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05.17 14:47
[전문의에게 묻다] 이춘택병원 정형외과 이수현 과장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성패는 '정확성'에 달렸다. 세월의 무게로 닳아버린 무릎 관절을 깎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 인공관절 수술이다.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는 정확한 크기의 임플란트를 적절한 각도로 삽입해야 ‘내 관절’처럼 오랜 기간 잘 쓸 수 있다. 최근 인공관절 수술에 로봇이 이용되고 있다.
인공관절 로봇은 20년 전인 2002년에 경기 수원 이춘택병원에서 처음 도입했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5년 새 급속히 확산됐다.
지금은 상당수 관절 전문 병원에서 인공관절 로봇을 도입해 수술을 하고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어떤 장점이 있는 것일까? 이춘택병원 정형외과 이수현 과장을 만나 들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 무엇인가
인공관절 수술은 퇴행성 관절염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연골이 모두 닳아버린 관절 뼈를 제거하고, 새로운 인공관절을 끼워 넣는 수술이다.
원래는 수술 의사가 직접 뼈를 깎는데,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뼈를 깎을 때 의사 손을 로봇이 대신한다.
수술 전 CT를 찍고, 해당 영상을 바탕으로 사전에 뼈를 얼마나, 어떤 각도로 깎을지 계획을 세운다. 그 다음에 적합한 인공관절을 넣어준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 절차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공관절 로봇은 4종류가 있다. 이춘택의료연구소의 ‘닥터 엘씨티’, 스트라이커의 ‘마코’, 큐렉소의 ‘큐비스 조인트’, 스미스앤네퓨의 ‘나비오’다. 나비오를 뺀 나머지 로봇은 수술 전 CT 촬영을 한다.
사람마다 뼈의 모양이나 사이즈, 변형 정도가 다 달라서 CT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뼈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만들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 수술 계획을 세우고 가상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뼈를 자르는 위치나 교정 각도 등이 미묘하지만 다 달라 수술 전에 미리 가상으로 수술을 해보면 실전에 발생할 수 있는 실수나 변수가 줄어든다. 수술실에서는 사전 계획을 바탕으로 로봇이 직접 환자의 뼈를 깎는다.
이 때도 로봇이 알아서 뼈를 절삭해주는 ‘완전 자동 방식’과 의사가 로봇 팔을 움직여 뼈를 절삭하고, 절삭 범위를 넘어서는 오류가 발생했을 때 로봇이 이를 제한하는 ‘반자동 방식’이 있다. 뼈를 절삭한 뒤에는 임플란트를 뼈에 삽입한다.
한편, 또다른 로봇인 나비오는 사전에 CT를 찍지 않고, 수술실에서 컴퓨터의 3D 네비게이션을 이용, 탐침자를 환자 무릎 관절에 갖다 대면 화면에 관절이 리모델링 돼서 뜬다.
화면을 보고 절삭 범위를 지정하고, 인대 간격 기준을 시각화해 정확한 수술을 도모한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 어떤 점이 좋은가
정확성과 일관성이다. 정확한 수술 결과가 일관되게 나온다는 점. 손으로 하는 수술은 의사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게 되는데,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면 우수한 수술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것 역시 항상 일관되다고 할 수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 반면 로봇은 일관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로봇을 이용하면 임플란트 삽입이 정교하게 이뤄져 환자에게 최적화된 하지정렬을 얻을 수 있다. 관절 주위의 힘줄·근육·인대의 균형도 잘 맞춰 수술 만족도가 높다.
수술 과정에서 근육 등 연부 조직 손상을 최소화 하고, 출혈도 줄일 수 있다. 로봇에 부착된 커터는 직경이 작아 피부 및 연부 조직을 작게 절개해도 신속하고 안전하게 뼈를 커팅할 수 있다.
연부 조직 손상이 적으면 수술 후 재활치료가 용이하다.
그밖에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는 대퇴골에 골수정에 삽입해 고정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과거 대퇴골 수술을 한 경험이 있으면 골수정 삽입이 어렵다.
