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관광 르네상스 주역 불교성지, 개발이익 지역 회향이 관건
9월26~28일 인도 보드가야, 바라나시 등 주요 불교유적지에서 ‘2014년 국제불교대회(International Buddhist Conclave 2014)’가 열렸다. 인도관광청 초청으로 대회에 참가한 본지에서는 인도불교유적지를 중심으로 인도불교의 현황과 앞으로의 개발 전망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9월26~28일 인도 보드가야, 바라나시 등 주요 불교유적지에서 ‘2014년 국제불교대회(International Buddhist Conclave 2014)’가 열렸다. 인도관광청 초청으로 대회에 참가한 본지에서는 인도불교유적지를 중심으로 인도불교의 현황과 앞으로의 개발 전망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나란다대학 재개교 발맞춰인근 지역 도로 정비 시작대대적 관광활성화 모색영축산·죽림정사 방문자들무분별한 개발에 실망감도재정 확보·체계적 계획으로개발·보존 균형 잃지 말아야
▲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나란다불교대학. 지금은 붉은 벽돌만 남아 있지만 최근 이곳에 나란다대학이 다시 문을 열면서 지역 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나란다대학은 5세기경 인도에 설립된 세계 최초, 최대의 불교대학입니다. 지금은 터만 남아있지만 직접 보면 체계적 건축물에 깜짝 놀라실 거예요.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나란다대학이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며 2014년 재개교했다는 사실입니다.
”보드가야에서 나란다대학 터가 있는 비하르주(州)로 향하며 인도인 가이드 손제이씨는 쉴틈없이 나란다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한 마디 한 마디를 할 때마다 ‘최고’, ‘최초’, ‘최대’를 강조하는 모습에 이들이 나란다대학의 존재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출발 전 보드가야에서 2시간이면 나란다대학에 도착한다고 했지만 3시간이 넘어도 나란다대학 표지판 조차 찾을 수 없다. 나란다대학이 있는 비하르주는 인도에서 가장 가난하기로 유명한 지역 중 한 곳이다. 경적소리와 매연으로 가득한 마을의 좁은 길을 지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인도와 차도가 따로 없는 이곳에서 버스는 더욱 덜컹거리고 경적소리는 더 잦아졌다. 마을을 빠져나올 때마다 차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혼이 빠질 지경이다. 문득 인도관광청 주최로 보드가야에서 열렸던 ‘2014년 국제불교대회’에서 디팍 프라사드 비하르주 관광청 부청장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가야공항에서 나란다대학과 라즈기르로 빠르고 쾌적하게 갈 수 있도록 2015년부터 대대적인 도로공사를 시작합니다.”아마도 이런 상황에 접하게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꼭 도로공사가 필요하겠군…’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길이 뚫리고 관광객들이 쾌적하고 빠른 도로만을 이용하다보면 주변 마을은 지금보다 훨씬 더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세미나에서 만났던 세계은행그룹 관계자 역시 걱정한 문제다.
지역주민들의 생활개선을 최우선으로 삼고 관광산업개발이 함께 진행돼야 할터인데 인도관광청이 이러한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기대반 우려반이다.
▲ 불교성지를 둘러보고 있는 각국 대표들.생각이 꼬리를 물며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나란다대학 입구에 내리니 가벼운 환호가 저절로 나왔다. 나란다대학은 넓고 깨끗하게 정리된 잔디와 잘 가꾸어진 나무들로 아름답게 정돈돼 있었다.
마을에서 한발짝 발을 떼었을 뿐인데 안과 밖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세계 ‘최초’이자 ‘최대’ 불교종합대학인 나란다대학의 붉은 벽돌들이 1000년 전 그곳에서 공부했던 1만여 학승들의 학구열처럼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학구열이 2014년 다시 피어나고 있다.
지난 9월, 나란다대학이 재개교 한 것이다. 나란다대학 근방에서 15명의 학생으로 다시 시작한 나란다대학에 인도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태국, 싱가포르 불교계는 수백만 달러의 기금을 만들어 지원했다.
아마르티야 센 나란다대학 재건위원회 위원장은 “인도 교육의 르네상스를 주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국내·외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안내를 해주던 손제이씨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역시 나란다대학의 재개교로 인도불교 부흥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했다.
