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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겐 먹으면 피부에 좋다, 사실일까?

정혜거사 2020. 9. 22. 09:09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86)

 

“나이 들면 몸속에 콜라겐이 형성 안 돼 먹어줘야 한다”, “피부를 곱게 하고 주름살을 없애주며 관절이나 연골에 좋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쏟아진다. 그것도 돼지나 생선 것을 말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이다.

모든 건강식품은 유행을 탄다. 과거 잠깐 인기를 끌다 효과 없음이 탄로 나 은근슬쩍 사라진 것이 부지기수다. 글루코사민, 효소, 브라질너트, 수소 수, 개똥쑥, 해독주스, 산야초효소, 노니, 코코넛오일, 알카리이온수 등 그렇게 좋다던 만병통치급 건강식품이 왜 자취를 감췄는지 이상하지 않나?

 

그중에서도 벌써 없어져야 할 필두 품목이 콜라겐인데도 아직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또 뭔가? 몸속에 부족한 단백질을 먹어 보충한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인데도 말이다. 따져보자.

콜라겐은 거대 분자의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소화라는 과정을 거쳐 아미노산(간혹 펩타이드)으로 분해되어야 비로소 흡수된다. 우유나 고기 등 여타 단백질도 마찬가지. 소화되고 나면 단백질은 본연의 성질은 사라지고 모두 20종류의 아미노산으로 변한다.

 

우유에서 나온 거나 콜라겐에서 나온 거나 구별이 안 된다는 거다. 단백질에는 종류를 막론하고 먹거나 발라서 그대로 흡수돼 우리 몸속에서 고유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없다.

 

특히 콜라겐은 조직 속에 있을 때는 수백, 수천 가닥이 그림과 같이 꼬여서 거대한 복합구조를 이루고 있다. 종류는 달라도 머리카락과 비슷한 구조다.

콜라겐 파이버의 구조, 콜라겐단백질이 수천가닥 꼬여 다발모양이 되어 조직 속에 존재. 가열하면 구조가 붕괴되어 젤라틴이 되면서 녹아 나온다. [자료 이태호]


질문하나 하자. 이런 거대분자가 소화되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흡수된다고 생각하는가? 좀 잘게 쪼개면 그대로 흡수되고 혈관을 타고 해당 장소로 이동해 원래 구조가 복원되어 제 역할을 할 거라고 기대하는가? 그것도 돼지나 생선껍질 등의 이종 단백질이 말이다.

콜라겐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가장 양이 많다. 동물에만 있는 것으로 결합조직, 뼈, 힘줄, 연골, 피부를 구성하는 섬유상 단백질이다. 특히 동물의 피부(껍질)와 연골에 많으며 구조를 지탱해 주는 특수 구조단백질 중 하나이다. 물에는 녹지 않고 열수에만 녹는다.

 

열 추출하면 3가닥씩 꼬여있던 다발(triple helix)의 입체구조가 붕괴되고 젤라틴(gelatin)이라는 변성단백질로 되어 녹아 나온다. 식으면 굳고 열을 가하면 다시 녹는다〈그림 참조〉.

 

굳어도 절대 원래의 형태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시중에 유통되는 콜라겐은 이미 콜라겐이 아니라 젤라틴이라 해야 옳다. 필수아미노산이 거의 없어 질 낮은 단백질로 친다.

가열에 의해 콜라겐 가닥이 풀리면서 용해됐다가 식으면 굳는다. [자료 이태호]


젤라틴은 한국 사람이 특히 좋아하는 곰국이나 도가니탕에 많으며 낮은 온도에서 굳는 성질이 있다. 녹는 온도는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7℃ 정도다.

 

생선이나 가축의 껍질, 동물의 족발, 뼈, 관절 등에 많다. 이를 오래 끓인 국물을 저온에 두면 묵과 같은 젤리 상태가 된다. 생선껍질을 고아서 굳힌 것이 시장에서 파는 젤라틴이다.