로봇 수술을 하면 대퇴골에 골수정을 삽입할 필요가 없어 대퇴골 수술 경험이 있는 환자들에게 로봇 수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안전한가
간혹 로봇이 안전하지 않다고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혹시 오류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를 한다. 그러나 로봇이 관절을 깎는 작업을 할 때 의사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 시 바로 옆에서 모든 수술을 통제하기 때문에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고, 수술용 로봇에 부착된 센서가 작은 움직임이나 오차가 감지되면 바로 작동을 멈추는 시스템으로 되어있어 안심해도 된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멈추는 센서 기술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비싼가
인공관절 수술 자체는 손으로 하는 수술과 똑같이 건강 보험 적용이 된다. 대신 로봇 수술에 이용되는 소모품 비용을 내야 한다.
통상 100만원 안팎이 추가된다. 뼈를 깎는 커터, 센서 등은 일회용이며 이런 소모품은 비급여라 비용이 추가되는 것이다.
-인공관절 수술 환자 중 로봇 수술을 선택 비율은
아시아·태평양 기준으로 인공관절 환자의 10% 정도가 로봇으로 수술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는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2015년 10개 병원에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한 반면 현재는 30~40개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만큼 로봇 인공 관절이 확대됐다.
-로봇 인공관절을 받으면 특히 좋은 환자군이 있다면
기존에 대퇴골 골절 수술 경험이 있어서 뼈 변형이 있거나, 오다리 등 뼈가 정상보다 유독 휘어져 있는 사람, 부분 인공 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 사람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적합할 수 있다.
대퇴골 변형이 있으면 골수정 삽입이 어려워 일반 인공관절 수술이 어렵고, 관절의 일부분만 바꾸는 부분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도 수술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해 로봇 수술이 유리하다.
-인공관절 로봇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각각 특장점은
먼저 닥터 엘씨티는 수술 시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다. 수술실에서 CT 영상을 토대로 수치화한 데이터를 의료진이 직접 확인하는 작업인 ‘정합 과정’을 효율화 해 뼈를 깎는 시간을 줄였다.
수술을 위한 피부 절개부터 봉합까지는 53분으로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수술 시간을 단축시키면 감염 등의 위험이 줄어든다. 닥터 엘씨티는 로봇 팔의 관절도 7축 다관절이라 다양하고 세밀한 수술 동작이 가능하다.
‘완전 자동’ 방식인 것도 특징. 다양한 인공관절 임플란트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닥터 엘씨티는 국산 로봇이다 보니 수술 기록 저장 및 활용이 자유롭다. 향후 연구 논문에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마코는 미국 스트라이커에서 2006년 개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공관절 수술 로봇이다. 수술 전 CT영상을 통해 계획을 세우고 의료진이 수술실에서 직접 확인하고 뼈를 절삭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만 수술 의사는 로봇 팔을 잡고 뼈를 절삭해야 하는 반자동 방식이다. 주로 자사 인공관절 임플란트를 사용해야 한다.
큐비스 역시 닥터 엘씨티나 마코 처럼 수술 계획을 수립한 뒤 뼈를 절삭을 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닥터 엘씨티나 마코는 무릎 관절 절삭 전 수술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데 반해, 큐비스는 관절 절삭 도중에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
수술 계획에 따라 로봇이 스스로 정밀하게 뼈를 절삭하는 완전 자동 방식이다. 다양한 인공관절 임플란트를 사용할 수 있다.
나비오는 수술 전 CT를 찍지 않으며 수술 전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컴퓨터의 3D 네비게이션이 환자 상태에 맞춘 절삭 범위를 지정하고, 인대 간격 기준을 시각화해 정확한 수술을 도모한다.
의사가 로봇 팔을 잡고 관절을 절삭해야 하는 반자동 방식. 수술실에서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절개부터 봉합까지 90~100분 정도 걸린다. 수술 의사의 수작업이 많아
‘세미 로봇’이라는 평가다. 로봇 도입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현재 가장 많은 병원에서 도입해 사용 중이다. 주로 자사 인공관절 임플란트만 사용해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들에게 한말씀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오해는 아직도 많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잘 못 걷는다' '뻗정다리가 된다' 등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크고 작은 합병증 비율은 3~5%로 높지 않다. 그나마 있던 부작용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수술이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로봇 인공관절이 확산되는 이유도 수술 합병증을 크게 낮추기 위한 일환. 관절 통증을 참지 말고 100세 시대 남은 여생을 활기하게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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