▲ ‘볍화경’이 설해진 라즈기르의 영취산 올라가는 길.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다 살펴보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나란다대학을 뒤로하고 발길을 옮겼다. 나란다대학에서 차로 30분 인근인 라즈기르가 다음 행선지다. 라즈기르는 부처님의 향훈이 짙게 남아있는 각별한 불연의 도시이자 교화의 터전이다.
북인도 지역 강대국이었던 마가다국의 수도인 동시에 이 일원에서 가장 큰 도시 가운데 하나다. 부처님께서 수행자 시절 새로운 스승을 찾아 온 곳이 바로 라즈기르였고 ‘바른 법을 가르치는 가장 고귀한 연꽃과 같은 불경’이라는 ‘법화경(法華經)’이 설해진 곳도 바로 라즈기르 영취산(靈鷲山)이다.
부처님의 설법을 기념하는 설법단까지 걸어서 30분이면 충분하지만 해가 이미 저버려 불안해 보이는 1인용 케이블카를 타고 영취산에 올랐다. 정상에 오르자 일본 종교단체 중 하나인 창가학회(남묘호렌게쿄) 소속 학인스님들이 염불을 하며 방문단을 환영했다.
부처님 설법단 뒤쪽으로 거대한 창가학회 사원과 산티스투파라 불리는 기념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 ‘평화의 탑’이란 뜻을 가진 산티스투파는 원자폭탄의 피폭국인 일본이 전쟁의 위험을 알리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목적으로 건립한 평화기념비다.
손제이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창가학회가 인도와 네팔에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취산뿐 아니라 네팔 포카라에도 사원을 세우고 교세를 확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한 스님이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스님은 “20여 년 전 처음 영취산에 올랐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며 인도불교, 그리고 부처님 설법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거대한 기념비와 케이블카로 관광지처럼 변해버린 영취산의 모습에 아쉬움을 전했다.
▲ 교단 최초 사원인 죽림정사. 옛 정취를 찾을 길 없다.영취산을 내려와 죽림정사로 발길을 옮겼다.
부처님께 귀의한 마가다국 국왕 빔비사라왕은 울창한 대나무 숲을 부처님께 보시했고, 이것이 바로 교단 최초의 도량 죽림정사다. 북적이는 시내를 지나니 죽림정사에 도착했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아치형 출입문을 지나면 오른쪽에 대나무가 우거져 있다. 아름답고 울창한 대나무 숲을 상상했지만 아름드리나무들이 대나무보다 더 많아 자칫하면 대나무를 그냥 지나칠뻔 했다. 죽림정사로 들어서자 까란다라고 불리는 잘 정돈된 연못이 보인다.
그 때문인지 사찰이라기 보단 작은 공원처럼 느껴진다. 시멘트를 반듯하게 발라 사각형으로 조성된 연못 속에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연못 주위로 설법하는 모습의 부처님상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부처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슬람교도의 무덤까지 자리 잡고 있는 죽림정사에서 부처님이 오랜 기간 머무셨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일행 중 한 명이 “불법이 가장 왕성했던 곳에서 현재는 소수종교가 된 불교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투자가 진행돼도 과연 제대로 된 보존사업이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입을 열자 손제이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손제이씨는 “유적지 개발 초반, 한정된 사업비와 해외 투자로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지며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며
“최근 안정된 재정과 계획으로 불교성지를 개발·보존하기위해 인도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고 설명했다.개발과 보존. 상반된 단어가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인도는 지금 대규모 개발을 위해 거대자본을 풀며 관광 대국으로 비상하기 위한 날개를 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취임과 동시에 불교 관광 자원화를 강조하며 직접 나섰다. 대대적으로 불교 관광 개발사업이 진행될 기미를 보이며 인도 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바야흐로 봄을 맞은 인도 불교.
인도 경제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불교성지 개발 사업이 단순한 수익사업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개발의 이익이 지역민들에게 전해져 그들의 삶이 보다 행복해지는 것이야 말로 부처님께서 이 땅에 나투신 참 뜻을 실천하는, 올바른 불교 성지 개발 사업이기 때문이다.
인도 라즈기르=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1265호 / 2014년 10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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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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