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L 수치 높으면 혈압 조절
근육 늘리면 혈당 저하 도와
이상지질혈증 예방에 효과적
혈압 관리의 중요성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의 질환이 고혈압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질병부담연구에 따르면 세계 고혈압 환자 14억 명 중 1000만 명이 매년 고혈압으로 목숨을 잃는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성인 중 고혈압 환자는 1200만 명으로, 성인 3명 중 한 명이 이에 해당한다.
고혈압은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각각 140·90㎜Hg 이상(정상은 120·80㎜Hg 미만)인 상태를 가리킨다.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쉬운데, 이럴 경우 혈관 관련 질환이 합병증으로 연달아 나타나면서 건강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
뇌졸중, 동맥경화증, 심근경색, 협심증, 만성 콩팥병, 고혈압 망막병증 등이 고혈압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고혈압을 방치한다.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팩트 시트 2020’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고혈압 환자 가운데 치료제를 한 달에 20일 이상 꾸준히 챙겨 먹는 비율은 63%에 그쳤고, 고혈압 진단 이후 혈압을 고혈압 이전 단계로 떨어뜨리며 조절하는 환자는 4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방치 땐 합병증 도미노 현상
고혈압을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가 또 있다. 고혈압은 당뇨병·이상지질혈증과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리며 영향을 주고받다가 결국 심뇌혈관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지질 저널’(2019)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대 연구팀이 163명을 대상으로 관상동맥 질환과 이상지질혈증, 고혈압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상지질혈증만 있는 사람은 이상지질혈증이 없는 사람보다 관상동맥 질환 발병률이 2.5배 높았고,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을 동반한 환자는 발병률이 무려 18배나 증가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고혈압 치료를 받는 환자 가운데 61%가 이상지질혈증이나 당뇨병 치료를 병행하며,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병을 모두 치료받는 환자도 19%에 이른다.
고혈압의 주요 원인이 이상지질혈증이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중 총콜레스테롤,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한 상태거나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이 감소한 상태를 말한다.
LDL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면 혈액 속 염증 세포와 결합해 혈관 내막에 쌓인다. 그 결과 혈관이 좁아지고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고혈압을 유발한다.
실제로 미국심장협회 저널(2016)에 따르면 일본 의과대 연구팀이 중년 남성 1만4215명을 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와 고혈압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총콜레스테롤이 가장 높은 그룹(222~369㎎/dL)은 가장 낮은 그룹(167㎎/dL 이하)보다 고혈압 발병률이 28% 높았고, LDL 콜레스테롤이 가장 높은 그룹(138~301㎎/dL)은 가장 낮은 그룹(20~90㎎/dL)보다 발병률이 27% 높았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2015년 국립보건연구원의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에 따르면 연구팀은 40~69세 성인을 무작위로 선정한 다음, 혈압 수치에 따라 10년간 추적 관찰을 했다.
혈압이 수축기에 140~159㎜Hg, 이완기에 90~99㎜Hg이면 ‘1단계 고혈압’, 수축기·이완기에 160·100㎜Hg 이상이면 ‘2단계 고혈압’에 해당한다.
연구결과 혈압이 정상인 사람보다 1단계 고혈압 환자의 당뇨병 발병 위험은 1.26배, 2단계 고혈압 환자의 당뇨병 발병 위험은 1.6배 높았다.
당뇨병은 이상지질혈증을 악화해 다시 고혈압을 부른다.
혈당이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김승재 교수팀이 2014~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심뇌혈관 질환이 없는 성인 당뇨병 환자 431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당뇨병 환자의 83.3%는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갖고 있었다.
특히 여성 당뇨병 환자의 이상지질혈증 동반 유병률은 88.3%로, 남성(78.1%)보다 더 높았다. 혈압을 조절하면서 혈당·콜레스테롤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빨리 걷기, 견과류 섭취로 혈관 청소
생활 속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관리하는 밑바탕은 운동이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5㎜Hg씩 내려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운동은 주 3회 이상 실시하되,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모두 포함하는 게 좋다.
유산소 운동은 운동에너지로 중성지방을 소비하고 체내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키며 혈압을 낮춘다.
HDL 콜레스테롤은 간으로 콜레스테롤을 운반해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대사하도록 도와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과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준다.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려면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씩 주 3회 이상 실시하도록 한다. 빠르게 걷거나 자전거 타기면 적당하다.
근력 운동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근육을 생성해 혈당을 낮출 수 있다. 근력 운동은 한 번에 20~30분씩 주 2~3회가 권장된다.
식이 요법도 개선해야 한다.
염분 섭취를 줄여야 한다.
염분을 다량 섭취하면 혈액 속 농도를 맞추기 위해 혈액량이 늘면서 혈압을 높여서다.
매일 염분을 12g씩 섭취해 온 경증의 고혈압 환자가 섭취량을 하루 3g으로 줄였더니 4주 뒤 수축기 혈압은 16㎜Hg, 이완기 혈압은 9㎜Hg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칼륨·칼슘 섭취는 늘려야 한다.
토마토·시금치·케일 등에 풍부한 칼륨은 염분의 주성분인 나트륨의 배출을 돕고 우유·치즈 등에 많은 칼슘은 나트륨의 체내 흡수를 막는다.
혈당 조절을 위해서는 흰쌀밥보다 혈당을 천천히 오르게 하는 현미밥·잡곡밥을 선택한다.
단맛을 낼 때 설탕·액상과당보다 아스파탐·수크랄로스 같은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면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
혈액 속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버터·생크림·육류 등 동물성 지방은 섭취를 줄인다.
견과류, 참기름, 등푸른 생선, 콩류 등 식품 섭취는 혈중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기사입력 2021.06.14. 오전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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