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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중국, 파키스탄, 인도 여행기 1 "길이 거기에 있었기에"

정혜거사 2017. 6. 6. 21:36

 

 

중국, 파키스탄, 인도 여행기 1

 "그저 바로 길이 거기에 있었기에......."

 

 

<파키스탄: 이슬람아바드>

 

<파키스탄: 라호르>

 

길 이야기를 하려한다.

 

파키스탄 이슬람아바드의 시원스럽게 쭉쭉 뻗은 길 위로 해가 저문다. 이 해는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라왈핀디의 좁고 굽은 길에도 분명 비치리라. 태양이 비치는 곳에 사람이 살고, 사람이 사는 곳에 길이 나 있다. 그 길 위로 사람이 걸어가고, 자동차가 지나가며, 당나귀가 흰 거품을 입에 물고 죽기살기로 달린다.

 

<파키스탄: 훈자>

 

<파키스탄: 훈자>

 

파키스탄 훈자의 길은 길 중의 길이다. 밭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 사이로 아스팔트 길이 아련하게 놓여있다. 그 길 위로 학생이 지나가다 휙 돌아보고 당황스러워 한다. 저리도 착해보이는 저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얼굴을 흰 면사포로 가리고 눈만 내놓고 다니는 무슬림 여인으로 변할 것이다. 여자의 얼굴은 오직 남편에게만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진찍기를 거부하는 그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무슬림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다. 정말 한 인간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 저항할 수 없는 연약한 갈대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조상이 그래 왔기에 온몸을 가릴 뿐이다. 스님은 스님 사회가 그래 왔기에 머리를 깎고, 카톨릭 신부님은 신부님 전통이 그러하기에 신부님 복장을 갖춘다. 전통, 믿음, 정말 무서운 존재다!

 

<파키스탄: 훈자>

 

산에서 녹은 물이 계곡으로 흐르고, 그 계곡은 아래 계곡으로 사정없이 달려 내뺀다. 인간은 그 계곡 위에 다리를 놓고, 수직의 절벽에 길을 만들고, "도(道)를 닦는" 심정으로, 그 길을 닦는다.  무너지면 다시 만들고, 씻겨 내려가면 다시 채우고, 끊어지면 다시 잇는다.

 

<파키스탄: 훈자>

 

 

<파키스탄: 훈자>

길은 사람과 동물이 다니는 통로만니다.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은 축제를 벌리기도 한다.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기도 하며, 행진을 하고, 온갖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낮술도 먹지 않은 사람들이 대낮에 어정쩡하게 추는 춤이 참으로 허접하기도 하다만, 그 가관인 춤을 현지인들은 백만불짜리 쇼를 보듯이 즐거워한다.  

 

<파키스탄: 훈자>

 

<파키스탄: 라카포쉬>

 

좁은 산길에 석양이 비치고 있었다. 이제 방금 피어난 5월의 연두색 잎이 햇빛을 받아 더욱 산뜻함을 뽐내고 있었고, 그 나무 사이로 당나귀 부대가 불쑥 쳐 들어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주기도 했었다.

 

아스팔트 위에 휘몰아친 먼지 속을, 큰칼 옆에 차고 호령하는 이순신 장군처럼, 조그만 자동차가 목숨을 걸고 돌진하고 있었다. 그 먼지는 일진광풍을 타고 사방으로 흩어지고, 햇빛 속에서 뭉게구름으로 변해 나무 옆구리를 차고 하늘로 치솟아 바다처럼 퍼졌다.

 

<인도: 델리>

 

 

<파키스탄: 페리 메도우 가는 길>

 

 

<파키스탄: 라호르>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지역>

 

중국에서 파키스탄으로 넘어가려면 해발 4825미터의 좁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침대 버스를 세워놓고 뒤를 돌아본다. 중국 공안에 대한 두려움을 멀리하는 즐거움과 함께, 지난 며칠간의 카스에서의 생활에 아쉬움과 미련이 밀가루 반죽 섞이듯 밀려온다. 저 멀리 보이는 길이, 지나온 내 인생의 길인 양, 굴곡을 이루며 펼쳐져 있다. 슬픔이나 고통의 과거도 돌아보면 즐겁듯, 뒤돌아본 자갈길이 고향 언덕을 바라보는 듯 정겹다.  

