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건강 지키는 운동
우리 몸 곳곳에 뻗어 있는 게 혈관이다. 혈관이 닿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혈관이 손상되면 우리 몸은 온갖 질병의 위험에 놓인다. 혈관 상태가 건강의 척도인 셈이다. 혈관 중 심장에서 내보내는 피는 동맥이, 심장·폐로 돌아오는 피는 정맥이 담당한다. 동맥과 정맥은 모두 피를 실어 나르는 혈관이지만 기능이 달라 건강을 유지하는 관리법도 다르다. 동맥과 정맥이 각각 우리 몸에서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 또 각각 어떻게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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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 혈관 기름 끼면 동맥경화
동맥은 영양분·산소를 전신의 세포·조직에 실어 나른다. 이때 동맥 속 혈액이 멀리 이동할 수 있는 건 심장의 펌프 덕분이다.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 120㎜Hg 정도의 센 압력으로 피가 동맥을 통해 전신에 닿는다. 동맥이 제 기능을 다 하려면 우선 동맥의 펌프인 심장이 튼튼해야 한다. 심장이 평생 일을 하려면 심장 조직도 동맥으로부터 영양분·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아야 한다. 이 동맥이 관상동맥이다. 관상동맥이 건강해야 심장이 건강할 수 있다.
동맥 질환을 좌우하는 요소는 ‘동맥경화’다.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김동익 교수는 “동맥경화는 동맥 혈관 내부에 기름 덩어리가 쌓이면서 혈관 벽이 딱딱하게 굳는 증상으로 동맥 질환의 씨앗”이라고 말했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흡연은 동맥벽을 손상하면서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동맥경화는 뇌졸중·심근경색·당뇨발·하지동맥폐색증의 근원이다. 특히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또 동맥경화는 동맥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동맥류를 야기한다. 뇌 동맥이 꽈리 모양으로 부푸는 뇌동맥류는 뇌출혈로 이어져 생명까지 위협한다. 하지동맥류와 복부대동맥류도 파열 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동맥 건강을 관리하려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중성지방·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산소 운동은 이들 수치를 모두 낮출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은 운동에너지를 얻기 위해 산소를 이용해 체내에 저장된 지방을 분해한다”며 “혈관 속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또 유산소 운동은 동맥 혈관 벽의 내피세포에서 일산화질소가 생성되는 것을 촉진한다. 일산화질소는 동맥 혈관을 확장해 혈액순환을 돕고 염증을 억제해 혈전 형성도 예방한다. 조깅,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가벼운 등산 등이 유산소 운동이다. 단 운동을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운동 강도를 자신의 운동 능력 최대치의 50%에서 시작해 85%까지 늘려가는 게 좋다. 적절한 강도는 220에서 만 나이와 안정 시 심박 수를 뺀 뒤 운동 강도(0.5~0.85)를 곱하고 다시 안정 시 심박 수를 더한 값을 운동 시 심박 수로 삼으면 된다.
식습관은 동맥 건강과 직결된다. 불포화지방산이 든 오메가3·올리브유 등 식물성 기름과 땅콩·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이는 데 도움된다.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는 중성지방 수치를 높인다.
쓰고 남은 탄수화물이 동맥 속에 중성지방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하루 에너지 섭취량의 50~60%로 제한한다. 밥·빵·떡·국수·감자·고구마·옥수수 등 고탄수화물 식품 섭취를 줄인다. 간식은 빵 같은 탄수화물 대신 과일, 저지방 유제품, 견과류 등으로 구성하는 게 좋다.
과음은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므로 피한다. 과식은 체내 혈류량을 늘려 심장과 동맥혈관에 무리를 주므로 피해야 한다. 짠 음식은 혈압을 높이고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국·찌개·탕을 끓일 땐 소금을 최대한 적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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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 판막 고장 나면 혈액 역류
정맥 혈관은 이산화탄소·젖산 등 체내 조직의 대사산물이 든 피를 수거해 심장을 거쳐 폐로 전달한다. 정맥의 혈압은 비교적 낮은 탓에 피가 정체되거나 역류하기 쉽다. 혈류가 정체되면 자칫 혈전이 생겨 정맥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
정맥혈전증 가운데 하체의 심부정맥에서 발병하는 심부정맥 혈전증은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비행 시 자주 발병해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으로도 불린다. 다리가 붓고 무거운 증상을 일으킨다. 정맥혈전증 중 폐색전증은 다리 속 정맥 혈전이 혈관을 타고 돌다 폐동맥을 막아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심하면 급사할 만큼 위험하다.
정맥 혈액의 역류를 막기 위해 정맥에는 판막이라는 특수 조직이 있다. 그런데 정맥 혈관이 늘어나면 정맥 판막이 온전히 닫히지 못한다. 이 경우 역류한 혈액이 정맥 혈관을 부풀게 해 정맥판막부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정맥류·심부정맥판막부전증 등이 대표적이다. 장시간 서거나 앉아서 근무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서 정맥판막부전증이 잘 발견된다.
정맥 건강에는 종아리 근육의 반복 수축·이완이 필수다.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조진현 교수는 “정맥 혈류는 대부분 상체보다 하체에 정체하면서 질환을 일으키는데, 하체는 중력까지 더해져 정맥 속 피가 중력을 거슬러 오를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며 “정맥에선 종아리 근육이 펌프를 대신한다”고 설명했다.
일상에서 간단한 동작으로 종아리 근육을 움직일 수 있다. 까치발로 서서 수초간 유지했다가 내리는 자세를 반복한다.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발목·발가락을 구부리고 펴거나 발목을 회전하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걷기는 종아리 근육의 수축·이완을 반복하기 쉬운 운동법이다.
운동화처럼 밑창이 부드러운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 하루 30분, 주 5회 이상 걷는 게 좋다. 수영, 누워서 자전거 타기는 다리에 하중을 주지 않으면서 종아리 근육을 수축·이완할 수 있다.
종아리 근육을 수축·이완해도 복부를 조여 압력을 가하면 정맥의 피가 심장까지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무거운 기구를 반복해 들거나 윗몸일으키기를 오래 하는 경우, 허벅지·배를 꽉 조이는 코르셋·레깅스 등을 오래 착용하는 경우가 그 예다.
이런 상황이 불가피할 경우엔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활용하면 좋다. 일반 스타킹과 달리 부위별로 최적의 강도로 조이면서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이다. 장시간 앉아 있을 땐 시간당 10분 동안 걷거나 다리를 올려 정맥 혈행을 돕는다. 마사지 요법도 종아리 근육의 수축·이완을 도울 수 있다.
영양소 섭취도 중요하다.
비타민C는 정맥 혈관 벽의 탄력성과 수축·이완 기능을 높이고 비타민 B·E는 정맥 내 혈전 생성을 막는다. 브로콜리·토마토·양배추 등에 비타민C가, 시금치·호박·참치·바나나 등에 비타민 B·E가 풍부하다.
변비는 배변 시 복압을 증가시켜 정맥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귀리·현미·브로콜리·당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챙겨 먹으면 변비 예방에 좋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기사입력 2020.04.20. 오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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