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송해, 이순재…치매없는 ‘건강수명’ 법 3
김용 기자 수정 2019년 2월 19일 10:13 조회수: 21,159
[사진=Life science/shutterstock]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건강수명’이라고 한다. 90세를 넘겨도 병으로 장기간 누워 있다면 장수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치매를 앓고 있으면 가족들까지 고통스럽게 한다. 치매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 건강수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김형석, 송해 건강수명의 원천은?
건강수명을 얘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유명인이 김형석, 송해 선생이다. 철학자 김형석 전 연세대 교수는 1920년 생이다.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에 접어들었다. 전국노래자랑 MC 송해 선생은 포털사이트 프로필에는 1927년 생이지만, 실제는 두 살 더 많아 올해 95세이다.
이들의 장수가 돋보이는 것은 지금도 젊은이 못지 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형석 교수는 강연, 언론 기고, 저서 발간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좌중을 휘어잡는 또렷한 말 솜씨와 수려한 문장을 보면 “이 분이 100세?”라며 의문부호를 달기 십상이다. 일년에 100회 정도 한다는 강연에는 이제 ‘장수 비결’이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청중들이 궁금해하니 짧게라도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비결은 따로 없다. 일주일에 1~2번 수영을 하고 자택 2층 계단을 자주 오르내린다고 한다.
송해 선생은 특별한 운동은 하지 않지만 걷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방송 녹화가 없으면 서울 강남 자택에서 종로 낙원동의 사무실(원로 연예인 모임)까지 거의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오후 4시경 하는 목욕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주목받는 것은 신체 건강 뿐 아니라 정신 건강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송해 선생은 전국노래자랑 대본을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태 외운다. 방송 서두에 고장 소개를 할 때 지명이 많지만 막힘이 없다.
100세, 95세에도 두뇌 활동에 전혀 문제가 없으니 젊은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하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치매는 얼씬도 못할 지경이다.
– 스트레스 관리, 우울증 치료, 체력이 중요한 이유
어느날 기억의 깜박거림이 심하고 끊기거나 잔실수가 잦다면 뇌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런 증상들은 치매 등 뇌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뇌가 지치거나 느려져서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이경민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키는 요인들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장기적인 스트레스, 우울증 그리고 체력 저하”라고 했다. 이어 “치매 진단 과정 1단계의 첫번째가 뇌를 지치고 느리게 하는 원인들을 제거하고 나서 증상이 좋아지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먼저 스트레스 요인 제거와 함께 우울증 치료, 체력 강화 운동 등을 두세 달 한 후에 뇌기능 검사(신경심리검사)를 해야 정확한 진단이 나올 수 있다.
이후 2단계로 인지 기능 저하가 치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될 경우, 뇌가 점차 위축되는 퇴행성 질환인지, 뇌혈류 공급에 장애가 있는 혈관성 질환인지를 감별하기 위해 영상 검사들(MRI, PET 등)을 시행한다
이경민 교수는 “치료 효과가 확인된 약물 이외에 치매를 막는 예방약들은 아직 효용성이 확인된 바 없다”면서 “반면에 스트레스 요인 제거, 우울증 치료, 체력 강화 운동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 100세 시대 화두는 ‘건강수명’
김형석, 송해 선생의 한참 후배인 배우 이순재(86세)는 지금도 2시간에 이르는 대형 연극의 대본을 젊은 후배보다 잘 외운다고 한다. 그는 젊을 때부터 술을 마시지 않는다. 과다한 술 섭취로 인한 알코올성 치매는 원천적으로 예방한 셈이다. 그는 “대본을 못 외고 자주 깜박거린다면 동료 배우에게 큰 폐를 끼치는 것”이라며 “바로 은퇴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노년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 자주 대회할 기회가 많다. 꾸준히 읽고, 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자주 걷고 계단을 오르면서 노인에게 부족한 하체 근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바쁜 일상에는 우울증이 스며들 여지가 없다. 다만 사회활동 상 스트레스를 받을 수는 있지만, 잘 관리하는 듯 하다. 이들은 유명인이기 때문에 화제가 되지만, 평범한 일반인들 가운데도 90세, 100세 건강수명을 누리는 분들이 많다.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지던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섰다. 100세 시대의 화두는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오래사는 ‘건강수명’이다. 김형석, 송 해 선생의 일상에서 건강수명의 교과서를 보는 것 같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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