 

<파키스탄: 라호르>

 

<파키스탄: 라호르>

 

<파키스탄: 훈자>

 

동네 꼬마들이 길 옆에 다 모였다. 단지 어떤 외국인이 자기 동네에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길가에 쪼그리고 호기심 있게 쳐다보고 있다. 아마도 이 아이들은 적어도 몇 년간은 외국인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삽시간에 저 많은 아이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수 있겠는가? 우리가 어디를 가나 파키스탄 아이들은 우리를 따라 다녔다. 우리는 기분에 도취되어 연예인이 된 양 우쭐거렸고, 하루 아침에 된 스타처럼 기분이 들떠 있었다. '연예인의 인기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인기 잃은 연예인이 왜 자신을 비참하다고 여기는지, 심지어는 자살까지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파키스탄: 라왈핀디>

 

<파키스탄: 소금광산 가는 길>

 

<파키스탄: 라호르>

 

길에는 항상 장사꾼이 있게 마련이다. 호떡을 굽다가 괴성을 지르며 희한한 표정을 짓는 장사꾼이 있는가 하면, 미소를 무기로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 똑 같은 물건을 들고 달려드는 상인들이 있어서, 누구의 물건을 팔아 주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파키스탄에는 길이건 가게건, 여자가 없다이다. . 시골에서는 논과 밭에서 일하는 여인들은 보이지만, 사람을 상대로 장사하는 여인을 본 적이 없다. 여자들은 오직 집 안에서 집안 일만을 했다.  

 

<파키스탄: 이슬람아바드에서 리로 길>

 

 

<중국: 카쉬가르>

 

<파키스탄: 파수>

 

 

<파키스탄: 페리 메도우 가는 길>

 

 

몇 센티만 잘못 발을 떼어 놓아도 200미터 아래 절벽으로 떨어지는 길도 있다. 잠깐 딴 생각을 하거나 현기증이 일어나 중심을 잘못 잡으면 바로 그 순간이 바로 자신의 제삿날임에 틀림없다. 그런 길을 걸어가는 사람도 이해 못할 사람이지만, 그런 길을 만든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염원과 어떤 필요성으로 사람들은 저런 위험한 길을 만들었을까? 길에 대한 끝없는 갈망으로 그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그런 곳에 길을 만들어 놓았으리라.  

 

<파키스탄: 훈자>

 

 

<파키스탄: 길기트>

 

<중국: 카쉬가르>

 

 

<파키스탄: 파수>

 

<파키스탄: 훈자>

 

 

<파키스탄: 라호르>

 

<파키스탄: 라왈핀디>

 

<인도: 다람살라에서 델리가는 길>

 

길은 아무나 누워 잘 수 있으나, 용기 있는 사람만이 그 꿀맛을 볼 수 있는 보금자리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모든 것이 편하고 즐거움이 될 수 있겠지만,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이 뇌리를 가득채운 사람은 그 보금 자리가 수레를 밀고 언덕길을 올라가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과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인도: 델리>

 

<파키스탄: 라호르>

 

<중국: 카스>

 

카스의 좁은 골목을 걷고 있을 때, 한 아이가 무엇을 먹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아이가 내게 신기한 것보다, 내가 그 아이에게 더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 아이가 단지 옷을 벗고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카메라를 들이댄 내가 좀 쑥스럽고 미안하기까지 했다. 나도 어렸을 때, 저렇게 자랐고, 저렇게 자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거늘, 이제 세상은 거꾸로 되어서, 마치 악화가 양화를 쫓아내듯, 자연스러운 것이 부자연스럽게 되고 말았다.

 

 

<인도: 다람살라>

 

뭐니 뭐니 해도 길중의 길은 논두렁 길이리라. 필리핀의 바나우이나, 중국 위엔양의 논둑길이 그렇듯, 여기 인도의 다람살라의 논둑길도 올망졸망 모여들어 등고선을 만들고, 그 자체로 훌륭한 그림이 되며, 또한 벼 농사로 사람을 먹여 살린다. 수 많은 사람들의 땀방울로 만들어졌을 저 논둑길로 사람이 다니고, 소가 다니고, 당나귀가 다니면서 역사를 만들어 왔을 것이다. 저 논둑 길에 떨어졌을 땀을 모으면 강을 이룰 것이고, 그 위에 떨어졌을 눈물을 모으면 연못이 되었을 것이다.

 

 

<중국: 카스>

 

새벽에 나와 길을 걸었다. 어둠이 물러가면서 태양이 슬쩍 빛을 뿌리자 길 위에 나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림자를 보면서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는 왜 먼 이국 땅에 와서 저렇게 긴 그림자를 만들며 전방을 응시하고 있나?  유한한 인생사 속에 오늘 그대에게 있어서 이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한 참을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다가, 나는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 넣고 그냥 걸었다.

 

그저 바로 길이 거기에 있었기에........

 

 

<현장녹음 약 40초, 파키스탄: "머리"의 어떤 길에서>

(2012년 6월 25일)

 

 

출처 : 투어인케이씨-자유배낭여행동호회
글쓴이 : 알바트로스(곽영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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