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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모범생에게도… 갑자기 찾아온 췌장암

정혜거사 2021. 2. 4. 08:41

◆김영선 민트병원 이미징센터장(영상의학과 전문의)


[정희원 기자] 췌장암은 소리 없이 다가와 갑작스럽게 일상을 덮친다. 실제로 췌장암은 보통 3~4기 무렵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저명인사가 췌장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국내 췌장암 5년 생존율은 약 12%다. 더욱이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발견까지 늦어진다.

김영선 민트병원 이미징센터장(영상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와 예방법에 대해 들었다.

 
Illustration of a cute pancreas and spleen

-췌장암 발견이 어려운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이렇다 할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일상에서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복통·소화장애 정도로 여겨 넘기는 경우가 많다.

 

‘어, 좀 이상한데?’ 싶었을 때에는 이미 암이 진행됐다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일반 건강검진으로 많이 시행하는 상복부초음파 검사로는 췌장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더욱이 진단이 어렵다.

실제로 1년마다 적극적으로 정기검진을 받는 40대 중반 남성도 췌장암에 노출된 사례도 있다. 큰 이상 없이 지내다가 최근 한달 사이에 소화불량이 지속돼 내시경을 받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이후 심층검사를 위해 MRI 촬영에 나섰는데, 췌장암으로 진단받았다.”

-췌장암의 전조 증상은 만성 소화불량과 비슷하다고 들었다. 일반적인 소화장애와 구분되는 점은 없나.

“사실 췌장암으로 인한 복통과 소화장애는 일반 소화기계질환과 크게 다르지 않아 증상만으로는 진단이 어렵다. 소화불량이 지속돼 소화제를 달고 살았는데, 췌장암으로 밝혀진 사례도 꽤 보인다. 이럴 경우 아무리 위내시경을 받아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국립암센터의 조사 결과 췌장암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통증’으로, 약 90%에서 발생한다. 명치 통증이 가장 흔하고, 복부 위·아래·옆구리 부근 등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저리거나 아프다기보다 욱신거리는 느낌이다.

 

췌장은 등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보니, 등·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췌장암으로 통증이 유발되었다면 이미 병이 이미 꽤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화불량과 복통의 원인은 췌장 이외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췌장암은 어떤 경우 의심해야 하나.

“잦은 소화불량에 위·대장 검사를 받아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의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황달기미가 보이거나, 특히 갑자기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직계 가족 중 췌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심한 음주나 흡연력이 있다면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흔히 췌장암의 사인으로 ‘체중감소’가 꼽힌다. 의미 있는 증상인가.

“그렇다. 뚜렷한 이유 없이 몇 달에 걸쳐 체중이 감소하면 췌장암을 포함한 악성종양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 된다. 단기간에 평소 체중에서 10% 이상이 감소된다면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당연히 체중 감소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체중감소만으로는 췌장암을 의심하기 어렵다.”

 

 
김영선 민트병원 이미징센터장(영상의학과 전문의)

-췌장암 고위험군은.

“60~70세 이상의 장년층, 제2형 당뇨병을 가진 사람, 10년 이상 장기 흡연자, 만성 췌장염 환자 등이다. 만성 췌장염이 있으면 췌장암 발생 위험이 일반인의 최고 16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유전적 요소도 영향을 미치는지.

“그렇다. 췌장암은 유전성이 약 10%를 차지한다. 직계 가족 중에 50세 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1명 이상이거나, 발병 나이와 상관없이 직계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둘 이상이라면 고위험군이다.”

-췌장암 예방법은.

“안타깝게도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증상이 의심될 때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다. 단, 고위험군이라면 흡연, 심한 음주는 절대 금물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발생 위험도가 1.7배 정도 높다는 보고가 있다.”

-추천하는 검사법과 이유는.

“예방 목적의 검사라면 ‘MRI검사’를 추천한다. 이는 전자력을 이용해 방사선 피폭 없이 가장 우수한 화질을 기대할 수 있고 여러 영상 진단법 중 MRI촬영이 가장 유리하다.

 

그럼에도 극초기의 작은 췌장암은 발견이 어려울 수 있다. 췌장암 검사는 까다로운 검사에 속한다. 작은 이상도 놓치지 않는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을 만나는 게 중요한 이유다.

MRI를 하면 과잉진료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초음파검사는 접근성이 높지만 복부 깊숙이 위치한 췌장 전체를 살펴보기는 어렵다.

CT검사는 상대적으로 장점이 있지만 조영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방사선 노출 우려가 있어 질환이 심히 의심되거나 추적검사목적으로 활용된다. 특히 췌장암의 전암성 병변이 될 수 있는 작은 췌장 물혹은 진단이 어렵다.

 

그래서 MRI 검진을 추천한다. 특히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특정 부위만을 타깃해 영상을 빠른 시간안에 촬영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이 줄었다.”

-어디서 췌장암 검진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는 환자도 많다.

“‘무조건 대학병원을 찾아가야 하나’, ‘동네 병원에서는 췌장암을 진단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고민하는 환자가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럴 경우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인근의 3.0T 수준의 MRI를 장비를 지닌 ‘영상의학과’를 찾으면 된다. 경험이 많고, 진단 후 치료를 위해 3차병원과 연계하고 있는 병원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happy1@segye.com

기사입력 2021.02.04. 오전 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