농축되기 쉽고 머물고 있는 결석 알갱이가 잘 뭉친다.
여덟째, 물을 많이 마시면 암 발생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물을 많이 마시면 발암물질을 쉽게 배설(디톡스·detox)하기 때문에 방광암, 전립선암, 신장암과 같은 요로계 암이 적게 걸린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또한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위험이 감소했고, 물을 많이 마시는 여성은 폐경 후 유방암 발생률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물은 보약(補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독(毒)이 된다.
정상인은 물을 자주 마셔도 항이뇨호르몬분비가 억제돼 하루 10~15ℓ의 소변을 배설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몸의 정수기와 같은 콩팥(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하루 5~6잔 이상(종이컵 기준) 물을 마시면 콩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수분이 많은 수박을 즐겨 먹으면 수박에 함유된 칼륨이 근육운동을 방해해 심하면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간경화증, 울혈성 심부전 등과 같은 부종성 질환이나 갑상선 기능저하증, 부신기능저하증, 항이뇨호르몬 분비가 증가돼 있는 환자가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독이 될 수 있다.
일본 장수학자 이시하라 유미 박사('하루 한끼 공복의 힘' 저자)는 "물이 지나치게 많으면 식물의 뿌리가 썩어서 죽듯이 인간도 몸에 수분이 지나치게 많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시간(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혈중 소금, 즉 나트륨 농도를 떨어뜨려 '나트륨 과소혈증(hyponatremia)'을 유발한다.
물은 우리 몸에서 3분의 1은 세포 바깥에, 3분의 2는 세포 안에 존재한다. 세포벽을 사이에 두고 이동하는 물의 흐름은 혈액 삼투질 농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나트륨이 가장 중요한 입자다. 물은 삼투질 농도가 높은 쪽으로 이동한다.
나트륨 과소혈증은 혈액의 삼투질 농도를 낮추기 때문에 수분이 세포 안으로 이동하게 된다. 만약 뇌 세포 안으로 수분이 이동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뇌가 붓게 된다.
이는 여러 가지 다양한 신경학적인 증상을 일으키며 두통, 구역질, 의식장애, 간질발작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주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이병문(leemoon@mk.co.kr)
기사입력 2021.08.11. 오전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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