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정보/고혈압

쉽게 보면 안 되는 낮은 혈압: 앉아 있다 일어날 때 핑~ 저혈압, 혈액순환 막는다

정혜거사 2017. 3. 23. 08:52


프리랜서 조상희
프리랜서 조상희
저혈압이 있는 사람은 가벼운 현기증, 전신 피로감 같은 증상을 달고 산다. 가끔 느끼는 단순한 증상이 전부는 아니다.

노인이나 다리 근육이 부족한 여성 등은 일어서거나 식사 후에 증상이 악화하기 쉽다. 뇌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져 어지러움을 느끼다 실신하곤 한다.

쓰러지는 일이 잦으면 낙상할 위험이 커진다. 골절이나 머리 손상이 발생해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고혈압이 아니라고 안심할 게 아니다.


저혈압은 정상(수축기 120/ 이완기 80㎜Hg 미만)보다 혈압이 낮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수축기혈압이 100㎜Hg 미만일 때를 의미한다.


혈압이 낮은 사람의 상당수는 체질적인 측면이 강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수축기혈압이 정상 범위보다 낮은 80~90㎜Hg를 유지한다. 남보다 활력이 떨어지고 어지러움을 잘 느낀다.


위장병·심부전처럼 원인 질환이 있을 때도 저혈압이 생길 수 있다. 이전에 없던 저혈압 증상이 나타나면 질병 탓일 수 있어 원인을 꼭 찾아야 한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는 “수축기혈압이 100㎜Hg 이상이어야 혈액이 뇌까지 전달되는 데 무리가 없다”


“저혈압인 사람은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어지러움과 피곤함을 잘 느낀다”고 말했다.



증상은 몸의 자세나 위치를 바꿀 때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일어설 때 3분 이내에 수축기혈압이 20㎜Hg 이상 감소하는 ‘기립성 저혈압’이 대표적이다.


일어설 때 머리가 핑 돌고 눈앞이 캄캄해지다 실신한다. 보통 일어서면 중력 때문에 혈액이 다리 쪽으로 쏠린다. 그러면 심장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혈액의 양이 확 줄어든다.


이때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자율신경 조절 기능이 즉각적으로 활성화한다. 근육을 수축시켜 하지에 몰린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야 혈압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노인, 혈관 탄력 떨어져 주의해야


기립성 저혈압은 이런 회복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오작동이 나타날 수 있는 경우는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파킨슨병, 당뇨병성 신경병증 같은 신경질환이 있을 때다.


혈압을 조절하는 신경 자체에 이상이 생기면 저혈압 상태가 됐을 때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다.


둘째는 노화다.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된다. 혈액의 양이 모자란데도 혈관벽의 민감도가 둔해져 빨리 감지하지 못한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혈관의 탄력은 떨어진다.



셋째는 다리 근육이 많이 부족한 경우다.


하체에 있는 혈액을 위쪽으로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건 심장이 아니라 허벅지나 종아리 근육이다.


다리에 근육량이 적은 사람이 서 있으면 혈액이 다리에만 머물러 심장이나 뇌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진다.



마지막은 심장병에 쓰는 혈관확장제를 복용 중일 때다.


이해영 교수는 “이런 약은 인위적으로 혈관을 늘려 수축 기능을 낮추기 때문에 기립성 저혈압이 생기기 쉽다”고 경고했다.



기립성 저혈압은 일시적인 현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기적으로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치매나 뇌졸중을 앓은 적이 없는 성인 6204명을 대상으로 24년 동안 치매 발생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1.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PLOS Medicine, 2016).


연구팀은 뇌 혈류량이 줄면서 발생한 저산소증이 뇌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 평상시 탄력 스타킹 신으면 도움 식사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신진호 교수는 “식사를 하면 위나 장에서는 음식물을 소화·흡수하기 위해 많은 양의 혈액이 필요하다”며


“혈액이 다리와 위장관 쪽에 몰려 있다 보니 일어서는 순간 혈압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기립성·식후 저혈압이 있는 사람은 쓰러질 때 다칠 위험이 크다. 노인의 경우 낙상하면 골절과 머리 외상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혈압이 낮은 사람은 저혈압 증상이 심해지는 상황을 인지하고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우선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지 말아야 한다. 일어날 때는 머리를 먼저 들지 말고 천천히 서도록 한다.


오래 앉아 있어야 할 때는 수시로 일어나 까치발을 들고 X자로 꼬는 자세를 취해 다리 근육이 수축할 수 있도록 해준다. 탄수화물 중심의 음식은 위장관에 있는 혈관을 확장시킨다.


되도록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 평소에는 계단오르기 같은 운동을 통해 하체 근육을 키워야 한다. 신 교수는 “혈액이 하체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탄력 스타킹을 신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저혈압 오해와 진실


■ 키 크고 마른 여성에게 저혈압이 많다? (O)


키가 크면 혈액을 다리에서 머리까지 보내는 데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리 근육이 좀 더 많이 필요한데,


마른 여성은 대부분 근육량이 적어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저혈압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 저혈압이 있으면 짜게 먹는 게 낫다? (X)


약간 짭짤하게 먹으면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소금 섭취는 이차적인 혈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일부러 싱겁게 먹지만 않으면 된다. 모든 영양소를 고루 먹는 게 좋다.



■ 저혈압은 관리나 치료가 필요없다? (X)


증상 없이 저혈압 상태가 유지될 때는 특별히 신경쓸 필요가 없다.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해 심장엔 부담을 덜 주면서 다리 혈관을 수축시키는 약제를 쓸 수 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 김선영 | 입력 2017.03.20 00:02 | 수정 2017.03.20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