시중에는 콜라겐이 노화방지, 피부미용, 혈관, 뼈, 치아 건강 등에 효과가 있다면서 먹고 바르는 다양한 제품이 나온다. 그 효능에 허접한 논문을 근거로 대지만 과학적 정설이 아니다. 그것도 콜라겐이 아닌 젤라틴을 먹고 바르라면서 말이다.

콜라겐은 고분자 단백질이라 피부 속으로 들어가거나 장에서 그대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이젠 효소나 산으로 가수분해해 저분자화한 콜라겐을 내세운다. 혹은 소화돼 잘게 잘려 나오는 특수 펩타이드가 체내 콜라겐 합성을 촉진한다는 어설픈 논문을 빗대기도 한다.

 

그러나 이도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주장이다. 화장품 등에 섞어 피부미용에 좋다고 광고하지만 그것도 거짓이다. 우리의 피부가 그렇게 허술하지가 않다. 물도 공기도 통과하지 않는데 콜라겐이 피부를 뚫고 들어간다는 게 말이 되나. 피부가 그렇게 무방비라면 매연이나 미세먼지 속 혹은 물속 유해물질이 흡수되어 건강을 해칠 것 아닌가.

최근에는 돼지껍질 등 육류 콜라겐은 흡수율이 2%에 불과하고 어류콜라겐은 크기가 작아 84%의 흡수율을 나타낸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는 아미노산이 30~100개 정도라 그냥 흡수되는 것처럼 둘러댔다.

 

수치도 거짓이고 아무 말 대잔치다. 이 정도의 크기도 그냥 흡수되기는커녕 소화도 피해가지 못한다. 아니 소화효소에 의해 박살이 나면 이미 콜라겐도 젤라틴도 아닌데도 말이다.

여러 종류의 상품으로 시판하는 콜라겐은 대개 돼지나 생선껍질을 고아 만든다. 이를 적당히 정제, 가공하여 제품화하고는 다양한 효능을 선전한다. 또 정확하게는 콜라겐이 아니라 젤라틴이라 해야 맞는데도 끈질기게 콜라겐이라 부르길 고집한다. 실제 이들 콜라겐은 사람의 것과 같지 않다.

이런 콜라겐이 우리 몸의 부족한 콜라겐을 보충한다고 하는데, 그럼 이런 주장은 어떤가? ‘당뇨 환자가 인슐린을 주사로 맞지 않고 입으로 먹고, 골다공증 환자는 동물 뼈를, 근육이 약한 사람은 동물 근육을, 머리가 나쁜 사람은 동물 뇌를 먹어라’고 한다면. 이건 말이 되나? ‘크릴오일 속 인지질이 혈관의 기름때를 빼주고 뇌 기능을 좋게 한다고, 항체는 단백질이니 면역력을 높이려면 단백질을 많이 먹어라’는 주장도 있었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피부의 구조. [자료 이태호]


그동안 콜라겐으로 마음껏 우려먹다가 이젠 엘라스틴(elastin)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요상한 건강식품이 등장했다. 엘라스틴이라는 단백질은 장력이 좋아 인대나 힘줄 등에 많다. 피부의 진피층에도 있어 콜라겐섬유를 꽉 잡아준다면서 건강식품으로 먹으라는 거다. 광고의 논리는 콜라겐과 같다.

 

그림은 피부의 구조이다. 진피 부분에 콜라겐이 있고 엘라스틴이 있고 이들을 합성하는 섬유아세포(fibroblast)가 있다.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은 무코다당류로 콘드로이틴 설페이트(chondroitin sulphate)와 함께 연골이나 관절 부위에 많은 점질성 탄수화물이다.

 

섬유아세포는 이들 물질을 합성하는 세포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머지않아 이 섬유아세포도 히알루론산도 건강식품으로 출시되지 않을까 싶다.

대중은 우리 몸속에 있는 이런 고분자물질도 먹어주기만 하면 소화과정을 건너뛰고 흡수되어 바로 해당 장소로 이동해 고유기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니 전문가로 보이는 이들이 그렇게 얘기하니 믿지 않을 수는 없겠다.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다. 감언에 속지 말자.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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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22. 오전 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