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준 기적의 물'이란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물건이 있다. 60여 종의 유기산을 포함하고 있어 피로 회복은 물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탁월한 기능을 갖는 식초에 붙여진 수식어다. 시큼한 냄새 때문에 곁에만 가도 이가 시큰거리고
온몸이 진저리나 잘 먹으려 들지 않았던 식초란 놈이 이토록 좋은 물건이었는지는 예전엔 미처 몰랐다. <웰빙 식초 건강법>이란 책을 읽기 전에는.
식초 자랑하는 책?
▲ <웰빙 식초 건강법> 표지 강재만 편저/ <웰빙 식초 건강법>/ 도서출판 청연/ 2014 | |
ⓒ 청연 |
현재 한의원 원장이며 대학교수인 강재만 한의학 박사의 편저(編著)로 꾸며진 이 책은 머리말부터 식초 자랑이 적나라하다. 그 자랑을 옮겨 볼 양이면 이렇다.
"첫째, 우리 신체에 피로를 주는 유산의 생성을 막음은 물론 이미 생성된 유산을 분해하여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준다.
둘째, 어혈 제거작용을 함으로써 혈액의 순환을 원만하게 하여 동맥경화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치유하게 한다.
셋째, 살균과 해독작용을 함으로 어육이나 채소의 해독에 쓰인다.
넷째, 이뇨작용을 하며 혈액 속에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여 신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
다섯째,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4, 5쪽)
이어 책은 "그밖에…"라며 좋은 점을 계속 열거하면서 글머리를 연다.
그야말로 식초의 '신비한 효능'이 궁금해져 책을 한 번에 읽어 내려가지 않으면 죄를 짓기라도 하는 것 같아서 책을 한 번 붙잡고는 마지막에 나오는 '목이버섯 초절임'까지 단숨에 읽어 버렸다.
'읽어 버렸다?' 맞다. 다른 표현은 안 어울린다. 이렇게 '기능성 책(?)'을 단숨에 읽기도 그리 쉽지 않은데, 난 그래 버렸다.
식초의 유래와 역사를 비롯하여 식초를 만드는 법, 식초의 다양한 재료에 따라 달리하는 제조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과실 식초와 곡물 식초를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한다. 아내는 벌써 오디 식초를 만든다며 들떠있다.
식초가 아내를 신나게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 이미 아내는 여러 가지 식초의 재료가 될 발효식품들을 이것저것 장독에 담아 둔 터라 이번 오디 식초 담그기는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내는 오디 식초를 필두로 복분자 식초도 응용해 보리라는 생각으로 당차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아내의 식초 열심이 나로 하여금
이토록 <웰빙 식초 건강법>이란 책까지 읽게 만들었다. 어디 읽기만 했나. 이리 서평까지 내놓고 있지 않은가.
아무튼 식초란 놈이 수상하긴 하다. 아내를 의욕에 찬 여인으로 만들어 놓으니 말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도 막걸리 식초를 만든다나? 청주며 대전, 조치원의 마트란 마트는 다 들렀다.
막걸리 식초를 만들 막걸리를 찾기 위해서. 모균(母菌)을 어디서 얻을 수 있었으면 그런 고생은 안 했을 터.
그러나 마땅히 모균을 얻을 수 없으니 모균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방부제나 아스파탐(인공감미료)가 들어있지 않은 생막걸리라야 식초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 아내가 담아 둔 발효식품의 장독들이 가지런하다. 이 담에 식초가 될 것이다. | |
ⓒ 김학현 |
족히 막걸리 스무 병쯤 희생시켰을까? 그 결과는 너무 초라했다. 오직 작은 한 병만 식초로 거듭났으니 말이다.
종초 혹은 모균 없이 생막걸리로 식초를 만든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란 걸 실전에 돌입한 후 터득했다.
이론과 실제는 달라도 많이 다른 법이니까. 그런 난리를 치르며 막걸리 식초 만들기에 힘을 쏟는 아내를 볼 때 '왜 저러나?'라고 생각했었다.
식초는 만병통치약?
그런데 책을 읽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식초가 이렇게 대단한 물건이었던 거다. 식초는 항균작용이 뛰어나 목욕, 청소, 설거지, 빨래는 물론
외상의 소독, 방충, 식물을 싱싱하게 만드는 기능, 피부와 두발의 건강에도 기여한다. 입안이 헐었을 때나 피부의 부스럼에도 민간치료제로 널리 쓰인다. 성인병을 책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지나치게 지방질을 많이 섭취하는 식생활은 피를 탁하게 만들고 체질을 산성화시켜서 갑자기 성인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혈액 및 체내의 산성도를 높이는 것으로는 에너지 물질의 찌꺼기인 유산, 술 마신 뒤의 숙취의 원인이 되는 알코올이 변화한 아세트알데히드,
당뇨병 증상 시에 지방이 분산되면서 생기는 아세톤 등이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다."(102쪽)
그런데 식초는 특히 성인병에 좋다. 유산의 생성을 막고 이미 생성된 유산도 분해하기 때문이다.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간장병은 혈액 때문에 오는 병인데 식초는 혈액에 작용하여 맑게 해주고 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
구체적으로 당뇨병에는 현미로 만든 현미식초에 계란을 넣어 만든 초란을 추천하고 있다.
신장병 계열인 신장염, 네프로제, 신우염, 신장결석 등에는 콩, 땅콩, 계란, 마늘, 멸치, 차조기 등을 식초에 절여 먹을 것을 권한다.
▲ 스무 병 정도의 막걸리를 희생시킨 후 오직 한 병만 성공시킨 막걸리 식초의 늠름한 모습(?)이다. | |
ⓒ 김학현 |
아내가 식초에 열심을 내는 건 다름 아닌 내 고혈압 때문이다. 고혈압에 식초가 좋다는 말을 어디서 듣고부터 이리 열심이다.
고혈압은 염분의 과다섭취, 유전적 체질, 정신적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식초는 고혈압에 탁월하다.
식초는 지방의 합성을 예방하여 비만을 억제하는 기능을 갖는데 염분 과다섭취에도 기능을 발휘한다.
이뇨작용으로 체내에 쌓인 쓸데없는 염분을 배설하게 해 준다.
식초가 들어간 음식을 만들면 필요 이상으로 소금을 넣지 않아도 맛이 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염분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스트레스가 쌓이면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량이 줄어서 그것이 혈관과 내장에 부담을 주는 원인이 되어 고혈압이 되는 건데
식초가 스트레스를 줄여줌으로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주게 된다.
그 외에도 식초는 소화기 질환이나 정신 신경계 질환, 관절 근육 질환, 피부 질환에도 탁월한 기능을 갖고 있음을 말하고, 조목조목 증상과 식초를 이용한 치료법을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식초를 이용하여 만드는 음식을 설명하고 책은 끝난다.
참 세상이 답답하다. 혈관이 더러워지면 성인병이 되듯 세상이 참 더러워 꽉 막힌 기분이다. 정치가 답답하고, 사회가 답답하다.
답답한 세상을 뚫어 줄 식초 같은 약은 어디 없을까. 정치하는 분들, 돈에 눈먼 집단들, 성성한 아이들을 바다에 묻는 맘몬이즘을 확 뚫어주는 식초,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
자연이 준 기적의 물, 식초는 막힌 혈관을 뚫는다는데, 인간이 만든 사회의 걸작, 정치는 왜 자꾸 더 막히게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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