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손상은 알코올 섭취 절대량에 비례하므로, 술이 더 세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상태가 악화돼도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문제를 인식하기 어렵다. 하지만 간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 해독, 살균 작용이나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대사 작용이 잘 이뤄지지 못한다. 간과 관련한 속설이 많은데, 실제 맞는 이야기인지 자세히 살펴본다.
카레, 마늘 먹으면 간 해독에 도움 된다? (○)
카레의 주성분인 강황은 간 해독에 좋은 대표적 식품 중 하나다. 강황에 함유된 커큐민 성분은 체내 콜레스테롤을 제거할 뿐 아니라 지방의 소화를 돕는 답즙 생성을 촉진해 간의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간세포를 강화하고 독소를 해독해 유익한 물질로 전환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실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 결과, 커큐민을 하루에 80mg씩 4주 동안 섭취한 사람은 간 손상 수치(ALT)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늘에 들어 있는 알리신과 셀레늄이라는 성분도 모두 간 정화에 도움을 준다.
술이 센 사람은 간이 튼튼하다 (X)
술을 많이 마셔도 잘 취하지 않거나, 주량이 많은 사람은 '나는 간이 튼튼하다'며 간 건강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같은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술에 잘 취하지 않는 것과 간이 건강한 것은 연관성이 없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간에서 술을 분해하는 효소가 더 많이 생성된다. 하지만 이 효소가 간 건강에는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간 손상은 알코올 섭취 절대량에 비례한다. 오히려 술이 세다고 술을 더 많이 마시면 간 건강에 더 해로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간이 나쁘면 피가 잘 멎지 않는다? (○)
간 건강이 좋지 못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혈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간은 우리 몸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혈액을 굳게 하는 혈액응고인자를 만드는 것이다. 혈액응고인자는 혈관이나 조직이 손상되면 상처 부위에 작용해 피가 멎도록 하는 물질이다. 간 건강이 나쁘면 혈액응고인자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해 지혈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간경변증 환자는 혈액응고인자를 없애는 '비장' 기능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지혈이 어려울 수 있으니 외상 등에 주의해야 한다.
피로하면 간 수치가 높아진다? (△)
피로는 크게 정신적 피로와 신체적 피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 평범한 정신적 피로감은 간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신체적으로 피로한 것이라면 간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간 수치는 혈액으로 측정하는데 보통 ALT, AST 수치가 높으면 '간 수치가 높다'고 평가한다. 이 수치들은 모두 간에 손상이 있는 경우, 즉 간 질환이 의심될 때 높게 나타난다. 그런데 ALT와 AST는 근육 등 다른 세포에도 들어 있어 고강도 운동 후 신체적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라면 간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약물을 과다복용하면 간이 망가진다? (○)
간은 몸에 해로운 독소나 노폐물의 75% 이상을 해독하고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입으로 삼킨 모든 것들은 간에서 처리되는데, 복용한 약물도 마찬가지다. 약물은 대부분 간에서 간 효소에 의해 처리된다. 이 과정에서 간이 기능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거나 간을 손상시킬 수 있다. 간세포에 직접 손상을 주거나, 간에서 나오는 담즙의 흐름을 막는다. 특히 유전적으로 약물에 취약하거나, 알코올에 많이 노출됐거나, 임신 중이거나, 비만한 사람은 약물로 인한 간 손상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hyeyoung@chosun.com
기사입력 2020.03.30. 오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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